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영상 보지마!”…대학 전력까지 차단한 인도 총리

박용하 기자

BBC 무슬림 대학살 사건 다큐

모디 총리 관련 의혹 내용 담겨

대학 학생회서 상영 시도하자

캠퍼스 전력·인터넷 공급 차단

자와할랄네루대학교 학생들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관련된 BBC 다큐멘터리를 노트북 등으로 보고 있다. | 트위터 @MayukhDuke 사진 크게보기

자와할랄네루대학교 학생들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관련된 BBC 다큐멘터리를 노트북 등으로 보고 있다. | 트위터 @MayukhDuke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최근 자신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자 영상의 유포를 막겠다며 국가적인 비상 조치까지 단행했다. 총리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보려던 대학생들은 당국으로부터 인터넷을 차단당하고, 우익 성향의 학생들로부터 돌팔매질까지 당해야 했다.

인도 NDTV와 로이터통신 등은 25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유명 대학인 ‘자와할랄네루대학교’(JNU)가 이날 교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비판하는 BBC 다큐멘터리의 상영회가 열리려 하자 캠퍼스의 전력과 인터넷 공급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JNU 학생회가 상영하려한 이번 다큐멘터리는 2002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대학살 사건’과 관련된 모디 총리의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사건 당시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59명이 열차 화재로 숨졌는데, 화재 원인이 이슬람교도의 방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며 며칠만에 약 1000∼2000명의 무슬림이 학살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 대학살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BBC의 다큐멘터리는 당시 구자라트 주총리였던 모디가 경찰의 사건 개입을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모디 정부는 이 다큐멘터리의 온라인 유통을 막기 위해 지난 21일 정보기술(IT) 규정에 따른 비상 권한까지 발동했으며,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 영상을 볼 수 있는 게재물들을 차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JNU의 이번 조치도 정부 권한 발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 측은 앞서 학생회가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실시하면 캠퍼스의 평화를 해칠 수 있다며 징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JNU 학생회 소속 300여명은 이날 정전이 되자 교내 카페테리아로 이동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으로 다큐멘터리 시청을 강행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학생조직인 ABVP 소속 학생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영회를 기획한 측은 좌파학생연맹 산하의 이들이었다.

정부의 공작에도 인도 대학생들 사이에서 문제의 다큐멘터리를 돌려보는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야당의 주세력권인 남부 케랄라주의 여러 캠퍼스들에서 상영회가 예정돼 있다. JNU에서의 상영회를 기획했던 학생운동가 아이쉬 고쉬는 “정부는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인터넷과 전력을 차단했지만, 우리는 시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정부는 그간 야당 지도자들의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통신망 제한 조치를 수시로 발령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인도 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던 2018년에는 통신망 제한이 134차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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