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지역의회, 소녀상 ‘영구 존치’ 결의안 통과…당국 철거 추진에 반대 뜻

조문희 기자

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로 가결

그러나 존치 결의안은 구속력 없어

2020년 10월 한 시민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 한 시민이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한을 약 일주일 앞두고 지역 의회가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베를린 미테구 의회는 19일(현지시간)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하고 미테구청이 베를린시 당국과 협의에 나서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7표, 반대 15표, 기권 7표로 가결했다.

미테구는 베를린 소녀상이 자리한 곳이다. 소녀상을 현재 위치에 영구적 기념비로 보전해달라는 미테구 주민들의 청원도 찬성 27표, 반대 16표를 얻어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철거를 시사한 뒤인 지난 6월 녹색당·좌파당·사회민주당(SPD) 소속 구의원들이 발의했다.

다만 존치 결의안은 구청의 행정 절차에 구속력은 없다. 미테구 의회는 지난 2020년 9월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존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미테구청이 못 박은 철거 시한은 오는 28일이다. 슈테파니 렘링거 구청장은 구의회에 출석해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에 철거통지서를 보낼 것”이라며 “원한다면 미테구 내 사유지에 대체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코리아협의회와 만나 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렘링거 구청장은 한국과 일본 양측의 정치적 압력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우호·친선 목적이 아닌 외국 사절단의 방문은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베를린시와 연방 외무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5명은 지난 6일 렘링거 구청장을 찾아가 소녀상 존치를 요구한 바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렘링거 구청장의 제안에 대해 소녀상 인근의 위안부박물관과 연계한 교육사업 등을 감안하면 현재 위치가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구청과 대화는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베그너 시장은 지난 5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던 중 “여성 상대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엔 찬성하지만, 더는 ‘일방적인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미테구청은 소녀상 철거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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