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에 에이브럼스 탱크 31대 지원 발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기로 하자 그동안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탱크 지원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미국도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브럼스 탱크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탱크”라며 “우크라이나의 자국 영토 방어 및 전략적 목표 달성 역량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면서 “러시아군이 러시아로 돌아간다면 이 전쟁은 오늘 끝날 것이며, 전쟁 종식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의 전차 지원 계획에 강력 반발하는 러시아의 반응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서방국들의 단결도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탱크 운용을 위한 연료, 장비를 지원하는 한편, 탱크 운용법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탱크가 고장날 경우에 대비한 M88 구난전차 8대도 함께 지원한다. 이번 지원으로 미국은 지난해말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 지원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무기체계 가운데 전투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제공하게 됐다.

미국 M1 에이브럼스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독일과 미국이 이날 나란히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방의 군사 지원이 변곡점을 맞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낼 탱크를 재고 물량이 아닌 새 조달 계약을 통해 생산하기로 한 만큼 실제 배치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CNN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성격이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억지·방어할 수 있는 항구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의 의미에 대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실행해야 할 전투에 장기적 관점에서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간 탱크 운용상의 어려움, 확전 우려 등을 들어 탱크 지원을 주저했던 미국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 데는 독일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탱크 지원 옵션을 배제한 적은 없지만 지난주까지도 미 정부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독일이 자국 전차 레오파르트2 지원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내걸었으며, 미국이 탱크 1대만 지원해도 독일의 지원이 성사될 수 있었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1개 대대를 편성할 수 있는 규모인 탱크 31개를 지원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 “독일이 내 생각을 바꾸도록 압박한 적이 없다. 우리는 이 일에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부인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미국이 탱크 지원으로 선회한 이유와 관련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역량도 진화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기갑부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