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라인업’이 12일 확정됐다.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고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총 9명 후보자가 출사표를 냈다. 입후보에 추천인이 필요해진 1972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직전까지 총재 선거 최다 출마자는 5명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 ‘만년 잠룡’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63)이 멀찍이 뒤쫓는 것으로 나타나 ‘2강 1중’ 평가가 나온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61),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49),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3),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68),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68)도 출마를 선언했고,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71)은 전날 마지막 후보자로 나섰다.
추천인 20명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64)과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65)은 단일화 논의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 노다 전 총무상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지지할 방침이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에 취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복수의 현지 언론이 전했다.
출마를 선언한 9명 면면을 보면 40대 남성 2명, 60대 남성 5명, 60대 이상 여성 2명이다. 40대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으로, 40대 의원이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은 2009년 당시 40대 중반이던 고노 디지털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이후 처음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당선될 경우 44세에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여성 후보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외무상 등 2명이다. 1955년 자민당 창당 후 여성 총재는 나온 적이 없다. 세습 정치인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이시바 전 간사장, ‘고노 담화’로 잘 알려진 고노 요헤이 전 내각관방장관의 장남인 고노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 5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절반 이상이다.
역대급으로 후보가 난립한 배경으로는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 이후 당내 파벌 대부분이 해체되면서 물밑 교통정리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내 6개 파벌 중 아소파 이외 모두가 해산을 결정한 이후 치르는 첫 총재 선거”라며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 문제에 따른 정치개혁과 성장 전략 등 경제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종 판세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5번째 도전에 나선 이시바 전 간사장과 첫 출전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호도 1위 각축을 벌이고는 있지만, 둘 모두 온건 보수로 분류돼 당내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등 강성 보수 세력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을 차기 의회 선거에 공천해선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당 밖에는 쇄신으로 비치지만 당내 의원들의 표심을 얻는 데는 불리한 요소라는 딜레마도 있다.
후보자들은 이날 오후 소견 발표 연설회를 각각 열었고, 13일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이후 투·개표일인 오는 27일까지 총 15일간의 선거기간 동안 전국 8곳에서 연설회·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자민당 신임 총재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후임 총리로 지명하는 임시국회를 내달 1일 소집하기로 했다. 이날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양원 본회의에서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새 내각을 발족할 예정이다. 신임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여파를 넘어서기 위해 중의원 해산, 조기 총선거 실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