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만들고 교육 가치 강조…‘공자의 세계화’ 꿈꾸는 중국

글·사진 취푸 | 박은하 특파원

국제공자문화제 40주년

니산세계유학센터에 설치된 72m 규모 공자 동상.

니산세계유학센터에 설치된 72m 규모 공자 동상.

전국 60곳 동시 제사 생중계
인형·노트 등 기념 상품 판매

공자 탄생 2575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국제공자문화제가 지난 27일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지닝시 취푸에서 개막했다. 중국 정부는 공자를 중국인의 스승으로 강조하며 유교문화 부흥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일대일로 사업과 결합해 공자를 통한 ‘중국 정신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9월 공자 탄신일(9월28일)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공자문화제는 올해 40주년으로, ‘공자와의 대화: 문명 간 상호 학습’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 기간 내내 ‘세계의 공자’를 강조했다. 린우 산둥성 당 위원회 서기는 개막식에서 “나라마다 독보적인 특수한 전통문화를 갖고 있으며, 우수한 전통문화가 번성해야 세계 문명도 영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면서 “공자 사상은 중국식 현대화의 바탕이 됐으며, 교류 속에 발전해 인류문명에 기여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개막식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유교문화권이라 분류되는 한국, 일본, 베트남 외에도 마다가스카르, 몰디브, 아르메니아, 말레이시아, 팔레스타인이 참석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5대륙 35개국 370명이 초청됐다. 이들은 공자와 유교 사상에서 교육의 가치를 주목했다.

쥐스탱 투켈리 마다가스카르 국회의장은 “공자는 중국의 사상이지만 보편성이 있다”며 “내가 이해하는 공자 사상의 핵심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다”고 말했다.

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28일 오전 열린 공자 탄생 기념 제사다. 산둥망 등에 따르면 취푸 공묘 대성전을 중심으로 전국 60곳에서 동시 제사가 열리며 생중계됐다. 당의 선전을 책임지는 리슈레이 중앙선전부 부장이 취푸 공묘 제사에 참석했다. 양, 소, 돼지 등 공물 봉헌과 주요 인사들의 참배가 이어졌다.

산둥성에서 공자는 존경받는 인물이면서 하나의 캐릭터 상품이었다. 지닝에서는 인자하고 귀여운 할아버지 모양으로 만든 공자 인형과 노트 등을 볼 수 있었다. 공묘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사장은 “TV 생중계로 축제를 봤다”고 전했다.

공자의 이미지는 중국에서 부침을 겪었다. 1910년대 신문화운동을 주도한 신지식인들은 중국 근대화가 늦어진 이유로 유교를 지목했다.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 공자는 구질서의 핵심이자 노예정신을 옹호한 인물로 비판받았다. 공자는 2000년대 이후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으로 부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취푸의 공자 유적지와 후손들을 찾아 공자 사상을 연구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자의 지위는 더욱 격상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마르크스 사상의 위기와 세계화 조류 속에서 중국 지도부가 공자 사상을 새로운 정신의 구심점으로 찾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충과 효, 조화, 질서를 강조하는 공자 사상이 문화적 보수주의에 걸맞다는 분석도 있다. 지닝시의 한 공무원은 “공자 사상 가운데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며 “중국의 외교정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화이부동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와의 외교관계에서 강조하는 원칙으로, 중국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공격적인 공자 세계화 정책은 부작용과 반감도 낳았다. 미·중 갈등과 맞물려 공자학원이 학술교류를 명목으로 해외 학계 동향을 파악, 간섭하고 해외 활동요원을 모집하는 기관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미국 내 공자학원은 90% 가까이 퇴출됐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중국 정부가 최근 새로운 공자 세계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에서 산둥성의 초청을 받고 온 고성배 한국차문화연합회장은 “중국 정부도 급진적인 공자 세계화 전략이 반감을 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략을 다시 짰다”며 “정치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인성교육과 문화교류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푸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니산에 2019년 건립된 니산세계유학센터가 ‘공자 세계화 2.0’을 추진하는 중심 기관이다. 공원에는 72m 거대 공자 동상이 있다. 센터는 중국 전통건물, 바티칸 대성당, 러시아 정교회 성당,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동남아시아 불교 사찰 등 세계 각지 종교시설 양식이 모두 섞여 있었다. 안내원은 “‘화이부동 천하대동’ 사상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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