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공격으로 홍해에 생긴 ‘기름띠’…전쟁은 어떻게 환경을 망가뜨리나

최혜린 기자
20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미 중부사령부/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미 중부사령부/로이터연합뉴스

세계질서를 혼란에 빠뜨린 국제전쟁이 환경에도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홍해를 건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벨리즈 국적의 영국 소유 선박인 루비마르호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이유 없는 무모한 공격으로 선박이 심하게 손상됐고, 18마일(약 29㎞) 길이의 기름띠가 형성됐다”면서 “루비마르호는 공격받을 당시 4만1000t이 넘는 화학비료를 운송 중이었는데, 이것은 홍해로 유출될 수 있으며 환경재앙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소유의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사건은 후티 반군이 선박 공격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심각한 사건이 될 수 있다”면서 선박 일부에 계속 물이 차올라 기관실도 침수됐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는 이번 침몰로 인한 생태학적 재앙을 막기 위해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정부는 해양보호 관련 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에도 위기 해결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화학비료가 바다에 쏟아질 경우 이미 위기 속에 놓인 홍해의 해양 생태계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헬기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헬기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쟁이 환경을 착취한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전쟁 중에는 물론 회복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가자지구에서 첫 두 달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가장 기후위기에 취약한 20개국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60일간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28만1315t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석탄 15만t을 태울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쟁을 멈춰도 환경 파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전쟁으로 파괴된 10만여개의 건물을 재건하는 데 드는 탄소 배출은 최소 3천만t에 달할 것이며, 이는 뉴질랜드의 연간 CO₂ 배출량과 비슷한 배출량이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벤자민 네이마크는 “이번 연구는 스냅샷일 뿐”이라면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와 독성 오염 물질이 배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12월 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8)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가자지구의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12월 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8)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가자지구의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년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다르지 않다.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 포커스(Climate Focus)’에 따르면 전면전이 시작된 후 7개월간 1억t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됐으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산업화가 진행된 네덜란드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문제도 있다. 본래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녹색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삼림과 습지에 다양한 생태종을 품고 있었다. 올렉산드르 크라스놀루츠키이 우크라이나 환경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자연보호구역 중 3분의 1 이상에 침투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비영리단체 갈등환경관측소 책임자인 더그 위어도 “환경은 전쟁의 소리 없는 희생자”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경각심은 커졌지만, 전쟁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압력으로 세계 각국의 군사 분야 온실 배출량은 투명성이 매우 낮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는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두 전쟁에 따른 환경적 재앙과 기후위기 등이 의제에 올랐지만, 군수 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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