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쇼이구 국방장관 전격 경질…후임에 ‘경제통’ 지명

정원식·선명수 기자

집권 5기 맞아 개각 진행

<b>군복에서 양복으로…</b> 지난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중 경례를 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왼쪽 사진)과 제1부총리 시절인 지난해 11월13일 모스크바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내정자. AP연합뉴스

군복에서 양복으로… 지난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 중 경례를 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왼쪽 사진)과 제1부총리 시절인 지난해 11월13일 모스크바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내정자. AP연합뉴스

경제관료 출신 벨로우소프, 제1부총리로 디지털 경제와 드론 프로그램 등 지휘
우크라전쟁 비용 늘자 국방예산 효율적 통제 필요…‘장기전 대비한 포석’ 분석

집권 5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주역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69)을 전격 경질했다. 후임자로는 경제전문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65)를 지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한 국방 예산을 철저히 관리해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군부 엘리트의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타스통신과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쇼이구 국방장관을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임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후임 국방장관엔 벨로우소프 부총리를 내정했다. 벨로우소프 내정자는 향후 상원 승인을 거쳐 임명될 예정이다.

지난 7일 집권 5기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취임 당일 모든 각료의 사표를 받고 개각을 진행 중이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지난 10일 유임됐다.

쇼이구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2012년부터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했다. 군 경험이 부족한데도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충성심 덕분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반란 사태를 겪은 후에도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그를 경질하지 않았다.

후임자인 벨로우소프는 경제관료 출신이다. 2012년 경제개발부 장관, 2013~2020년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을 거쳐 2020년부터 제1부총리로 일해왔다. 2017년에는 푸틴 대통령에게 디지털 경제와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드론 프로그램을 관리해왔다. 군 복무 경험은 없다.

푸틴 대통령이 군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에게 국방부 수장을 맡긴 것은 전쟁 비용이 늘어나면서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벨로우소프 내정자 인선 배경과 관련해 올해는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7%로 늘어나 냉전 시기인 1980년대 중반(GDP의 7.4%)에 육박했다면서 국방부를 운영할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혁신에 열려 있는 사람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러시아가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규율과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고 평가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인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로이터통신에 “푸틴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러시아 경제의 월등한 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를 서서히 압박해 이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경질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군부 엘리트들이 보여준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 마이클 코프만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쇼이구 경질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경제 엘리트들이 군부 엘리트들의 성과를 압도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쇼이구의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것도 푸틴 대통령이 경질 결심을 굳힌 배경으로 꼽힌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현재 직책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면서 “국방장관 교체에 따른 군사적 측면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구는 명목상 국방장관보다 상위 직책인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이동해 체면은 유지했지만, 권력 핵심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북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러시아군은 진격 사흘 만인 이날 9개 마을을 점령하는 등 파죽지세로 돌격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경에서 약 32㎞ 떨어진 제2 도시 하르키우는 이날까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외곽 지역에선 주민 4500여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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