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하나의 중국’ 원칙 등의 내용이 담긴 ‘중·일 4대 정치문건’의 약속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이시바 총리에게 보낸 축하 전문에서 “중국과 일본은 작은 물 한줄기를 사이에 둔 이웃 국가”라며 양국의 평화 공존과 협력이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일본이 중국과 마주 보고 가면서 중·일 4대 정치문건의 원칙과 공동인식을 준수하고,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해 신시대 요구에 맞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 ·일 관계 구축에 힘쓰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언급한 중·일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당시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가리킨다.
이 문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상호 주권·영토 완전성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대만에 우호적 행보를 보일 때마다 중·일 4대 정치문건을 내세워 ‘하나의 중국’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 주석의 메시지는 이시바 총리의 안보 성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시바 총리의 지론인 ‘아시아판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창설’을 두고 향후 중국과 일본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게재된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기고문에서 “중국 등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고 이 틀 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나 핵 반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총리는 같은 날 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과 관련해 “외무성·방위성과 확인하면서 구체화하겠다”고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는 당내 비주류로 한·일 관계 등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중국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강경책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내각에도 총리 본인을 포함해 방위상 출신이 4명이 포함돼 ‘안보 매파’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