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
바이든·오바마 “월즈 승리”
트럼프 SNS에 “밴스 압승”
사실상 투표 전 마지막 토론
민주·공화 “우세” 아전인수
미국 ‘흙수저’ 부통령 후보 간 TV 토론이 마무리된 1일(현지시간) 양측 인사들은 서로 자기 후보가 우세했다며 아전인수식 평가를 내놨다. 외신은 승부 이전에 두 사람이 상호 예의를 갖춘 채 정책 위주로 토론을 진행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이날 TV 토론을 마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를 믿으라. 나는 좋은 부통령의 모습이 무엇인지 안다”며 “오늘 밤 토론은 내 친구 팀 월즈가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엑스에서 “이번 토론은 이 선거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상기시켜준다. 팀 월즈는 전국의 일하는 가족과 미국인을 위한 실제 해결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진보를 위해 싸우는 그와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캠프는 “경제, 의료, 외교정책, 여성 생식권, 총기 폭력 등 모든 이슈에서 월즈 주지사가 승리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밴스 의원이 토론에서 완승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잘했어 JD,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거야” “JD가 압승했다” 등 글을 올렸다.
정치권과 달리 언론은 토론이 진행된 방식에 눈길을 줬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토론 후 “이 토론은 선동적인 수사와 두 번의 (트럼프 전 대통령 상대) 암살 시도로 얼룩진 추악한 선거 캠페인의 마지막 단계에서 놀랍도록 정중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토론 시작 전 두 사람은 간단히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고, 시작 이후엔 초반부터 외교·안보 정책, 기후변화, 이민자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이슈에 집중했다. 상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자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토론 상대에 대한 비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끼어들기 발언은 일부 있었지만 고성은 거의 없었다.
중간중간 두 후보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등 예의를 지켰고 마무리 발언 때는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총기 문제와 관련해 월즈 후보가 공공시설에서 총격 사건을 목격한 자녀의 경험담을 전하자 밴스는 “안타까운 일이고 주님의 자비를 구한다”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월즈 주지사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반박하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내가) 잘못 말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밴스 의원은 자신이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 등으로 비판했다가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에 관해 “난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던 적이 있지만, 내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잘못 알았다는 사실도 매우 솔직히 밝혀왔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이 가장 강하게 충돌한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부정과 1·6 의회 습격 사태를 주제로 토론할 때로,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졌느냐”는 질문에 밴스 의원이 “나는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고 되묻자 “그건 답변이 아니다(damning no answer)”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두 사람은) 개인적인 공격으로 서로를 괴롭히지 않고 정책에 집중했다”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최근 몇 년 사이 낯설게 돼 버린 리더십 유형을 보여줬다. 이런 생산적 어조는 미국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약간이나마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