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발언 겨냥한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서방이 허용할 경우 이는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사용 범위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 수위가 점차 고조되는 모양새다.
AFP,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의 관련 질문에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이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협에 따라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 유럽연합(EU), 미국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할 수 있다며 “만약 이 결정이 내려진다면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접 참여는 분쟁의 본질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서방산 무기 사용에 가해졌던 제약 해제를 더 적극 논의하겠단 취지로 발언한 이후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11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이우에서 만나 ‘러시아의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에 “긴급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워싱턴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날 때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7억17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꾸준히 미국 등 서방 동맹국에 러시아 내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한 장거리 무기 사용 승인을 요청해 왔다. 미국은 서방과 러시아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우려해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후방 목표물을 노리는 데에는 반대해 왔으나, 최근 제약을 느슨히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