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10대 소년이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백인 집주인에게 총을 맞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랠프 얄(16)이라는 이름의 흑인 소년이 캔자스시티의 한 주택에서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얄은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쌍둥이 동생들을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주택가를 찾았다. 그러나 실수로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 초인종을 눌렀고, 집주인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85)가 쏜 총에 머리와 팔을 맞았다. 얄은 지난 16일 병원에서 퇴원해 현재 집에서 회복 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레스터는 사건 직후 구금돼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17일 일급 폭행죄와 무장 범행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혼자 있는 집에서 잠자리에 들기 직전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총을 들고 나갔으며, 문 앞에 서 있는 흑인 남성을 보고 침입자라 생각해 총을 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일급 폭행죄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얄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소년이 “백인 남성 가해자”의 총에 맞았다며 “카운티 검사와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조사와 체포, 기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커리 톰슨 클레이 카운티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인종적 요소가 있다”고 밝혔으나 기소장에 인종적 동기에 의해 유발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가 지닌 정보로는 인종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날 지역 주민 수백명은 사건이 발생한 집 앞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얄 가족을 돕고 있는 벤 크럼프 변호사는 레스터가 사건 직후 곧바로 체포돼 기소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단순히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16세 소년을 쏜 사람이 흑인 시민이었다면 곧바로 체포돼 그날 밤 자신의 침대에서 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럼프 변호사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얄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얄의 건강과 정의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