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인들에 “일자리 주겠다”···알고 보니 ‘러-우 참전’ 인신매매

윤기은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각)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사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사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와 네팔인들이 해외 취업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사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뉴델리와 뭄바이 등 7개 도시에서 약 13곳을 동시 수색한 결과 고임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낸 인신매매 조직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CBI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도 젊은이들에게 고임금을 약속하며 “후방에서 러시아군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유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투 훈련을 시키고 최전방에 투입했다.

CBI는 이날까지 인도 청년 35명이 이들에게 속아 전쟁에 참전했으며, 최소 두 명이 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도 외무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23세 인도인 헤밀 만구키야의 사연을 전날 소개했다. 그는 유튜브 구인 영상을 보고 전쟁과 관련 없는 보안 요원 직에 지원해 지난해 12월 집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전장에서 참호를 파고, 탄약을 나르고 소총과 기관총을 다뤄야 했다.

만구키야는 가족과의 통화에서 “생각한 일자리가 아니라 군사 훈련소를 거쳐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갑자기 만구키야의 연락이 끊겼고, 가족들은 며칠 뒤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신매매범들은 일자리를 지원한 사람들이 러시아에 도착하면 러시아로 쓰인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여권을 빼앗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통 2주 미만의 시간 동안 무기 관련 훈련을 받은 뒤 바로 전투 지역에 보내진다.

최근에는 7명의 인도인이 새해에 관광객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붙잡혀 벨라루스로 이송돼 구금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한 남성은 “경찰이 우리를 러시아 당국에 넘겼고, 이들은 우리에게 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도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팔 외무부는 이날까지 “친지가 러시아군에 갇혀있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245건 접수했다. 이 중 피해자 5명은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간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정부는 최근 자국민 수천 명이 러시아군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산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전쟁터로 보내진 네팔인 다수는 일자리가 부족한 빈곤 지역 출신으로 ‘고수입 일자리’라는 공고에 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피해자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을 22세 네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에 갔다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러시아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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