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음식도 짜게 만드는 ‘마법의 그릇’

박용하 기자

일본 연구진 개발···올해 출시 목표

전기로 나트륨 이온 움직임 조절

전기를 이용해 사람이 느끼는 짠 맛을 좌지우지 하는 첨단 기술이 일본에서 상용화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인간의 미각을 조절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통적인 맛의 개념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기린홀딩스와 일본 메이지대 연구진들은 최근 음식을 담거나 떠먹는 것만으로 짠 맛을 1.5배에서 2배까지 증가시키는 그릇과 수저를 개발했으며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일렉솔트’ 기기로 이름 붙여졌다.

일렉솔트 기기들은 전기를 이용해 음식에 있는 나트륨 이온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이를 통해 음식을 먹는 이가 짠 맛을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다. 된장국을 일렉솔트 그릇에 담고 전원을 켜면 더 짭짤한 맛을 느끼게 되는 식이다. 이 기술은 수분량이 많은 식품일수록 효과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린홀딩스 연구진은 5년전 환자들의 식단 관리에 고충을 겪는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 기기의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환자들은 저염식이 필요한데, 싱거운 맛을 싫어해 저염식을 좀처럼 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염분량을 줄이면서도 짠맛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전기의 힘을 사용해 맛의 느낌을 변화시키는 소위 ‘전기 미각’ 연구의 권위자인 메이지대 미야시타 요시아키 교수팀의 도움을 받게 됐다. 2019년부터 양측의 본격적인 공동연구가 시작됐고, 지난해 그릇과 숟가락 형태의 시제품을 완성했다. 저염식을 먹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들 기기들을 사용하게 한 결과, 31명 중 29명은 짠맛이 강해졌음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미각은 단지 감각만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짠 맛을 강하게 느껴도 음식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식이요법이나 미용 등에 있어 효과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뇌졸중 및 기타 질병의 발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지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 이외에도 전기 미각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해왔다. 지난해에는 핥아서 맛을 볼 수 있는 TV를 개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TTTV’(Taste the TV)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장치는 화면 표면에 맛을 느낄 수 있는 입자들을 뿌릴 수 있으며, 화면에 특정 음식물이 나타나면 이와 유사한 맛을 형성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TTTV 역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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