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이 오는 9월 차기 총재 선거를 앞둔 가운데 당원·당우 표를 합친 ‘지방표’ 비중이 논란이 됐다. 현행 총재 선출 방식은 당 소속 국회의원이 과잉 대표되는 반면 민심 반영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명분은 ‘비자금 스캔들’ 이후 하락세인 당 지지 기반을 밑바닥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지만, 당 장악력이 약한 후보가 돌파구 탐색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8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이 전날 “(지방의 목소리가)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다면, 당의 성장과 당세 유지에 강하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9월 총재 선거와 관련해 “당장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며 지방표의 비중 변경 등을 재검토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반발한 것이다.
자민당 규정상 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표와 지방표를 합쳐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방표는 당 의원 숫자(현재 381명)와 동수로, ‘100만 당원’ 등 투표에 따른 득표율을 환산해 후보자별로 배분된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상위 후보자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이때 국회의원은 다시 1인 1표인 반면 지방은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47개 도도부현에 1표씩 할당돼 일반 당원 민심이 과소 대표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민당 내에선 최근 지방표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당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도카이 기사부로 당 정무조사회장은 지난 5월 당원표 가치를 더 중시하는 형태로 총재 선거 규정 재검토를 시사했고, 지난 6월엔 우스자와 쓰토무 이와테현 간사장이 당 본부에 “지방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며 선거 규칙 재검토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입장에선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는 셈법이 엿보인다. 그는 2012년 총재 선거 1차 투표 때 당원표를 크게 얻어 1위였으나, 지방표 없이 의원 투표만으로 치러진 당시 결선 투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패배한 바 있다.
2021년 총재 선거 결선 역시 비슷했다.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담당상(현 디지털상)이 지방표는 39표로 압도했으나, 국회의원 표를 많이 받은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승리로 끝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에도 여러 유력 언론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 1위를 거듭 차지하고 있지만, 당내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재 유력 후보군은 최근 당 의원 지지 확보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비자금 스캔들 이후 해산했던 자민당 내 파벌들이 활동을 재개했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비롯한 ‘기시다파’는 최근 기시다 총리가 출마할 경우 집단 지지 의사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견 의원들은 “지방 (민심)보다 국회의원 표에 의존하는 후보는 반대할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