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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다 끌어모아 가져간다”…아다나로 가는 길, 끝없이 이어진 구호물품 행렬읽음

아다나 | 김서영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니데에서 아다나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구호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아다나(튀르키예)|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니데에서 아다나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구호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아다나(튀르키예)|문재원 기자

[르포] “닥치는 대로 다 끌어모아 가져간다”…아다나로 가는 길, 끝없이 이어진 구호물품 행렬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구호물품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다나는 7.8규모 강진 피해가 발생한 10개 주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해당 지자체의 이름과 함께 ‘지원 트럭’이라고 써붙인 수십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튀르키예 전역에서 답지한 구호물품들을 실은 차량들이었다. 생수회사에서 보낸 컨테이너도 있었다. 차량들은 잠시 머물렀다가 바쁘게 다시 갈길을 재촉했다.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은 앙카라에서 왔다면서 하타이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불, 식품, 음료수, 물, 베개, 간이 발전기 등등 모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다 끌어모아 가져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니데에서 아다나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구호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아다나(튀르키예)|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니데에서 아다나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진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구호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아다나(튀르키예)|문재원 기자

앞서 경유한 카이세리의 마트에서도 묶음으로 파는 생수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낱개의 생수병 몇개만 눈에 띄었다. 점원은 “대용량 생수는 모두 카흐라만마라스에 구호물품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국가적 재난 앞에 튀르키예 국민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끝없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여전히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 튀르키예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추위와 함께 생존에 필요한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해 ‘2차 재난 위기’에 몰렸다며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실제 대지진의 진원지인 가지안테프에서 약 250㎞ 가량 떨어진 카이세리는 날리는 눈발로 온통 새하얬다.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아직도 잔해 밑에 깔려 있는 사람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진 발생 72시간이 지나면서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과 탈수 증세로 구조대가 올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이스탄불 공항에서 마주친 말레이시아 특별 재난지원 구조팀 단장 압둘 마나프도 “날씨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구조팀은 1999년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에도 구조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선 공항 터미널 전광판에 지진 추모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선 공항 터미널 전광판에 지진 추모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홍콩·말레이시아·대만·타지키스탄 구조대원 등 각국 구조대원들이 각 재난 지역으로 흩어지기 전 정보를 공유하려는 듯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항 내 거의 모든 전광판에는 지진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색 근조 리본이 떠 있었다. 빨간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대만 구조팀은 공항에서 출정식을 했다.

하타이로 간다는 홍콩 구조팀의 한 대원은 “72시간이 지난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물류와 도로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홍콩 구조대가 도착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홍콩 구조대가 도착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서 말레이시아 구조대원과 대만 구조대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서 말레이시아 구조대원과 대만 구조대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타이완 구조대가 출정식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타이완 구조대가 출정식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말레이시아 구조대가 도착해 샌드위치를 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 강진 4일차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내선 공항 터미널에 말레이시아 구조대가 도착해 샌드위치를 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스탄불(튀르키예)|문재원 기자

최소 70개국이 파견한 구조팀이 튀르키예에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지진 피해 사망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오후 1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만7100명을 넘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강진은 21세기 들어 8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지진이다. 지금도 사망자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어 7번째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 규모(사망자 1만8500명)를 곧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확률이 14%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진 직후 보고서에서 해당 확률을 ‘0%’로 잡았던 데서 대폭 상향된 것이다.

현장에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 카라만마라슈의 아파트 잔해에서는 지진 발새아 73시간 만에 55세 남편, 40세 아내, 5세 딸로 이뤄진 가족이 구조됐다. 카흐라만마라슈의 또다른 아파트에서는 18개월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사고 구조됐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구조를 위해 급파된 대한민국 긴급구조대(KDRT)도 활동 개시 첫날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70대 생존자 1명을 처음으로 구조한데 부녀 관계인 40세 남성과 2세 여아 등 모두 5명을 구조했다.

AP통신은 “아직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 구조대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야에서 한 남성이 건물이 무너진 잔해 위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야에서 한 남성이 건물이 무너진 잔해 위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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