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3월’ 에콰도르, 폭우·지진에 산사태까지…국토 절반 ‘비상사태’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집과 건물들이 무너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폭우와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에콰도르에서 이번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한달 새 대형 재해가 잇따라 세 번이나 발생하면서 에콰도르 사회가 큰 슬픔에 빠졌다.

2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에콰도르 중부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현재까지 7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날 오전 당국은 인명피해 규모를 사망자 16명, 실종자 7명으로 발표했으나 오후 들어 사망자 7명, 실종자 62명으로 수정 집계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약 315㎞ 정도 떨어진 침보라소주 알라우시 지역으로, 일요일 저녁 갑자기 토사가 덮치면서 주민들과 주택·건물들이 수t의 진흙더미에 파묻혔다. 한 주민은 현지 언론에 “산비탈이 로켓처럼 미끄러져 내려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우리는 수색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위험관리 프로토콜 가동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주변 지역 소방서 구조대원과 군인, 경찰, 구조견까지 동원돼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구조대가 횃불과 조명 등을 사용해 어둠 속에서도 실종자를 찾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때때로 주변에 침묵을 요구하며 생존자의 미세한 반응에 귀기울였다.

그러나 산사태 영향으로 일대에 전기 공급이 한때 끊기면서, 구조 작업이 더뎌지고 있다. 일부 구조대원은 이미 시간이 꽤 경과했기 때문에 더 많은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구조대원들이 2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알라우시에서 산사태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콰도르 재난관리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30명 이상이 구조됐고, 23명이 부상당했다. 구조 당국은 이번 산사태로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피했고 163채의 집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또 해당 지역의 경기장, 도로, 경기장, 식수 시설 등 각종 인프라가 파괴됐다.

이번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루이스 앙헬 곤잘레스는 AP통신에 “어머니가 진흙 속에 묻혔다”며 “너무 슬프고 황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집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는 노숙자고, 가족도 없다”고 말했다.

다리오 에레라 교통부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끔찍한 비극을 목격해야 했다”며 “사람들을 돌보고 대피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에는 폭우, 지진에 이어 이번 산사태까지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대형 자연재해가 3월 한달에만 세 번 발생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에콰도르 남부 지역에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16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지난 12일에는 사이클론이 25년 만에 에콰도르와 페루 인근을 강타하면서 두 나라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1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에콰도르에는 폭우와 지진에 따른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이미 국토의 절반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어있는 상태다. 24개 주 가운데 14개 주에 비상사태가 내려져 있다. 이번 산사태는 앞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강진이 영향을 미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