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썸씽로튼’ 예습하기!

올댓아트 이참슬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06.17 10:35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6.17 10:39

학문과 예술, 문화가 부흥하던 르네상스. 16세기 영국의 르네상스를 주름잡은 스타 작가가 있었으니, 익숙한 그 이름 ‘윌리엄 셰익스피어’이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전국 각지에서 매일 공연될 만큼 남다른 명성을 자랑하지만, 당시 작가가 어디 셰익스피어뿐이었겠는가.

뮤지컬 <썸씽로튼> 최초 내한 기자간담회 사진. 왼쪽부터 커크패트릭 형제, 케빈 맥컬럼, 한국 프로듀서 신재홍, 출연 배우들 | 클립서비스 제공.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캐리 커크패트릭,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는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시절 상상하던 아이디어를 끄집어냈다. “전 세계 가장 유명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그늘 아래서 연극 작품을 만들어내는 극작가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자!”

*커크패트릭 형제의 엉뚱한 아이디어*
두 명의 무명 형제 작가가 있었다면?
흥행에 실패한 작가들이 예언자를 찾아갔다면?
그 예언자가 형편없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였다면?
예언자가 두 세기를 앞서 뮤지컬의 흥행을 예언했다면?
셰익스피어가 허세스럽고 섹시한 록스타 스타일이었다면?
.
.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로 스토리를 더해가기 시작했고, 영국 희극작가 존 오파렐(공동 극작가), 브로드웨이에서 핫한 크리에이터 케빈 맥컬럼(프로듀서)(대표작 뮤지컬 <렌트> <인더하이츠> <애비뉴Q>), 케이시 니콜로(연출)(대표작 뮤지컬 <북오브몰몬> <알라딘> 등의 참여로 탄생한 코미디 뮤지컬 <썸씽로튼>). 브로드웨이 화제의 뮤지컬이 2019년 6월 9일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시작했다. 셰익스피어, 뮤지컬 레퍼런스, 영어 공연…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고민이 되는가? 걱정하지 마시라.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썸씽로튼>. 빠르게 예습해보자.

“공연계를 잡아먹은 괴물 천재, 셰익스피어”
거장 셰익스피어는 근엄하고 진중할 것 같지만 <썸씽로튼> 속 셰익스피어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대했던 모습과 정반대일 수도 있다.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화려하고 섹시한 록스타 같은 셰익스피어의 모습, 상상이 되는가?

프레디 머큐리를 연상시키는 록스타 셰익스피어의 넘버 ‘Will Power’ | 올댓아트 이참슬

뮤지컬 속 셰익스피어는 어딜 가나 관심 집중, 극장가를 점령해 팬을 몰고 다니는 르네상스의 최고 핫한 록스타이다. 허세스럽고 자신감 넘쳐 보이지만 인기의 크기만큼 초조함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의 작업을 베껴서라도 성공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드러낸다. 극중 극작가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셰익스피어의 명성에 가려 번번이 실패하고, 형 닉은 그를 미워하기까지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흔적은 뮤지컬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썸씽로튼>의 배경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개막했을 당시이다. 막이 오르면 무대 뒤편 ‘World Premiere, Shakespeare’s Romeo and Juliet’(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세계 최초 상연)이라고 적혀있는 배경이 보인다.

*리처드 2세
잉글랜드 왕 리처드 2세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역사 희극. 극중 닉과 나이젤은 리처드 2세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셰익스피어에게 선수를 뺏기고 만다. 셰익스피어에게만 열광하는 사람들을 비꼬며 화를 내는 닉의 모습은 넘버 ‘God, I Hate Shakespeare’에서 잘 드러난다.

뮤지컬 ‘썸씽로튼’ 2019 내한공연 프레스콜[한글자막] - God I Hate Shakespeare

*베니스의 상인
<썸씽로튼>에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이름을 가져온 인물들이 있다. 빚을 독촉하는 대금업자 ‘샤일록’과 동생 작가 나이젤과 사랑에 빠지는 ‘포샤’. <베니스의 상인> 속 샤일록은 상인 바사니오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사악한 고리대금업자이다. 포샤는 가난한 바사니오와 사랑에 빠지는 거부의 상속자이자 바사니오를 위험에서 구하는 인물이다. <썸씽로튼> 속 샤일록은 유대인인 탓에 공식적인 투자자가 될 수는 없지만 닉의 조력자를 자처하며 예술의 후원자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포샤는 청교도인으로 설정돼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왼쪽) 음유시인과 시민들 뒤에 보이는 무대 장치에 쓰여있는 ‘World Premiere, Shakespeare’s Romeo and Juliet‘, (가운데) 리처드 2세를 선보이는 닉과 배우들. (오른쪽) 빚을 독촉하러 닉을 찾아간 샤일록. | 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제공, 올댓아트 이참슬

*소네트18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그대를 여름날에 비유해도 될까요?)라는 구절로 익숙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은 록 스피릿을 담아 재탄생 되었다. 셰익스피어가 등장하자 팬들은 소네트를 읽어 달라고 외치고, 셰익스피어는 이 낭만적인 시를 샤우팅을 담아 마치 록 음악처럼 불러 웃음을 자아낸다.

뮤지컬 ‘썸씽로튼’ 2019 내한공연 프레스콜[한글자막] - Will Power

*햄릿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로도 유명한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은 덴마크를 배경으로 아버지 왕을 죽이고 어머니 왕비와 결혼한 작은아버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를 하면서 겪는 왕자 햄릿의 이야기이다. 뮤지컬 장르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닉 바텀에게 ‘너무 앞서간’ 예언을 한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 뮤지컬을 선보였지만 실패한 닉은 다시 그를 찾아간다. 토마스는 예언에서 셰익스피어의 차기작 <햄릿>(Hamlet)을 보지만 살짝 잘못 읽어 <오믈릿>(Omelet)이 제목이라고 알려준다. 주인공의 설정 역시 ‘덴마크 왕자’가 아닌 ‘덴마크식 페스츄리를 먹는 사람’으로 잘못 전달되지만, 바텀 형제는 셰익스피어를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극 <오믈릿>을 준비한다. 셰익스피어가 바텀 형제의 작품을 훔친 것이라는 설정도 들어가 있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아는 만큼 더 재밌는 ‘A Musical’”
셰익스피어보다 성공하고 싶은 닉에게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소개한다. 대사 대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반짝이는 조명, 화려한 코러스가 채워지는 공연. 지금은 익숙하지만 시로 된 대본으로 연극을 했던 당시에는 이상했을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소개해주는 1막 5장의 넘버 ‘A Musical’은 역대 인기 있던 뮤지컬들이 레퍼런스로 들어가 있다.

(왼쪽) 뮤지컬 <코러스 라인>을 패러디한 장면, (오른쪽) <코러스 라인> | 올댓아트 이참슬, 뉴욕시티센터 유튜브 캡처

<코러스라인>을 연상시키는 군무, <시카고>의 절제된 춤, <렌트> 넘버 ‘Seasons of Love’ 테마, <애니> 속 걸레질하는 모습 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외에도 <수지컬> <더 뮤직맨> <에비타> <아가씨와 건달들> <캣츠> <스위니 토드> 등의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넘버 테마를 삽입했다. 이 장면은 브로드웨이에서 상연할 당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작품을 전혀 몰라도 충분히 즐겁고 신나는 장면이지만,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으로 미리 예습을 해보자.

‘시카고’부터 ‘레미제라블’까지 다 있네!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 프레스콜[한글자막] - A Musical

<썸씽로튼> 브로드웨이 공연 하이라이트. 어떤 레퍼런스가 있는지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다.

“레퍼런스가 많은 것이 좋은 점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A Musical’은 한국에서 더 알려진 공연으로 바꿔서도 가능하다.”
-캐리 커크패트릭, 내한 프레스콜 기자 간담회 중

<썸씽로튼>은 요즘 보기 드물게 ‘원작이 없이 탄생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고전 패러디가 담겨 있다. 영어로 된 서양 작품이 참고된 뮤지컬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내한공연은 극장 양옆에 자리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썸씽로튼>의 번역은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초월 번역가로 알려진 황석희가 참여했다. 영어를 잘 몰라도 뮤지컬 속 말장난을 한국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A Musical’의 한 대목을 보자.

■ 닉 바텀: Sound miserable. → 모자란 분 같네.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 I believe it‘s pronounced Misera-bles. → 모자란 분이 아니라 미제라-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활용한 말장난)

영어를 못해도, 레퍼런스를 잘 몰라도 전혀 문제없다. 또한, 내년에 국내 라이선스 공연을 준비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오리지널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은 이번 내한 프로덕션을 계기로 한국어, 한국 문화로 전달되는 새로운 <썸씽로튼>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뮤지컬 <썸씽로튼> 최초 내한 공연은 2019년 6월 3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뮤지컬 <썸씽로튼>
2019.06.09 ~ 2019.06.30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기본가 6만 ~ 16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50분 (중간휴식 20분)

<올댓아트 이참슬 인턴 allthat_art@naver.com>

뮤지컬 기사 더보기

이런 기사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