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의 ‘위키드’, 존 레전드의 ‘지크슈’…팝스타의 뮤지컬 사랑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입력2019.05.23 10:25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5.23 10:31

뮤지컬을 사랑하는 팝스타

뮤지컬 영화 <캣츠>에서 봄발루리나 역을 맡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 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뮤지컬이 사랑하는 팝스타들은 대대적으로 있었다. <맘마미아!> 아바, <저지보이즈>의 포시즌스, <드림걸즈>의 슈프림스, <티나>의 티나 터너 등 수많은 팝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나 끊임없이 사랑을 받았다. 역으로 팝스타들도 뮤지컬을 사랑하는 모습을 그들의 앨범이나 행보에서 보여주곤 한다.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혜성>의 주인공을 맡았던 조쉬 그로반은 제 72회 토니어워즈에서 사회를 맡았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 12월 개봉하는 톰 후퍼 감독의 뮤지컬 영화 <캣츠>에서 봄발루리나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최근 대중들에게 여느 때 보다 뜨거운 사랑 받고 있는 두 명의 팝스타들도 뮤지컬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팝의 여왕 ‘아리아나 그란데’가 사랑한 <위키드>”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는 노래 가사를 보고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생각할 수도, 포미닛의 ‘핫이슈’를 생각할 수도, 오로나민C 광고 송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나의 가사를 보고 유추하는 노래가 이처럼 다른 것처럼, 같은 멜로디를 듣고도 떠오르는 가사가 다른 곡도 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라는 가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 멜로디를 듣고 아리아나 그란데의 ‘7 rings’를 먼저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히트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신곡 ‘7 rings’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넘버 ‘My Favorite Things’를 샘플링한 곡이다. 뮤지컬 원곡은 천둥번개가 치는 밤, 무서워 잠에 들지 못하는 폰트랩가 아이들을 위해 주인공 마리아가 불러주는 노래로,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보면 힘들고 슬픈 상황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를 샘플링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7rings’

동명의 뮤지컬 영화에서 줄리 앤드류스의 목소리로 널리 기억되는 이 명곡은 고양이 수염, 반짝이는 주전자, 초인종, 눈송이 등 소박한 소확행템이 담겨 있다. 비록 이 곡을 샘플링했지만, 2019년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는 이와는 대조적인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셀러브리티로서의 블링 블링한 삶을 담고 있는데, 속눈썹과 다이아몬드, ATM기 등 보이는 것, 마음에 드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자신의 재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

아리아나 그란데는 현재 가장 핫한 최고의 팝스타이지만, 데뷔는 브로드웨이에서 했다. 뮤지컬 <퍼레이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작곡가 제이스 로버트 브라운은 2008년 13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13>을 버나드 B 제이콥 씨어터에서 올린다. 십 대의 고민을 담은 이 공연은 성인 배우는 일체 등장하지 않고 십 대들로 구성되었는데, 밴드마저 십 대로 꾸려 화제를 모았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 작품에서 샬롯 역을 맡으며 브로드웨이에 정식 데뷔를 한다. 이후 니켈로디언 TV 시리즈 ‘빅토리어스’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며, 2013년 정규앨범을 내며 가수로 첫 선을 보인다.

NBC에서 방영된 <헤어스프레이 라이브!>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는 페니 역을 연기했다. | NBC, Photo by Justin Lubin, Chris Haston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했기 때문인지 아리아나 그란데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큰 편이다. 2016년에 NBC에서 방영된 라이브 뮤지컬 시리즈 <헤어스프레이 라이브!>에서 페니 핑글턴을 연기하며, 제니퍼 허드슨, 크리스틴 체노웨스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또한, 뮤지컬 <위키드>와도 인연이 깊은 편. 2012년 가수 미카의 싱글 ‘Popular Song’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이 곡은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 ‘Popular’의 후렴구와 가사를 샘플링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카의 노래는 뮤지컬 <위키드>10주년 기념 음반에 실리기도 했는데, 이후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는 <위키드> 15주년 기념 음반에도 다시 한 번 수록된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자신의 인스타에 뮤지컬 <위키드>의 15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 아리아나 그란데 인스타그램

2018년 핼러윈 시즌을 맞이해서 NBC 방송에서는 뮤지컬 <위키드> 15주년을 기념하는 쇼, 를 방영했다. 애덤 램버트, 레디시,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체노웨스 등이 참여했는데, 당시 파혼의 아픔을 겪은 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아리아나 그란데가 뮤지컬 넘버 ‘The Wizard and I’를 콘서트에서 불러 더욱 화제가 되었다. 그는 개인 인스타에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의 15주년을 축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는데, 이후 이 버전은 15주년 기념 음반에 수록된다.

“R&B 황태자 존 레전드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면서 EGOT를 달성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EGOT는 에미(Emmy), 그래미(Grammy), 오스카(Oscar), 토니(Tony)를 지칭하는 것으로 TV, 영화, 음악, 연극·뮤지컬 부문에서 주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의 이름을 합쳐놓은 것이다. 이 중 하나만 받아도 가문의 영광일텐데, 네 개의 분야에서 모두 수상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 많은 엔터테이너 중에서 리차드 로저스, 리타 모레노, 오드리 헵번, 마빈 햄리시, 우피 골드버그 등 오직 15인만이 EGOT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재즈 스타 역을 맡은 존 레전드 | 네이버 영화

흑인 남성으로는 최초로 가수 존 레전드가 이름을 올렸다. 2006년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R&B 앨범상을 시작으로, 소울풀한 목소리로 리스너들의 가슴을 울린 그는 10개의 그래미 어워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5년에는 영화 <셀마>의 O.S.T로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영역을 확장한다. 2016년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서 재즈 스타 키이스 역을 맡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017년에는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의 O.S.T에서 타이틀곡을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의 주제곡 ‘Beauty and the Beast’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존 레전드가 함께 불러 화제가 되었다.

그런 그가 토니어워즈에서는 무슨 작품으로 상을 받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문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존 레전드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 존 레전드는 2017년 연극 <지트니>의 프로듀서로 토니어워즈에서 베스트 리바이벌 연극상을 수상한다. 이 연극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불법 택시 운전을 하는 이들의 힘겨운 삶을 다룬 1982년 작품이다. 2018년에는 드디어 에미상을 수상하며 EGOT클럽에 입성하는데, 그에게 이 영광을 준 작품은 바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다.

NBC에서 방영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 지저스 역을 연기한 존 레전드. | NBC, Photo by Patrick Randak

2018년 4월 1일 NBC방송국에서 라이브로 방영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존 레전드는 주인공 지저스 역을 맡아 찬사를 받는다. 원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역시 라이브 방송 버전으로 그와 함께 EGOT클럽에 입성한다. 1971년 초연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당시 예수를 록스타에 비유해 큰 반향을 일으키며 40년간 사랑을 받았는데, 존 레전드는 흑인 특유의 홀리한 매력을 뽐내며 개성 넘치는 지저스의 파격 변신을 보여주었다.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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