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관세 인상 앞두고 심경 복잡한 EU…‘유럽 내 판매가 하한 설정’ 중국 제안 재검토

권재현 기자
독일 뮌헨에서 지난해 9월에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행사에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뮌헨에서 지난해 9월에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행사에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고율 관세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유럽 내 판매가격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회동에서 “(중국 측의) ‘가격 약속’을 새롭게 검토(renewed look)하기로 합의했다”고 올로프 질 집행위 무역 담당 대변인이 밝혔다.

앞서 중국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EU의 ‘과잉 보조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수출 시 판매가 하한을 설정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EU는 지난 12일 보조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기에 불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열린 이날 고위급 회동 결과 이 문제를 재고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이르면 오는 25일쯤으로 예상되는 EU 회원국 간 관세 최종 투표를 앞두고 중국 측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측은 이날 회동 뒤 각자 실무협상팀에 “상호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질 대변인은 설명했다. 장관급 소통 채널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강경했던 집행위의 입장 선회에는 최근 주요 회원국들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계획에 잇달아 우려를 표명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과잉 보조금을 받아 저가에 유입돼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상계관세 17.0∼36.3%포인트를 추가한 27.0∼46.3%로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런 계획이 5년간 확정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 투표에서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관세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에 관세 인상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당초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부과에 찬성했으나, 막판에 입장을 번복했다.

독일, 이탈리아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시 무역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 중이다.

결국 집행위로선 중국과 막판 협상을 통해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관세 투표 부결로 체면을 구기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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