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 철없는 관광객에 또 당했다…반달리즘 희생양 되는 유적들

손우성 기자

스위스·독일 관광객, 콜로세움 벽에 낙서

지난달 23일엔 20대 영국인이 이름 새겨

이탈리아 정부, 징역 5년 엄벌 강조하지만

“모든 방문자 통제 불가능” 한계론도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16일(현지시간) 현지 경찰이 로마 콜로세움에 낙서를 한 혐의로 10대 스위스 청소년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사통신 트위터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16일(현지시간) 현지 경찰이 로마 콜로세움에 낙서를 한 혐의로 10대 스위스 청소년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사통신 트위터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유적이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콜로세움이 또다시 반달리즘(문화재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의 희생양이 됐다. 관광객들의 철없는 행동에 각국 주요 유적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온 17세 청소년이 지난 14일 콜로세움 벽에 글자 ‘N’을 새기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다비드 바탈리노라는 이름의 여행 가이드가 촬영한 영상엔 이 관광객이 콜로세움 벽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자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손뼉 치는 장면이 담겼다.

바탈리노는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나는 이 아이에게 영어로 ‘박수받고 싶느냐’고 물었다”며 “이 아이는 주변의 비난을 받은 뒤 가족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부모에게 콜로세움 벽이 훼손됐다는 사실을 알리자 “걔는 그냥 어린 소녀일 뿐이다. 잘못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콜로세움 훼손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독일 d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독일에서 온 17세 청소년이 콜로세움 1층 내부 벽을 긁었다가 인솔 교사와 함께 보안 요원에 체포됐다.

영국 브리스틀에 거주하는 이반 디미트로프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벽면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적어 훼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브리스틀에 거주하는 이반 디미트로프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벽면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적어 훼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지난달 23일 영국인 관광객 27세 이반 디미트로프가 콜로세움 벽면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나란히 새겼다가 논란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같은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당시 디미트로프는 자신의 행위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향해 웃기까지 해 공분을 샀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를 찾아 엄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탈리아 경찰은 추적 닷새 만에 디미트로프를 체포했다.

그는 이후 로마 시장과 검찰에 사과 편지를 보내 “유감스럽게도 일을 저지르고 난 후에야 그 유적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알게 돼 부끄럽다”는 다소 황당한 변명을 내놨다.

콜로세움을 찾는 관광객들의 ‘만행’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콜로세움 벽돌을 기념품으로 챙겨 가려던 인도 관광객이 덜미를 잡혔고, 검은색 페인트로 ‘모르테(죽음)’이라고 낙서를 한 예도 있다.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에 지어진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으로 과거 검투사들이 맹수들과 결투를 벌였던 곳이다. 연간 6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로마의 대표 유적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콜로세움을 보호하기 위해 2016년부터 훼손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1만5000유로(약 2131만8300원) 벌금과 2년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보안 인력을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도 확충했지만, 관광객들의 반달리즘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지난 7일 17세 캐나다 관광객이 나라현 도쇼다이지 절 기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도쇼다이지 곤도 남서쪽 지붕을 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 옆쪽에 한 소년이 ‘줄리안’이라는 글자를 지상에서 약 170㎝ 떨어진 높이에 손톱으로 새겼다”고 밝혔다. 759년에 만들어진 도쇼다이지는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라 고대 유적지’에 속해 있다.

당시 이 보도를 전한 워싱턴포스트(WP)는 “공익 광고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지켜야 할 규범을 알리고 있지만, 방문자 모두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며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면 유적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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