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뒤흔들 선택…이토록 가슴 졸일 해는 없었다

박용하 기자

한국 총선 등 40개 이상 국가에 선거 줄이어…‘민주주의 슈퍼볼’ 결과 따라 국제정세 요동

트럼프, 바이든, 시진핑, 푸틴

트럼프, 바이든, 시진핑, 푸틴

라이칭더, 허우유이, 젤렌스키, 모디

라이칭더, 허우유이, 젤렌스키, 모디

‘민주주의의 슈퍼볼’. 영국 가디언은 올해 40개국 이상의 국가들에서 선거가 예정된 상황을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에 빗대 이같이 표현했다. 선거가 치러지는 국가들의 인구를 합산하면 세계 인구의 40%를 넘어서는 ‘빅 이벤트’다. 올해 선거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첨예한 지정학적 이익과 맞물려 있어 특히 주목된다. 동아시아 평화가 걸린 중국·대만의 양안 관계, 유럽 안보와 직결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외교·통상 정책 등 국제적 파급력을 지닌 사안들의 향배가 올해 선거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긴장감 속에서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

“독립” 민진당 승리 땐 중국의 군사 위협 증폭

2024년 선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1월 예정된 대만의 총통·입법위원 선거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나올 정도로 양안 관계가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이번 선거는 중대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대중 관계에 있어 어떤 성향을 가진 총통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의 양안 관계나 지역의 안보 정세가 바뀔 수 있다.

총통 선거는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 간 2파전 양상이다. 현재까지는 독립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큰 만큼,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 후보가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에 비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총통·부총통 선거에 나온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들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고, 최근 여론조사에선 동률이 나오기도 해 민진당 측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민진당이 다시 승리하다면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과 역내 다른 동맹국들의 결집으로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을 더 심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은 대만 내 친중 세력의 승리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원하고 있다.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중국은 최근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도발을 벌였으며, 중국의 위성발사용 로켓이 대만 영공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당 측은 이를 중국과의 전쟁 위험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기회로 삼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대선’

푸틴 ‘5선’ 대관식 유력…젤렌스키 재선 ‘기로’

3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돼가는 러시아에서 대선이 열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자신의 출마가 오늘날 러시아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안팎에선 이번 선거로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해 그를 위협할 대권 후보들이 사실상 제거된 상태이고, 푸틴 대통령을 향한 대중의 지지도 아직 굳건한 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5%에 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당선된 이후 현재 4선째다. 2008년 2회 이상 연임을 제한하는 법규정에 걸려 측근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2012년 복귀한 뒤 대권을 놓지 않았다. 이번에 5선에 성공하면 임기를 2030년까지 6년 더 연장하며 총 32년간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30년 기록을 넘어선다.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평시라면 3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만 현행법상 전시 계엄령이 발령된 상태에서는 선거를 실시할 수 없게 돼 있어, 이 규정의 해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재선을 통해 통치 능력을 다시 확인하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젤렌스키 정부 내에서도 전쟁 중 치르는 선거가 당선에 유리하다며 찬성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정치 이벤트’ 11월, 미국 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자국 우선주의 ‘리매치’ 촉각

연말로 접어든 11월에는 올해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미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최종 대결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선 민주당의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붙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할 경우 패배한다는 결과가 잇따라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의 전쟁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일변도 정책을 두고 지지층 내부에서 이견이 충돌하는 상황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고, 최근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그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하며 출마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향후 있을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미칠 파장이 커진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이라 판세를 뒤흔들 판단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본선 경쟁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결과에 관계없이 글로벌 통상 환경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표심을 잡기 위해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내 제조업 육성책이나 강력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의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전반적인 국제질서가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그가 과거 푸틴과 밀월 관계를 보였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까지 검토한 점을 비춰보면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당선시)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전쟁 대응을 위해) 자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이란 ‘총선’ 인도네시아·멕시코 ‘대선’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 주목

여성 인권과 직결된 선거도 있다. ‘히잡 시위’로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오른 이란에서는 3월 총선이 치러져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근본주의 이슬람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야당 후보자 중 25% 이상은 이미 자격을 상실했고, 많은 유권자들은 투표를 보이콧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대선을 치르는 중미 멕시코에서는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전 멕시코시티 시장과 야권 연합 ‘광역 전선’의 소치틀 갈베스 상원의원 등 두 여성 후보간 2파전이 전개될 예정이어서 멕시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에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부각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00만명이 넘는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난민 유입이 급증한 2015~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이들의 유입을 위협으로 보고 엄격한 이주민 통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중도 성향 유럽 정당들도 극우 정당으로 이탈하는 표를 막기 위해 강경한 이민 정책을 마련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에서는 4~5월 열리는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3선 여부가 판가름난다. 모디 총리가 민주주의 억압과 정경 유착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야권 28개 정당의 연합인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INDIA) 그를 저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3선 연임제한에 걸린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새 대통령을 오는 2월 뽑을 예정이며,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튀니지, 가나, 세네갈, 토고, 남수단 등 18개국이 선거를 치른다. 그러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보장하기 힘든 상황인 데다 빈번한 쿠데타로 민주주의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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