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베를린 시내서 체첸 반군 지휘관 저격
푸틴 “애국자”…미·러 수감자 교환 명단에
1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간 전격 수감자 교환 대상에는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58)가 포함됐다.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으로, 독일에서 백주대낮에 체첸 반군 출신 인사를 살해해 종신형을 받은 인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인질 교환’ 대상으로 언급해, 일부 언론은 그를 러시아 측 “협상의 핵심”이라고 평가해 왔다.
크라시코프는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전 체첸 반군 지휘관을 살해해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는 대낮에 조지아 출신의 전 체첸 반군 지휘관 젤림칸 칸고슈빌리(40)의 머리를 총격했다. 장소는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클라이너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크라시코프는 자전거에 탄 채였다. 다수 아이와 부모가 공원에 놀러 나온 시각이어서 일부 시민은 살인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독일 법원에 따르면 그는 총격 후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달아나 권총, 변장 물품 등이 든 가방을 인근 슈프레강에 던졌다. 이후 전동 스쿠터 탑승을 시도했으나,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버린 물건들은 잠수부에 의해 회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크라시코프를 두고 “다방면 (수감자 교환) 거래의 핵심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크라시코프 귀환 소망을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크라시코프가 “협상의 중심”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특히 크라시코프를 교환 대상으로 거론해 주목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TV 인터뷰에서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정보기관이 접촉 중이라며 ‘상응하는 조치’가 있다면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환 상대로 크라시코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애국심을 갖고 유럽 국가 수도 중 한 곳에서 강도(bandit)를 제거한 사람”이라고 말해 크라시코프를 콕 집은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 검찰은 크라시코프가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구 KGB의 후신)에 속해 암살 등 해외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크라시코프 몸에 새겨진 독특한 문신이 러시아 특수부대 소속 여부를 확인하는 결정적 근거였다.
독일 당국은 크라시코프의 암살이 푸틴 지시에 따른 것이라 의심했지만, 크라시코프는 자신이 ‘바딤 소콜로프’라는 이름의 엔지니어이며 당시 관광 중이었을 뿐이라고 고집했다. NYT는 “이러한 ‘충성심’은 전 KGB 요원인 푸틴이 높이 사는 것”이라면서 이번 포로 교환은 푸틴 대통령이 ‘동료’를 구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WSJ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 암살자의 석방은 이중의 메시지다. 크렘린은 적들을, 그들이 서방으로 도망가더라도 사냥한다는 것. 그리고 그는 그의 정부에 충성하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