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심 모았던 파라과이 대선, ‘친 대만’ 여당 후보 당선

최서은 기자
산티아고 폐냐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부인과 함께 환호하며 인사를 하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산티아고 폐냐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부인과 함께 환호하며 인사를 하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모은 파라과이 대선에서 ‘친 대만’ 성향인 산티아고 페냐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금전 외교를 앞세운 중국에 몇 안되는 수교국을 차례로 뺏겨온 대만은 파라과이를 지키는데 성공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30일(현지시간)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집권당인 우파 콜로라도당 소속 페냐 후보가 42.7%의 득표율로 중도좌파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27.4%)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냐 후보는 당선 후 “오늘 우리는 개인적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평화, 대화, 우애, 국가적 화해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라며 “모두가 원하는 파라과이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페냐 후보가 속한 콜로라도당은 1947년 이후 딱 4년(2008∼2012년)을 제외하면 70여년 동안 여당의 지위를 잃은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라과이에서는 경기 둔화와 높은 범죄율 등으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13~2018년 집권했던 콜로라도당 소속 호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의 중대 부패 범죄 스캔들까지 터졌다. 페냐 후보는 카르테스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으로, 카르테스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치적 입지를 넓혀온 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알레그레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페냐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콜로라도당의 70년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역시 콜로라도당의 승리였다. 이날 시작된 개표 초반부터 페냐 후보는 알레그레 후보를 크게 앞서며 여유롭게 당선됐다.

에프라인 알레그레 파라과이 야당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에프라인 알레그레 파라과이 야당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 대만 문제였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인 페냐와 알레그레는 대만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친중 성향인 알레그레 후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파라과이의 대표적 수출품인 대두와 소고기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이 파라과이에 제공하는 경제 원조와 유학생 지원 등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헤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페냐 후보는 미국 및 대만이라는 전통적 우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외교 철학을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 1월 CNN과의 인터뷰에선 미국·이스라엘·대만을 ‘파라과이 발전을 위한, 중요한 삼각 구도’로 설명하기도 했다.

페냐 후보가 승리하자 대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온두라스가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상황에서 파라과이까지 잃게 되면 대만의 국제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파라과이 주재 대만 대사관은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로 시민의 민주적 힘을 세계에 보여준 파라과이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면서 “우리는 이 유익한 동반자 관계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 역시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동의 가치와 전통적 우정을 바탕으로 파라과이 새 정부와 협력과 교류를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핑크 타이드’ 물결 속에서 파라과이의 70년 우파 정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이번 선거의 관심사였다. 멕시코, 페루,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온두라스 등은 물론 파라과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페냐 후보의 당선으로 우파 콜로라도당은 이번에도 굳건한 지배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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