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관련 美 기밀문건, 어떤 내용 담겼고 누가 유출했나

정유진 기자    정원식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 국방부 건물. 로이터통신

미국 버지니아주 국방부 건물. 로이터통신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의 파장이 확산일로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최근 상황이 격전지 전황부터 무기 지원·미사일 고갈 시점까지 자세히 담겨 있다. 이스라엘 등 주요 동맹국을 감청한 내용도 들어 있다. 미 당국은 유출 경로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친 러시아 세력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간)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와 미 극우성향 온라인 게시판인 ‘포챈(4chan)’ 등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부대 증설 및 무기보급 계획, 중국·중동 지역 등에 대한 미군의 기밀 등이 담긴 문건이 유포됐다. 일부 문건은 한달 전부터 게시돼 있었지만, 미 당국은 문건이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확산된 후에서야 그 사실을 알아챘다.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르며, 미 국가안보국(NSA)·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미 고위 관리는 CNN에 “유출된 문건 대부분은 위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러시아군의 공격 시기와 구체적 목표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미 정보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나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 내부 정보망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있는지 알 수 있다. 또 미국은 도청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계획과 전쟁 수행 능력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건에는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최고 군사·정치 지도자들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 계획이 세세하게 담겨 있는데, 서방의 무기가 언제 도착해 어떤 부대에 배치될지까지 자세히 언급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82여단에는 미국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영국제 챌린저 전차 등 모두 150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33여단은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를 비롯해 90대를 받게 된다. 이는 러시아군에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은 심각하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2월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중거리 방공 능력이 5월23일까지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문건에는 SA-11은 이달 13일, 나삼스(NASAMs)는 15일, SA-8은 오는 5월에 고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건 유출로 미국 정부가 알고 있는 러시아 측의 군사 및 안보 정보가 노출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정보가 빠져나간 출처를 파악해 향후 보안을 강화하고 정보 흐름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 이외에 이스라엘과 영국 등 주요 동맹국 상황도 감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 문건에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이 지난 2월 모사드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미 당국은 유출 경로를 파악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배후에 우크라이나와 미국, 나토에 피해를 주고자 하는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군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문건의 생성 날짜는 대체로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인데, 이는 미국이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초청해 봄철 작전을 위한 워게임을 벌인 시기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군의 계획과 관련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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