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든 초등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 또 억지 주장

이윤정 기자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을 찾은 시민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을 찾은 시민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역사 관련 왜곡 기술을 강화했다. 내년 사용되는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2019년부터 실린 “독도(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주장이 유지됐고, 일부 교과서에는 ‘한국이 70년 정도 전부터 불법으로 점령중’이라는 구체적 내용을 추가했다. 징용·위안부 관련 문제에서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역사수정주의 입장을 반영했고, 임진왜란부터 강제징용까지 일본의 가해 역사는 희석시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8일 검정심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교과서 149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일본 영토에 대한 교육이 강화된다. 5·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독도를 비롯해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 홋카이도 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과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중일 간 영유권 분쟁 지역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서 일본의 고유 영토로 명기했다.

2019년 초등학교 교과서를 시작으로 2020년 중학교에 이어 지난해 모든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억지주장은 초등학교 모든 교과서에서 내용이 강화됐다. 검정심의회는 ‘일본 영토’라는 표현만으로는 아동에게 오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영유권 주장에 관한 표현을 더욱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교육부 등에 따르면, 도쿄서적은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 중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를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로 교체했다. 아울러 이 출판사는 사회 교과서에서도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문구를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로 바꿨다.

일본문교출판은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독도가 포함된 일본 지도에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를 추가로 표시해 시각적으로 독도가 일본 영토인 것처럼 표기했다. 지도만 보면 한국이 현대에 독도를 점유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임진왜란부터 일제 징병까지…가해 역사 희석시켰다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 일본은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가해국으로서의 역사를 대폭 희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49종 교과서 중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에서 징병 관련 내용 중 ‘지원’을 추가해 강제성을 약화시켰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추가됐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의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칼럼 옆 사진의 설명은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다.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기술에서 ‘징병해’를 삭제하고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바꿨다.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새 교과서에서 징병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거나 일부 시기에만 이뤄졌다는 식으로 기술을 변경하고 ‘지원’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강제노동과 관련해서는 ‘강제성’을 희석시킨 내용이 추가됐지만, 내용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표현에서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교체했다.

도쿄서적은 ‘강제’, ‘동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다른 교과서에는 그런 표현이 아예 없었다. 교육출판은 강제징용에 대해서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과 중국에서 많은 사람을 일본으로 끌고 와서 광산 등에서 힘든 노동을 시켰다”는 기술을 유지했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가해국이 됐던 사실은 교과서에서 들어내거나 대폭 줄였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올해 100주년이 되는 간토 대지진을 상세히 설명한 칼럼을 삭제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돼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관련 내용도 대폭 줄었다.

새로운 사회 교과서 중에는 고대사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축소하고, 임진왜란에 관한 기술에서 조선 피해와 관련된 부분을 뺀 책도 있었다. 반면 일본문교출판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 운동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한국 관련 기술이 일부 개선된 대목도 있었다.

한편,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기술은 없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 관련 내용이 나온다.

정부 견해대로 교과서 역사표현 수정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은 2008년부터 본격화했고, 2012년 2차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10여 년 동안 심화됐다. 2008년 3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독도 주장에 차이가 있는 점을 다룬다”는 지침이 들어갔다. 2010년 초등 교과서 검정결과에서는 5학년 사회 5종 모두 독도를 일본영토로 기술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2014년 아베 신조 정권은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고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꿨고, 이후 우경화한 일본 정부의 견해가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실제로 올해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적으면서 ‘일본의 영토’라는 기존 표현을 사용했으나 검정 과정에서 ‘아동이 일본 영토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일본의 고유영토’로 고치고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가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교과서에서 ‘고유’라는 표현을 쓰도록 한 방침이 적용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제연행’ 또는 ‘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정부의 입장과 다른 기술이 검정 과정을 통과할리 없는 만큼 교과서 업체와 집필진은 아예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표현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정부 입장을 반영해야하는 교과서 검정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교과서 역사 왜곡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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