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살해는 범죄”…‘에코사이드 처벌법’ 도입 물결 가속화

최서은 기자
2023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자들이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자들이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심각한 환경 파괴를 범죄로 간주하는 법안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 의회에서는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에코사이드(ecocide)란 환경(eco)과 집단학살(genocide)의 합성어로, 지구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불러오는 파괴행위를 말한다.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장기간동안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환경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적이고 무자비한 행위’를 저지를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과 하루 1500페소(약 11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법안을 제출한 카리나 바론 페랄레스 하원의원은 “(에코사이드로) 생물 다양성이 파괴돼 일부 종은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인간 역시 호흡기, 위, 신장, 피부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러한 해로운 행위가 마땅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2년여 전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지정한 에코사이드의 법적 정의를 따르고 있다. 2021년 6월 전 세계 변호사와 환경 운동가들이 만든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Stop Ecocide)’는 에코사이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법안 모델을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여러 나라들에서 국내 에코사이드 법안을 만들 때 이를 이용하고 있다.

당시 이 과정에 참여한 인권 변호사 발레리 카바네스는 “에코사이드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 집단 학살, 침략범죄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지난 6월 러시아의 에코사이드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지난 6월 러시아의 에코사이드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베트남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에코사이드를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유럽연합(EU) 국가 최초로 에코사이드 범죄를 도입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카호프카 댐을 파괴해 헤르손주 일대에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야기한 러시아를 상대로 에코사이드 범죄 혐의를 조사 중이다.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스코틀랜드, 브라질 등은 현재 의회에서 입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네덜란드와 브라질에서는 이미 에코사이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고, 벨기에에서는 입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의회도 스페인 형법 내에서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밖에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도 에코사이드 관련 법안 제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U도 유럽의회 차원에서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법무위원회는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해야 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법안이 EU 차원에서 통과되면 모든 EU 회원국은 자국 내에 에코사이드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EU 회원국이 ICC 회원국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결국 이는 에코사이드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톱 에코사이드의 공동 설립자인 조조 메타는 “에코사이드를 막기 위해 강제력 있는 법적 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한 필수 단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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