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 노동력 착취’를 먹고 자란다

최서은 기자
챗GPT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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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마냥 인간을 편리하고 이롭게 할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AI 열풍 뒤에는 숨겨진 사회적 비용이 있다. 인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꺼리는 힘든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고 인간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반대로 기술을 발달시키고자 인간이 기계를 위해서 힘든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급성장하는 AI 산업의 발전 이면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착취’가 있다.

선진국의 AI 기업, AI 훈련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자 착취…“AI 식민주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의 AI 기업은 개발도상국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I는 흔히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는 자동 기계 학습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제3세계 국가에서 인간의 노동 집약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조‧건설 등 전통적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하청에 재하청 구조로 흔히 발생하는 ‘아웃소싱’ 형태는 첨단 기술 집약 산업인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필리핀, 케냐, 베네수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미 스타트업 ‘스케일 AI’의 온라인 근무 플랫폼 리모태스크는 아주 적은 임금으로 필리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AI를 훈련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매일 열악한 환경에서 방대한 양의 로데이터(원자료)를 분류하고 입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선진국의 AI 기업에서 AI의 학습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고, 임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체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 노동자는 2달러(약 2600원)를 벌기 위해 4시간 동안 일했지만, 실제로 지급받은 돈은 30센트(약 400원)에 불과했다고 WP에 전했다. 또 다른 노동자 역시 50달러(약 6만6900원) 임금을 기대하며 3일간의 프로젝트 일을 했지만, 실제로는 12달러(약 1만6000원) 밖에 받지 못했다.

챗GPT.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챗GPT.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네수엘라 역시 AI 기업의 대표적인 ‘아웃소싱’ 국가다. 엘파이스는 “베네수엘라의 많은 ‘유령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돈을 받으며 데이터라벨링 등 AI 훈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데이터 회사 아펜 등에서 일한 다수의 베네수엘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으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한 한 노동자는 엘파이스에 “노예처럼 일하지만, 임금은 낮다”고 호소했다.

또 케냐에서 ‘콘텐츠 모더레이터’로 일하는 AI 노동자들은 저임금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학습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글과 이미지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면서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폭력, 적나라한 시체 사진, 고문, 전쟁 혹은 범죄 영상 등을 업무 내내 봐야 했고,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지경이 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챗GPT의 오픈AI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2달러 미만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매거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AI 식민주의”라면서 “AI가 새로운 식민지 세계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의 데이터라벨링 노동을 연구하는 토론토대학의 박사 과정 학생 줄리안 포사다는 “엄청난 권력 불균형이 있다”며 “플랫폼 기업은 작업 수행 방식을 결정하며, 그들이 게임의 규칙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AI의 숨겨진 또다른 비용 ‘환경’…“막대한 탄소 배출”

AI는 ‘인간 노동력 착취’를 먹고 자란다

AI 발전의 이면에는 또 다른 착취가 있다. 바로 ‘환경’이다. AI를 훈련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글로벌 대안언론 더컨버세이션은 디지털 기술 사용이 항공산업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19년 엠마 스트루벨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AI 모델 버트(BERT)를 학습시키는 동안 약 652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 이는 비행기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갈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은 수준으로, 미국의 자동차가 평생 동안 배출하는 평균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오픈AI는 챗GPT 개발을 위한 GPT-3 훈련 과정에서 1287㎿h의 전력을 소비하고 55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550번 왕복하는 것과 비슷한 양이다.

뿐만 아니라 AI를 실행하려면 많은 양의 물도 필요하다. 대형언어모델(LLM)을 가동할 때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 데이터센터에서 많은 양의 냉각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팀은 GPT-3를 훈련하는 데 21만~70만ℓ의 물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자동차 300~1000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과 동일한 수준이다. 또 챗GPT는 약 20~50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대화를 하기 위해 물 500㎖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구글은 그간 가뭄에 시달려온 우루과이에 매일 760만ℓ의 물을 사용하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AI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9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AI 기업의 물‧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심각한 수준의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AI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그동안 AI에 대한 윤리적 논쟁과 규제 논의도 많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AI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AI의 편향성이나 허위 정보 등으로 악용 가능성, 인권 문제, 저작권 이슈 등에 초점을 맞춰왔다.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노동 및 환경 착취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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