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멕시코, ‘선거법 개정’ 반대 집회 수만명 운집…“우리 표에 손대지 말라”

최혜린 기자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광장에서 대선을 앞두고 선거권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광장에서 대선을 앞두고 선거권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6월 대선이 치러지는 멕시코에서 정부가 주도한 선거관리위원회(INE) 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가 18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 7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으며, 국내외 100여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집회에 9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권한을 약화는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달 초 멕시코 의회에 헌법 개정안을 제출해 20여개의 개혁사항을 제안했는데, 여기에는 선관위를 선거자문연구소로 전환해 영향력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이같은 선관위 개편을 밀어붙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선관위 권한과 인력을 축소하는 법안을 제출해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비정부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멕시코 연구원인 타일러 마티아스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제안한 선거 개혁안으로 집권당이 통치를 이어가는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라면서 “선거 당국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대단히 퇴행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선관위와 맺은 과거 ‘악연’ 때문에 무리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06년과 2012년에도 대선에 출마해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이에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고, 2018년 집권에 성공한 후에는 지속적으로 선관위 권한을 축소하려고 시도해왔다.

18일 멕시코시티 조칼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18일 멕시코시티 조칼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한 번 더 개혁을 시도하자, 그가 6월 선거를 앞두고 선거권을 약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며 대규모 시위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선관위의 상징색인 분홍색 옷을 입거나 깃발을 들고 “우리의 표에 손대지 말라” “민주주의는 장난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들(집회를 주최한 이들)은 말로만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떠들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야당 지도자들이 집회에 직접 참석하거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을 겨냥해 ‘정치적 시위’라고 비판한 것이다.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비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수도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하비에르 아리아스(42)는 “정부는 모든 시민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동의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의견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왔다”면서 “이것은 반대 시위지만 당파적인 시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그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62%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여당인 모레나의 다음 대통령 후보로 나선 클라우디아 샤인바움도 지난달 엘파이스 여론조사에서 64%의 지지율을 보이며 상대 후보(31%)를 압도하고 있어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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