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서방 우방국에 대한 금기 깬 ICC 카림 칸 검사장

윤기은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지도부에 체포영장 청구' 주도한 ICC 카림 칸 검사장은 누구?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서방 우방국에 대한 금기 깬 ICC 카림 칸 검사장

지난 20일(현지시간)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54·사진)은 두 곳을 향해 칼을 겨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3명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칸 검사장은 ‘서방 우방국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ICC 내 암묵적 규칙을 깼다. 되레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그를 옹호하는 우방국에 정면 도전했다.

칸 검사장은 1970년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소수 분파인 아흐마디야 이민자들과 교류하며 지냈다. 아흐마디야는 이단 취급을 받으며 파키스탄에서 탄압받은 분파다.

칸 검사장은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박해받는 공동체에 속하며 겪은 경험으로 인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변호사, 영국 검찰청 검사 등 경력을 쌓고 1997년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로 부임했다. 이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캄보디아·레바논 특별재판소 등에서 일해왔다. ‘유엔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전쟁범죄 조사단’(UNITAD) 조사단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전 케냐 대통령, 리비아 최고지도자였던 고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 등 전범 혐의 피의자를 변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거 칸 검사장은 “변호인을 악마의 화신으로 여기거나, 검사가 ‘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등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호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오피니언주리스에 해명했다.

칸 검사장이 9년 임기의 ICC 검사장으로 선출된 건 2021년이다. 국경을 넘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려는 취지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근거해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만들어진 ICC 재판부와 검찰은 서방 우방국 지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나 수사는 회피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CC의 한 고위 관료는 부임한 칸 검사장에게 “이 법정은 아프리카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깡패들을 위해 세워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칸 검사장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직접 내 하마스 간부 3명(살인·성폭력 등)과 이스라엘 총리·국방장관(전쟁범죄 등)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던 미국과 영국은 돌변했다. 칸 검사장은 체포 영장을 청구한 뒤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것은 ‘마녀사냥’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 독립적인 검찰이자 재판부로서 (세계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법적 절차일 뿐”이라며 “이스라엘이 인질을 데려올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그런 행위는 반드시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해야 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불편부당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캐서린 게구트 노팅엄대 부교수는 더컨버세이션에 “가자지구 범죄에 대한 기소는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과 동맹을 활용하는 지도자들에게 ‘권력 정치’가 끝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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