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러시아 핵무기, 벨라루스로 오고 있다”

박은하 기자    이윤정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민스크 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2022년 12월 20일 촬영/UPI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민스크 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2022년 12월 20일 촬영/UPI연합뉴스

러시아로부터 전술 핵무기를 받아 자국에 배치하기로 한 벨라루스가 핵무기 이전을 위한 작업이 개시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외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27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러시아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동유럽이 핵 전쟁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핵’을 무기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으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오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이전 배치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나에게 알려왔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핵무기를 옮기는 노력이 시작됐다”면서 “저장 시설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내 배치될 무기는 “비전략적” 핵무기이며 장거리 및 고출력 폭탄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핵무기의 종류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7월 1일까지 핵무기 저장 시설을 완공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지난달 벨라루스 국방부는 러시아로 파견한 군부대가 현지에서 전술 핵무기 운용 훈련을 받고 복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벨라루스 국방부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훈련이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시스템 가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이동식 유도 미사일인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500㎞에 이르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인접국에 핵무기를 새로 배치한 것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은 옛 소련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지만, 이듬해 각국이 핵무기의 러시아 이전에 동의하면서 1996년 핵 이전이 완료됐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자국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핵무기를 이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동유럽이 핵 전쟁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외교국방 전문가 리처드 와이츠는 알자지라에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을 이전한다고 해서 순수하게 군사적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F-16 등 무기를 지원한다면 핵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며, 서방이 조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핵무기 배치 합의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 조처는 러시아가 1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이후 우리가 또 다시 목격하게 되는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의 사례”라며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를 분쟁에 사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벨라루스 내 전술 핵무기 이전 계획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이 전략 태세를 바꿀만한 이유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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