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변화의 해? LGBTQ는 ‘올해도 투쟁 중’읽음

김서영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 실리구리에서 ‘실리구리 프라이드 워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 실리구리에서 ‘실리구리 프라이드 워크’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성소수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 세계는 일부 진전했다. 동성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30개국을 넘어섰으며, 동성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려는 경향이 일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해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질 수 있을까. 2023년 지구촌 성소수자 투쟁 ‘핫스폿’을 소개한다.

인도 대법원, 동성혼 어떻게 판단할까

인도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허용해 달라는 청원에 대한 검토를 곧 시작한다. 이 청원은 지난해 11월 한 동성 커플이 제출한 것으로, 동성 부부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청원인들은 결혼할 수 있는 능력이 개인의 자유, 입양 및 재정 문제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몇년 전 동성 결혼 허용을 둘러싸고 하급 법원에서 심판이 열렸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힌두 결혼 법을 들어 동성 부부의 법적 결합에 반대를 표한 바 있다. 동성혼을 허용할 경우 인도 사회의 문화적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018년 인도 정부는 대법원이 동성애 비범죄화를 판결할 당시엔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인도 대법원의 최근 행보 또한 주목도를 높인다. 지난해 초 대법원장을 포함한 재판관들이 비전통적인 가정 역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꼭 성소수자 가정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비전통적 가정들이 사회복지를 누려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힌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BJP 소속 수쉴 모디 의원은 지난달 “대법원에 앞서 정부가 동성 결혼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의 한 성소수자 활동가는 “만약 법원이 이 건을 의회가 결정하도록 넘긴다면, BJP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동성혼이 허용될 리가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좌파 대통령 귀환한 브라질, 성소수자 인권도 진보?

지난달 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22 미스터 브라질 트랜스 미인대회 참가자의 목에 ‘나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22 미스터 브라질 트랜스 미인대회 참가자의 목에 ‘나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에선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동성혼을 포함한 광범위한 성소수자 의제가 추진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온다. 관련 단체들은 이미 룰라 대통령에게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2011년 사상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며 동성 커플의 연금, 재산상속, 입양의 권리까지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구성된 의회의 대부분은 보수적 가족관을 내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의회에서 더 많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리스에서도 동성혼 논의될까

그리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성소수자 공동체가 결혼에서의 평등을 최우선으로 내걸었다. 그리스는 2015년 성정체성을, 2017년엔 동성 파트너십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동성 결혼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동성 커플의 법적 혼인을 위해선 가족법을 바꿔야 한다.

중도 우파 성향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 의제에 나서리란 기대는 적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총선에서 이길 경우 다음 임기에서 이를 언급할 수도 있다. 그는 2021년 성소수자 권리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을 지시한 바 있다. 그리스의 성소수자 단체들은 평등하게 결혼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이상 이 계획은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서 트랜스젠더 인권은 ‘경고등’

새해를 맞아 우려가 더 커진 국가도 있다. 미국에선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의 권리가 위축될 상황에 놓였다. nbc방송은 올해 현재까지 미국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제약하는 법안 약 120건이 각 주에 제출됐다며, 올해가 반(反) 성소수자 입법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띄는 지역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nbc에 따르면 이러한 법안은 텍사스주에선 36건, 미주리주는 26건이 발의됐다. 이중 다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10월21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전쟁기념플라자에서 시위대가 성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21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전쟁기념플라자에서 시위대가 성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LGBTQ 싱크탱크 ‘무브먼트 어드밴스먼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18개주에서 트랜스젠더 학생 운동선수가 출생시 지정된 성별이 아닌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학교 스포츠팀에서 뛰는 것을 금지했다. 일정 연령 미만인 자의 성전환 수술 금지 법안을 발의한 주도 있다. 오클라호마주에는 26세 미만에 대한 성전환 수술을 금지하는 안이 발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보도에서 “지난 수년 간 보수주의자들은 트렌스젠더를 소아성애에 비유하고 성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아동 성학대와 동일시해왔다”며 정치적으로 선동적인 표현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실질적 위협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또한 최근 발표한 ‘2023 세계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의원들이 트렌스젠더, 특히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권리와 건강을 위협하는 법안 150개 이상을 발의했다며 미국 정부가 모두의 권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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