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주택 “‘도전’하고 ‘진화’하는 음악가 되고파, 지휘 도전 생각도”

올댓아트 김예림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5.30 14:0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5.30 14:11

‘도전하면 실패하고, 머무르면 썩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실패의 두려움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바리톤 김주택이 걸어온 길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고교 졸업과 동시에 무작정 유학을 떠났다. 일찍이 건너간 유럽에서 ‘동양의 카푸칠리’라는 수식어로 세계 무대를 휩쓸었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전하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지금, 유튜브 <노래하는 주택>을 시작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리톤 김주택 l 아트앤아티스트

김주택은 인터뷰 도중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며 시도 읊었다. 너무도 많은 매력을 지닌 그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이 아주 남다르다는 거다. 밝은 미소로 대화 나누다가도 음악에 관한 질문에서는 잠시 멈칫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신중하게 내뱉은 그의 대답에는 진정성이 묻어있었다.

■김주택과 이탈리아

“그냥 이탈리아가 좋았다.”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탈리아로 떠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축구 게임 캐릭터를 고를 때도 이탈리아를 고를 정도로 이탈리아를 그냥 좋아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궁금했다. 이탈리아는 성악의 본고장이자 예술의 나라이지 않나.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무작정 떠났다.”

짧은 여행이라도 고향이 그리운 법. 남들보다 더 일찍, 더 넓은 무대를 꿈꿨던 김주택의 유학 생활에도 외로움이 짙게 드리웠다. 당시 이탈리아에 또래 친구가 없어 더욱 외로웠던 그에겐 음악만이 친구이자 위로였다.

오페라 DVD를 빌려 오케스트라 총보와 함께 자주 감상했다. 그렇게 감상하던 오페라 배역을 실제로 맡게 됐을 때, 그는 이미 모든 파트의 노래를 외우고 있었다. “오페라 영상을 악보와 함께 공부하는 걸 추천한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성악가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유학 생활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된 건 영상과 악보를 계속 본 것”. 김주택의 말이다.

바리톤 김주택 l 아트앤아티스트

늘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던 김주택은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이 경험하고, 나쁜 경험이면 다시 안 하면 된다. 노래로 연장해서 이야기하면, 오페라에 등장하는 다양한 감정은 삶에서 미리 느껴보는 게 좋다.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습관적으로 하던 것에선 새로움을 느낄 수 없다.”

새로움과 호기심을 좇아 떠난 이탈리아. 인생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보낸 그곳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에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인 이탈리아의 민요, ‘칸초네’를 수록한 앨범 <이탈리아나>도 발매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성악가 친구들과 칸초네를 부르면 직원들도 따라 부른다. 칸초네는 그만큼 유명하고, 또 흥겨운 음악이다. 이탈리아인들만의 정서를 내 노래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바리톤 김주택

바리톤 김주택 l 아트앤아티스트

김주택은 일찍이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전세계 무대에 올랐다. 지탱할 곳 없이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하는 것. 성악가에게 무대에 서는 것이란 뛰어난 노래 실력만큼이나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공연 전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평상시 낙천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멘탈 관리 이전에는 완벽한 연습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연습이 완벽하면 상대적으로 긴장이 덜하다. 그럼 무대를 즐기러 가는 발걸음이 되더라.”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무대에 설까. “내가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관객이 우선이다. 관객 없는 연주자는 의미가 없다. 관객을 위해 노래하고, 관객이 원하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성악가로서의 가장 큰 사명이다.”

활발하고 낙천적인 면모. 천상 성악가의 특성을 가진듯한 김주택은 성악 외의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있다.

“지휘를 해보고 싶다. 성악은 전체 극에서 한 부분이지만,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 연주했을 때, 선생님께서 ‘음악가는 귀가 열려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정명훈 선생님의 지휘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기회가 생긴다면 선생님과 같은 지휘자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

바리톤 김주택 l 아트앤아티스트

음악가의 삶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한다.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시간에 따른 감정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김주택의 삶의 흐름에서, 그의 음악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5년 전, 조카가 태어났을 때 누나에게 음반을 선물해 줬다. 당시 앨범에 ‘시간에 기대어‘라는 노래를 담았는데, 최근 그 곡을 다시 부르니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나는 노래가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대의 구조, 목소리의 톤 등 모든 것이 더 깊고 성숙해진다. ‘시간에 기대어’에 ‘소원하다’라는 단어가 나오는 데, 이전에는 이 단어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어떤 감정인 건지 알겠더라”.

그는 이 말을 하며, ‘시간에 기대어’의 한 소절을 불러 말 대신 노래로 자신의 느낌을 전달했다. 아래의 영상으로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바리톤 김주택 - 시간에 기대어ㅣ유튜브 <노래하는 주택>

그의 유튜브는 한국 곡이 주를 이룬다. 한국어는 노래하기 힘든 언어라고 알려졌다. “한국어 노래를 한다고 해서 발성을 바꾸진 않는다. 바뀌는 게 있다면, 장르에 따라 목소리의 톤을 달리하는 것뿐이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상황과 음악의 분위기에 맞게 카멜레온같이 변해야 한다. 발성보다도 음악 전반적인 분위기에 흡수되는 편이다.”

■새로움을 향한 도전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토록 과감한 도전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클래식을 알리고 싶었다. 성악가는 한 우물만 판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팬텀싱어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그 관념이 깨졌다. 성악만이, 정통 클래식 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인 것은 아니다.” 어떤 장르든 그저 노래가 좋았다던 김주택은 훗날 성악가가 할 수 있는 뮤지컬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바리톤 김주택 l 아트앤아티스트

장르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 성행이다. 이러한 유행 속에서 지금의 클래식 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모든 콘텐츠를 손가락 터치 한번으로 접할 수 있다. 그에 맞춰 음악 역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는 진화된 음악의 장르이다. 애초에 장르의 구분이 없었던 것처럼 크로스오버 음악을 즐겨주길 바란다. 사실 듣기 좋은 음악이 가장 좋은 음악이지 않나. 어느 날 우연히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면, 그 음악이 최고인 거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클래식 팬들에게 김주택은 오래전부터 유명 인사였다. 고등학생 당시 이대웅 콩쿠르 영상으로 이름을 알렸고, 그 후 해외 활동을 하면서도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자신을 나타냈다. 그리고, 지금 <노래하는 주택>이라는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을 찾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영상으로 담는 게 익숙했던 것 같다. 영상을 찍다 보면 나 자신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새로운 영상 촬영을 위해 레퍼토리 고민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기도 한다. 추후에는 성악 강의 영상도 찍을 계획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 때문일까. 김주택이 유튜브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여 만에 <노래하는 주택>은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에게 유튜브 영상 중 한 곡을 추천해달라 하자, 망설임 없이 김광진의 ‘편지’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가장 좋아했던 노래다. 너무도 유명한 곡이고 많은 분들이 부르셨지만, 개개인마다 호소하는 메시지가 다르다. 성악가가 부르는 ‘편지’는 어떨지 느껴보시길 바란다.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리톤 김주택 - 편지ㅣ유튜브 <노래하는 주택>

바리톤 김주택은 오는 7월, 이탈리아 베로나의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축제가 잠정 연기됐다.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축제이며 100년이 넘게 이어진 페스티벌이다. 큰 공연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상황이 안정된 후 더 좋은 공연으로 찾아뵙겠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클래식 음악이 ‘미래 지향적’ 일 수 있을까? 바리톤 김주택을 만난 후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우리 삶도 클래식 음악도 ‘진화’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 펼쳐질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김주택의 무궁무진한 음악세계가 기대된다.

사진ㅣ아트앤아티스트

<올댓아트 김예림 인턴 allthat_ar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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