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갈라진 세계…반유대주의와 무슬림 혐오 범죄 급증

정원식 기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 놓고 곳곳에서 갈등

미국,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들 포스터 두고 실랑이 빈번
독일, 음악학교 이·팔 학생들 “더 이상 함께 연주 못해”

<b>한 장소, 두 국기</b>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친이스라엘 시위대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장소, 두 국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친이스라엘 시위대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3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 지지자들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납치됐음(KIDNAPPED)’이라는 글자 아래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들의 사진이 인쇄된 포스터가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하철역 입구나 건물 벽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포스터를 떼내는 사람들과 이를 제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면서다.

미국 내 반유대주의 감시 단체 등이 포스터를 제거하는 사람들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일부는 ‘조리돌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스턴의 한 치과의사와 플로리다 남부의 한 시민은 포스터를 떼내는 영상이 퍼지면서 직장을 잃었다. 포스터를 디자인한 니찬 민츠는 “암울한 시대의 두려움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면서 “(거리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납치된 이들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도 유대계라는 마일스 그랜트(24)는 정말 인질들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오랜 분쟁의 역사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NYT는 “(포스터를 둘러싼) 분란이 폭력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누구의 고통이 더 대중의 관심과 동정을 받아야 하나’를 둘러싼 싸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독일 베를린의 음악학교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에 모인 이스라엘과 아랍 학생들 사이에도 논쟁의 불씨를 퍼뜨렸다.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는 중동 평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자신의 이름을 따 2016년 개설한 4년제 음악학교다. ‘음악이란 수단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낸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이곳에서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란,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지역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는 지난달 초 평소와 다름없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학기를 시작했으나 지난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학생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스라엘 출신 학생들은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에 대해 말했고,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생들은 더 이상 함께 음악을 연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아랍 청소년들을 모아 결성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의 골이 파였다. 팔레스타인 출신 단원인 사미르 오바이도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글들을 올렸다가 일부 이스라엘 단원들로부터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반유대주의와 무슬림 혐오 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이 공개한 통계에서 지난달 7~23일 반유대 사건은 3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지난달 7~24일 사이에 이슬람 혐오 사건이 774건으로 2015년 이후 최대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미국 내 이슬람 신자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보다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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