2014년 촉발된 뒤 약 8년간 이어진 예멘 내전으로 1만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불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11일(현지시간) “예멘 내전으로 수천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같은 사상자 추정치를 내놨다. 유니세프는 예멘이 처한 상황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 규정하며 분쟁에 따른 실제 피해 규모가 추정치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니세프는 예멘 전쟁이 발발한 뒤 아이들을 포함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전투 혹은 오염된 식수나 질병, 기아 등의 영향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확인된 미성년자 사망자 수만 3774명이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지난 10월 2일 휴전 연장에 실패한 뒤에는 또다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 아이들의 피해가 많은 원인 중 하나는 소년병들의 차출이다. 유니세프 측은 지난 수년간 3904명의 소년들이 전투에 징집됐다고 설명했다. 90명 이상의 소녀들도 검문소에서 일하는 것을 포함해 군사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 부족과 열악한 위생 상태도 피해를 확대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현재 약 220만명의 아이들이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으며 그 중 4분의 1인 54만여명은 5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래된 내전으로 의료 시설의 절반 가량만 제 기능을 하고 있어 1000만명의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세프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다시 휴전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총재는 “휴전 재개는 중요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허용하는 긍정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평화가 보장돼야 예멘 시민들이 부서진 삶을 재건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비롯한 북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예멘 정부는 수도에서 피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정부군을 도와 내전에 개입했다. 내전 기간 반군과 민병대를 포함해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 중재로 이뤄진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정전협정은 지난 4월2일 처음 실시되었으며 두 차례 연장을 거쳐서 10월2일 종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호데이다 항구에서 격렬한 교전이 이뤄지는 등의 이유로 정전 연장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