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헌재, ‘국정농단’ 전 대통령 총선 출마 불허…정국 혼란

최혜린 기자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자택이 있는 콰줄루나탈주 은칸들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자택이 있는 콰줄루나탈주 은칸들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가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총선 출마 자격을 20일(현지시간) 박탈했다.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두고 최대 변수였던 주마 전 대통령의 불출마가 결정되면서 정국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이날 “주마 전 대통령은 범죄 혐의가 인정돼 12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며 “그는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고, 선거에 출마할 자격도 없다”고 판결했다.

이날 헌재 결정은 주마 전 대통령의 출마를 두고 지난 몇 달간 논쟁이 이어진 가운데 나왔다. 앞서 선거법원은 지난달 9일 ‘주마 전 대통령의 입후보를 금지한다’는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출마를 허용했는데, 이에 불복한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한 바 있다. 이날 헌재 판결로 주마 전 대통령은 불출마가 확정됐다.

논쟁의 핵심은 형량이었다. 2009년 임기를 시작한 주마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9년 만인 201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21년 법정모독죄로 징역 15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수감된 지 두 달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남아공 헌법은 12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총선 입후보를 금지하는데, 주마 전 대통령 측은 실제 복역한 기간만 유효한 형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마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치러지는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입지를 더욱 약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유산인 ANC는 지난 30년간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집권했지만 최근 3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 등으로 민심을 잃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과반 득표에 실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신생정당인 움콘도 위시즈웨(MK)당의 대표로 정계에 복귀했고, 자신의 후임자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ANC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뉴욕타임스는 “주마 전 대통령은 열성적인 추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퓰리스트”라고 평가하며 그의 인기를 등에 업은 MK당이 ANC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 판결은 정국 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일각에선 그가 2021년 유죄를 선고받았을 당시 일어난 대규모 폭동으로 최소 300명이 사망했던 일을 거론하며 이번 판결로 극단적인 정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마 전 대통령이 불출마해도 선거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헌재 판결로 출마는 금지됐지만, MK당 대표 신분은 유지돼 그의 얼굴이 새겨진 투표용지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MK당은 이날 판결이 나온 이후 성명을 내고 “헌재 결정은 실망스럽지만 우리를 낙담시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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