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대만 수교 13개국만 남아

이윤정 기자
대만 국기(왼쪽)과 온두라스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만 국기(왼쪽)과 온두라스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25일(현지시간) 대만과 외교 관계를 공식 단절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 1941년 온두라스와 대만의 외교관계 수립 이후 82년 만이다. 이에 대응해 대만은 “온두라스와 단교하며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만 수교국은 13개국만 남게 됐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온두라스는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하지 않기로 했으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온두라스 정부는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못박았다.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를 결정한 이유는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6일 온두라스와의 단교를 발표한 대만 외무부는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연합보는 온두라스가 자국의 노바 파투카 수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3억달러(약 3935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대만이 이를 거절하자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대만과 단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중미 니카라과가 대만과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중국과 손을 잡았는데, 당시에도 중국이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온두라스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16년 5월 집권한 이후 대만과 단교한 9번째 국가이며, 남미에서는 5번째 국가다.

대만 우자오셰 외무부장은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와 차이잉원 총통의 다음 주 해외 순방 간 관련성에 매우 의심이 든다”며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 순방에 나서면서 도중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경유할 예정이다. 이때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온두라스가 단교를 공식화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교황청(바티칸)과 벨리즈, 에스와티니, 과테말라,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3개국으로 줄었다.

다만, 100여 개 비수교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더라도 비공식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대만의 가장 큰 우방인 미국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자국의 ‘뒷마당’ 격인 중남미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모습을 눈 뜨고 지켜보게 된 미국의 초조함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온두라스와 중국이 수교하기 직전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통해 “중국이 외교적 승인을 대가로 한 약속들이 궁극적으로는 이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견제에 나섰지만, 온두라스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온두라스와 중국의 수교에 대해 “미국이 중앙아메리카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대만을 고립시키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좌절됐다”고 25일 평가했다.

AFP통신도 “그동안 라틴 아메리카는 중국과 대만의 핵심 외교 전쟁터였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이들 지역에서 외교적 관계를 넓혀가며 대만과 단교 추세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