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부터 ‘서른 즈음에’까지...주크박스 뮤지컬 열전

올댓아트 유민수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8.12.03 14:30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8.12.03 16:10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의 대중음악들로 만든 뮤지컬을 엮는 개념입니다. 스웨덴의 팝 그룹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나, 미국의 로큰롤 그룹 포 시즌스의 노래로 채워진 뮤지컬 <저지 보이스>가 그 예시입니다. 이름은 동전을 넣으면 히트 팝 음악을 들려주었던 음악상자 ‘주크박스’에서 따왔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왼쪽)와 <저지 보이스>의 공연 모습. | 신시컴퍼니,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중가요는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와 다른 양상을 띱니다. 뮤지컬 넘버는 장면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중가요는 짧은 시간 안에 말하려고 하는 주제를 모두 전달하는 것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인데요. 더불어 보통의 뮤지컬들이 이야기에 맞춰 음악을 쓰는 방식을 택한다면, 주크박스 뮤지컬은 나와있는 노래에 맞추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때문에 ‘내용의 유기성이 떨어진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이전의 노래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 들려주며 독특한 매력을 뽐냅니다.

2018년에는 유독 많은 주크박스 작품들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1990년대의 가요를 모은 <젊음의 행진>을 시작으로, 신중현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미인>, 닐 세다카의 음악이 담긴 <오! 캐롤>, 김창완의 노래로 채워진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까지, 소재도 이야기도 다양한 작품들이었는데요. 연말의 대세도 주크박스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故 이영훈의 노래들부터 6080 팝송까지, 다양한 대중가요로 2018 연말을 물들일 주크박스 뮤지컬들을 알아봅니다.

뮤지컬 <미인>의 공연 모습. | 홍컴퍼니

■세대를 뛰어넘는 명곡의 힘!
故 이영훈 작곡가 노래로 만든 <광화문연가>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옛사랑’ ‘광화문연가’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추억을 자극하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2011년 초연 이후, 여러 번 재연되며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 모습. | CJ ENM

이영훈은 1980년대 활동을 시작한 작곡가입니다. 1985년, 가수 이문세의 3집 앨범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를 만들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로 인기를 끌었고, ‘한국 팝 발라드 장르의 개척자’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젊은 시절을 이영훈의 노래와 함께 보낸 사람들에게, 그의 음악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듯, 중년의 주인공이 1980년대의 젊은 시절로 기억 여행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품의 내용과 음악의 힘은 맞물려 극장을 찾은 중년 관객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광화문연가>의 음악은 젊은 관객들에게도 유효합니다. 작품에는 아이돌 그룹 빅뱅이 2008년 리메이크한 ‘붉은 노을’은 물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사운드트랙으로 인기를 끈 ‘소녀’ 등 2030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어 노래를 ‘떼창’ 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객석에서 일어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커튼콜로, 노래와 안무, 조명이 어우러져 콘서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네요.

뮤지컬 <광화문 연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2018.11.02 ~ 2019.01.20
기본가 6만~14만원
공연시간 150분(중간 휴식 20분)
출연
안재욱, 이건명, 강필석, 구원영, 김호영, 이석훈, 정욱진, 찬동(브로맨스), 이은율, 임강희, 린지, 이봄소리(김다혜), 정연, 장은아, 오석원

■김광석과 청와대 경호실의 공통점은?
故 김광석 명곡들 담은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날들’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등 故 김광석의 명곡들을 얹었는데요. 담담한 어조가 돋보였던 원곡을 풍부한 감성의 오케스트라 반주로 풀어냈습니다. 경호실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답게, 화려한 액션을 더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뮤지컬 <그날들>에 참여했던 유준상.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 ‘사랑했지만’ 뮤직비디오(지창욱)

청와대와 김광석,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주제를 엮은 건 작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의 대본을 쓴 극작가 장유정은 한 인터뷰를 통해 “김광석은 인생의 고비마다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사람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고, 그에 대한 부채감을 공연으로 풀어내게 되었다는데요. <그날들>의 이야기는 ‘나를 희생해 타인을 지킨다’는 주제로 김광석과 경호원 이야기를 연결한 결과였습니다.

작품의 음악을 맡은 음악감독 장소영은 “김광석의 음악에 새로운 옷을 입혔다”고 말했는데요. 이전의 노래를 적절히 사용해 스토리를 이어간 것이 눈길을 끕니다. 2막에서는 ‘꽃’과 ‘내 사람이여’를 동시에 부르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경호원들이 경호 시범을 보이며 ‘꽃’을 부르면, 주인공 정학이 ‘내 사람이여’를 솔로로 부르는 식이었습니다. 두 곡을 엮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김광석의 노래를 다른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와 접붙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The musical Awards] The days(그날들) “꽃 + 내 사람이여”

뮤지컬 <그날들>
부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2018.12.23 ~ 2018.12.30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9.02.22 ~ 2019.05.06
기본가 6만~13만원
공연시간 155분 (중간 휴식 20분)
출연
유준상, 이필모, 엄기준, 최재웅, 오종혁, 온주완, 남우현, 최서연, 제이민, 서현철, 이정열, 최지호, 김산호, 박정표, 강영석, 이진희 등

■<라이온 킹> 사운드 트랙부터 ‘YMCA’까지
6080 히트 팝은 여기 다 모였다! 뮤지컬 <메노포즈>

뮤지컬 <메노포즈>는 폐경기를 맞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인데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원곡 그대로를 사용했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곡의 가사와 제목을 극 중의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합니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끄는데요. ‘The Lion Sleeps Tonight’이나 ‘YMCA’ 등 세대를 아우르는 유명 팝송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Menopause The Musical®

상황에 맞추어 바뀐 가사의 예시를 몇 개 살펴볼까요?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영화 <라이온 킹> 삽입곡 ‘The Lion Sleeps Tonight(사자는 오늘 밤 잠든다)’은 ‘My Husband Sleeps Tonight(내 남편은 오늘 밤 잠든다)’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던 남편이, 이제는 어떤 의상을 입어도 잠에 빠져 아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려 애쓴다는 내용의 노래 ‘Great Pretender’는 건망증에 시달리는 여성의 마음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합니다.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을 변형해 쓰는 것은 공연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요. 뮤지컬 <메노포즈>는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화에 따라 찾아오는 증상을 당당히 마주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원곡의 가사를 재미있게 비튼 음악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자연스레 폐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는데요. ‘폐경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깰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뮤지컬 <메노포즈>의 2018년 공연 포스터. (왼쪽부터) 황석정, 신효범, 홍지민. | 달컴퍼니

뮤지컬 <메노포즈>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8.11.27 ~ 2019.01.20
기본가 6만~12만원
공연시간 120분(중간 휴식 없음)
출연
문희경, 홍지민, 신효범, 김선경, 백주연, 주아, 이경미, 조혜련, 박준면, 유보영, 황석정, 장이주

<올댓아트 유민수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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