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김주애 등장 후 김여정·리설주 권력암투”

고영환 전 부원장, 미 뉴스위크와 인터뷰

“북, 후계 구도 둘러싼 긴장 상황 이어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와 딸인 김주애,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주애가 대외에 소개된 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밀려났다”며 북한에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긴장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 전 부원장은 이어 “김여정은 정권의 중심부에서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던 김정은의 최측근”이라며 “아직 자녀들이 매우 어린 리설주는 김여정이 과하게 적극적이라는 점을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고 전 부원장은 그러면서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에 모종의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각종 공식석상에 자주 등장하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반면 그동안 가까이에서 김 위원장의 곁을 지켰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달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리설주와 김주애가 김 위원장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김 부부장은 북한 매체 중계화면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의 축구 경기에서도 뒷줄 구석에 앉아 있었다.

고 전 부원장은 “모든 한국인이 이 장면을 봤다”며 “김여정이 김주애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전 부원장은 또 아직 어린 김주애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고위 관료와 군부 엘리트에게 4세대 권력 승계를 암시하는 것은 물론 딸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보살피는 아빠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고 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어린 딸을 공개적으로 대내외에 소개한 것이 건강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면서 미사일 발사 현장에 딸과 동행한 것에 대해서는 “미래에 핵무기를 물려주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수단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 전 부위원장은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1991년 한국으로 귀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