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국 장애인 평등권 없어”…장애인 이동권 조명

최서은 기자

20년 시위에도 장애인 평등한 권리 없어

서울시, 이동권 투쟁 강경 대응 기조

BBC, 한국의 “장애인에 대한 태도” 짚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차 지하철 행동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기자 사진 크게보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열린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차 지하철 행동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기자

영국 BBC방송이 한국에서 장애인들이 오랜 기간 시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BBC는 27일(현지시간) “한국: 20년 동안 시위했지만 여전히 평등한 권리가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 내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이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대응 등을 소개했다.

20년 동안 투쟁했지만…“여전히 가고 싶은 곳 못 가”

기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서울에서 그가 휠체어를 타고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계단 때문에 극장이나 편의점‧카페 등을 갈 수 없다”며 “어딘가에 들어가도 대부분의 경우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 등을 통해 장애인의 실태와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2022.12.27. 강윤중 기자 사진 크게보기

‘출근길 지하철 시위’ 등을 통해 장애인의 실태와 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2022.12.27. 강윤중 기자

BBC는 지난 한 해 동안 박 대표와 전장연 활동가들이 벌였던 지하철 이동권 투쟁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들이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 증가와 지하철 리프트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인 충돌 이유는 인프라와 공공 지출에 관한 것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더 깊다”면서 “장애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지하철 시위에 참가한 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맞거나 일부는 집까지 따라와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시민들이 “왜 집에 있지 않냐?”고 말한다면서 “일반 시민들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해야 한다. 이곳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권리 격차는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BBC는 그러나 그들을 향한 출퇴근길 시민들의 동정심은 부족해 보인다면서 일부 시민들의 비판적인 반응을 전했다.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왜 그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냐”며 “그들이 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출퇴근을 하는 시민들에게 불편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20년 넘게 이런식으로 외쳐왔지만 여전히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들은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투쟁 강경 대응

BBC는 이러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대응도 짚었다.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가해지는 피해와 불편을 더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왜 선량한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장연 측은 오 시장이 그들을 ‘일반 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음달 2일 전장연과의 단독 면담을 가질 예정인 오 시장은 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하철 지연 수반 시위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 시장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이 지연되면서 손해를 보는 시민들이 오히려 약자”라면서 “이미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선 소송을 통해서 보상을 받을 생각이고 그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BBC는 서울 지하철 내 리프트 설치 문제가 정부와 장애인 단체의 협상의 핵심 과제라면서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고 보도했다.

또 장애인 단체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대응이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둘러싼 오해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10대 장애인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 홍윤희 씨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복지로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은 대통령보다 더 잘 산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2016년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애인협동조합 ‘무의’를 설립했고, 딸과 함께 서울 전역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지도를 만들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의 딸 지민 씨는 “지금 한국 사회는 장애인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의 삶은 항상 집에 갇혀 있다. 우리는 정말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어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브이로그, 글쓰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국의 젊은 장애인 여성의 삶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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