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시작 전 다같이 내는 그 소리, 왜 하는 것일까?

정혜원 공연 칼럼니스트
입력2018.12.18 13:30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착석한 후 악장이 등장하고, 오보에 연주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A음을 달라는 신호다. 오보에가 A음을 내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그리고 다같이 조율을 한다. 왜 오보에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왜 A음에 맞춰 조율(tuning)을 하는 걸까?

오보에. | 위키피디아

오보에는 겹리드(double reed)를 사용하는 목관악기이다. 오보에가 조율을 맡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겹리드를 사용해 음의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악기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음을 맞추기 까다로운데, 오보에는 다른 악기에 비해 비교적 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다른 악기에 맞추기도 어렵다) 그리고 비브라토가 거의 없고 소리 자체의 전달력이 좋기 때문에 수십 명의 단원들에게 기준음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할 때 목관악기에 대해 설명할 때면 플롯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클라리넷까지는 얼추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오보에 사진을 보여주면 ‘이게 뭐지? 처음보는 악기인데.’ 하는 반응이다. 생김새가 익숙지 않을지언정 Gabriel’s Oboe를 들려주고 이 소리의 주인공이 오보에라고 설명하면 모두들 ‘이 소리가 오보에 소리였어?’ 라며 반가워한다. 특유의 음색이 주는 따뜻하면서도 묘한 느낌의 오보에가 오케스트라 공연 시작 전 듣게 되는 그 소리라는 것을 기억하자.

A음으로 조율을 하는 이유는 왜일까? 악기들은 개방음일 때 가장 안정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 현악기의 경우 줄을 누르지 않고 현만 그을 때, 관악기는 키를 누르지 않고 내는 소리가 개방음이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개방음이 다 다르지만 비교적 많이 겹치는 음이 A음이기 때문에 조율음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클라리넷이나 호른같은 몇몇 악기는 A음을 낼 때 키를 많이 눌러야 하기 때문에 Bb으로 다시 조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의 위치 ― 공교롭게도 위치마저 오케스트라의 정 가운데이다. | 위키피디아

항상 오케스트라 조율을 오보에가 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 협연의 경우, 무대 앞에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되는데, 악장이 피아노의 A음을 누른 후 조율하면 다른 단원들도 그 음에 맞춘다. 관악 없이 현악 오케스트라일 경우엔 당연히 악장이 조율을 하고, 앙상블의 경우도 피아노가 있으면 피아노가, 현악 앙상블일 경우에는 제1바이올린이 조율을 맡는다.

국악 앙상블의 경우는 더 어렵다. 마치 J.S.Bach의 시대처럼 Prelude를 연주하며 직접 조율을 한 것처럼 원래 국악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춰가는 방식이었다. 국악기의 특성상 서양악기처럼 음이 정확하지 않은데, 현대에 와서 서양악기와 합주를 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노출되다 보니 해결책이 필요했다. 국악기가 비교적 통일하기 쉬운 Eb을 사용해 조율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양 관악기와 국악관현악이 합주를 할 경우에는 Bb으로 조율한 후 Eb으로 한 번 더 맞춰보기도 한다. 그래도 정확한 음높이를 통일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계속 조율하며 연습하곤 한다. 이것은 국악 관현악이 활성화되면서 악기들도 점차 현대화게 맞게 변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Pixabay

오케스트라 공연 시작마다 형식적으로 똑같은 음을 내보며 손을 푼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튜닝은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가진 악기가 모두 제각각이라 튜닝을 하지 않으면 조화로운 소리를 얻을 수 없다. 일류 오케스트라는 튜닝부터가 듣기 좋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드물지만 현대에 와서는 조율기계의 음에 맞춰 조율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특정 악기의 기준음을 듣고 조율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앞으로 공연 전 조율을 할 때 악기마다 음높이를 정확히 맞춰가는 그 과정을 유심히 들어보자. 그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세심한 노력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뜻깊은 순간을.

▶Edgar Varese가 오케스트라 조율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

NYO perform Edgar Varese : Tuning Up - BBC Proms 2012

<정혜원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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