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캐스팅 최강자? 육군이 만든 '군 뮤지컬'이 화제인 이유

올댓아트 임승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11.15 16:0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11.24 10:17

10월 22일, 여섯 번째 군 창작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가 개막했습니다. <메이사의 노래>는 UN 가입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이틀간의 언택트 공연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과 먼저 만난 후, 본격적인 오프라인 공연을 시작했죠. 개막 이전부터 현재 군 복무 중인 인피니트 엘, B.A.P 출신의 정대현, 엑소 찬열 등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오랫동안 내전이 이어진 가상의 국가 카무르와 K-POP 오디션이 진행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K-POP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라만’은 고된 과정 끝에 우승의 문턱에 다다르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디션이 참가한 진짜 이유를 털어놓으며 카무르에서 만난 파병 한국군 ‘메이사’를 찾고 싶다 말합니다.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공연 사진|하우팜즈

<메이사의 노래>는 총과 칼, 전쟁이 아닌 문화의 힘으로 평화를 이룩하고 있는 유엔 평화군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란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국제 연합 UN이 편성한 다국적 군대를 말합니다. 공연은 ‘노래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군 뮤지컬의 소재를 확장시켰습니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 엑소의 ‘으르렁’, 2PM의 ‘HeartBeat’ 등 K-POP을 적극 활용해 친근함과 대중성을 더하기도 했죠.

그러나 군 뮤지컬이란 개념이 여전히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은 국내에서 제작된 역대 군 뮤지컬의 역사를 돌아보며, 해당 작품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도록 할까요?

최초의 군 창작 뮤지컬, 'MINE(마인)'

군 뮤지컬이란 육군 본부의 주최로 만들어진 작품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민간 공연 제작사들과 협업하는 추세인데요. <메이사의 노래> 또한 제작사 ‘하우팜즈’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군대의 정책 홍보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대중에게 생소한 군 관련 역사적 소재를 다루죠. 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객들에게 애국정신을 전달하는 것 또한 군 뮤지컬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군 뮤지컬은 국방 홍보 자원대 소속 병사들을 차출해 배우로 기용하는데요. 이때 군 복무 중인 유명 연예인들이 주로 선발되어 작품에 참여합니다. 때문에 공연계에선 육군이야말로 ‘캐스팅 최강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최초의 군 창작 뮤지컬은 2008년 육군 본부에서 주관한 입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중명 중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군인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부자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건군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되었고, 육군 이미지 제고와 군인들의 사기 진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PR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건국 최초 창작 뮤지컬의 성공을 기념해, 의 사진이 담긴 우표도 출시됐습니다.

공연에는 당시 군 복무를 하고 있던 가수 강타와 배우 양동근을 필두로, 40여 명의 육군 장병들이 출연했습니다. 5~6명의 민간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현역 군인이었죠. 현재 중소극장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배우 고상호와 이용규 또한 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더불어 은 상업 공연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애썼는데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애니> 등을 연출한 김덕남 연출가를 비롯해 김태근 작곡가, 서병구 안무가 등, 현역 창작진들을 기용해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려 했습니다. 또한 현대무용과 비보잉 요소를 추가해, 지루할 것이라는 군 뮤지컬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했죠. 하지만 아쉽게도 대중들의 관심은 크게 얻지 못하며, 작품은 국방부의 자축 행사 수준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한류 스타들로 화제 모았던 '생명의 항해'

두 번째 군 뮤지컬은 국방부와 한국뮤지컬협회에서 공동 제작한 <생명의 항해>(2010)입니다. 1950년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피난민 1만 4천여 명을 구출한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항해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기록이자, 2010년 당시 기네스북에 오른 사건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항해> 또한 6.25 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작품은 흥남 부두에서 구출되어 메러디스 호를 타고 떠난 북한 피난민 ‘해강’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죠. 군 복무 중이던 배우 이준기, 주지훈 그리고 뮤지컬 배우 김다현이 출연했으며, 민간 뮤지컬 배우로는 윤공주와 손현정, 문종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외에도 1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군 장병 배우 42명과 스태프 13명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한류 스타로 불리던 배우 이준기와 주지훈의 출연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대중들에게도 크게 홍보가 되었으며, 티켓 예매율도 적지 않은 숫자를 기록했는데요. 그러나 프로파간다적인 메시지와 계몽성이 짙은 줄거리로 인해 평단의 긍정적인 평가는 얻지 못했습니다. ‘선전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후기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눈 여겨볼 점은 현재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허도영이 해당 작품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그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 <애니>, <작은 아씨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일반 장병들에게 진로 모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군 뮤지컬이 추구하는 역할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캐스팅의 시작, 'The Promise'

2013년 개막한 는 6.25 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제작된 작품입니다. 6.25 전쟁 당시, 동고동락하며 생사를 함께한 전우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요. 현역 연기자와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며, 개막 이전부터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었죠. 군 복무 중이던 배우 지현우와 김무열 그리고 초신성 윤학, 슈퍼주니어 이특, 에이트 이현 등이 참여했습니다.

특히나 ‘상진’ 역을 연기한 김무열은 공연계의 베테랑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 미> 등에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선생’을 연기한 에이트 이현 또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연기와 음색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연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과 주된 관객층을 고려하지 않은 연출이 그 이유였는데요. 그럼에도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무대는 관객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대형 뮤지컬이 처음이었던 김소희 안무가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죠.

이것이 진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공연 사진 | 쇼노트,육군

2018년 초연되어 2019년 앙코르 공연을 올린 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이 작품은 건국 70주년 기념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육군본부가 주최하고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제작했습니다. 1910년 항일 독립운동 기지로 설립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청춘들의 삶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신흥무관학교>는 탄탄한 스토리와 서사로 기존 뮤지컬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공연입니다.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하여,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죠. 반공의식을 강조하거나 군인을 영웅화하던 이전의 군 뮤지컬과 달리,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루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뇌리에 남는 화려한 군무와 중독성 넘치는 넘버 등, 상업극으로서도 경쟁력 있는 완성도를 갖추었는데요.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대상, 여우신인상, 안무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신흥무관학교>는 역대 육군 제작 뮤지컬 중 최다 지역, 최다 회차 공연으로 자리매김하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창작진에는 뮤지컬 <다원 영의 악의 기원>, <미아 파밀리아>의 이희준 작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해적>, <알렉산더>의 박정아 작곡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2018년 초연에는 군 복무 중이던 배우 지창욱과 강하늘, 인피니트 성규가 출연했으며, 민간 배우로는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임찬민을 필두로 이태은, 신혜지가 참여했습니다. 2019년 앙코르 공연에는 기존 캐스트에 군 복무 중이던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이재균, 2AM 조권, 샤이니 온유 그리고 민간 뮤지컬 배우 홍서영이 추가 캐스팅되어 활약했습니다.

<신흥무관학교>에선 2019년 ‘팔도’ 역으로 분했던 2AM 조권의 재발견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대중 가수로서의 창법이 뮤지컬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성량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작품 이후, 조권은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뮤지컬 <제이미>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도 했죠.

‘피켓팅’ 자랑했던 '귀환'

뮤지컬 <귀환> 공연 사진 | 인사이트

뮤지컬 <귀환>은 2019년 초연되어 2020년 앙코르 공연을 올린 작품입니다.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전사자 유해 발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요. 참전용사 ‘승호’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그들의 성장과 희생을 그려냈습니다. 또한 연극 <프라이드>, <알앤제이> 등을 연출한 김동연 연출가가 참여했으며, <신흥무관학교>에 이어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가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화려한 캐스팅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초연에는 병사 엑소 시우민, 샤이니 온유, 2AM 조권, 빅스 엔, 인피니트의 성규와 성열,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윤지성 그리고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이재균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공연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민간 뮤지컬 배우 이지숙과 최수진 등이 출연했죠. 이어진 앙코르 공연에는 군 복무 중인 엑소 디오, 브로맨스 윤은오, FT 아일랜드 이홍기를 비롯해 현역 아이돌 김세정과 양지원, 뮤지컬 배우 이지혜와 이건명 등이 추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귀환>은 K-POP 아이돌들의 대거 출연으로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티켓 오픈 30여 분 만에 1~3회차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등, 치열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펼쳐졌는데요. 자연스레 해외 한류 팬들에게 긍정적인 군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해당 생중계 관람객 수는 250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공연 사진|하우팜즈

최근 들어 신선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군 뮤지컬. 특히나 <메이사의 노래>는 반공·애국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파간다적 작품이 아닌, ‘문화’와 ‘예술’을 앞세워 평화를 노래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이전 군 뮤지컬들과 차별화되는데요. 젊은 세대와 해외 관객들을 겨냥한 K-POP 넘버들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공연계의 대모’로 불리는 이지나 연출과 뮤지컬계 스타 음악감독인 김문정 음악감독의 참여로도 화제가 된 <메이사의 노래>. 과연 군 뮤지컬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2021.10.22 ~11.27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공연시간 160분 (인터미션 15분)
8세 이상 관람가

김명수, 박찬열, 정대현, 문용석, 브래드 리틀, 마이클 리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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