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화제의 내한 뮤지컬 두 편, 직접 봤더니

올댓아트 정다윤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06.20 10:40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6.20 10:42

2019년 여름, 한국에서 보기 쉽지 않은 브로드웨이 최신작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내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썸씽로튼>인데요. 두 편 모두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입니다. 어느 작품을 봐야 할지 고민 중이셨다면 주목해보세요. 두 공연을 직접 보고 온 에디터가 어떤 작품인지, 어떤 분들에게 잘 맞을 공연인지부터 자리를 고르는 꿀팁까지 꼼꼼하게 알려드릴게요.

“어떤 작품?”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스앤코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 원작의 동명 영화(2003)를 무대화한 뮤지컬입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인데요. 원작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웨버는 무려 7년 동안이나 영화사를 설득해 판권을 확보했고,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올렸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듀이 핀. 목표는 ‘록의 신’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백수죠. 집세를 내기 위해 교사 자격증을 가진 친구로 사칭해 명문 사립학교에 임시교사로 취직합니다. 반 학생들이 악기 연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듀이는 자신의 꿈이었던 ‘밴드 배틀’에 나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이들은 학부모들과 교장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요?

뮤지컬 <썸씽로튼>|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썸씽로튼
일인자만 주목받는 세상. 업계 최고 인기 작가의 그늘 아래서 자신만의 작품으로 인정받으려는 작가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 일인자가 심지어 영문학 사상 가장 유명한 작가, 셰익스피어라면 어떨까요? <썸씽로튼>은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해,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를 뛰어넘으려는 ‘바텀 형제’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어떻게든 히트작을 만들려는 형 ‘닉 바텀’은 그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 미래의 히트작 하나만 점지해달라고 하는데요. 너무나 먼 미래를 봐버린 토마스는 400년 후에나 유행하게 될 장르, ‘뮤지컬’을 소개해줍니다. 여기에 셰익스피어의 ‘햄릿’마저 ‘오믈릿’으로 잘못 계시를 받은 바텀 형제는 당시 인류에겐 너무 이른 작품,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게 됩니다. 디즈니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캐리 커크패트릭과 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역시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왜 봐야 할까? 매력 포인트”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듀이(가운데)와 ‘스쿨 오브 락 밴드’|에스앤코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의 가장 큰 매력은 일단 그냥 ‘잘 만들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과 스토리, 무대가 정말 교과서적으로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뮤지컬이거든요. 특히 뮤지컬에선 원작 영화에 비해 학생들의 비중이 커졌는데요.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와 부모님의 기대 속에 위축되어있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유를 찾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줄 듯합니다. 웨버가 작곡한 신나는 록 넘버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Stick It to the Man’이나 ‘School of Rock’ 등 주요 넘버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무대 위 아역 배우들이 직접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을 매일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입니다.

썸씽로튼
<썸씽로튼>은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로 승부하는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를 인용한 지적인 언어유희는 물론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의 패러디까지 등장하는데요. <오페라의 유령> <캣츠> <시카고> <렌트> <라이온 킹>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작품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웃음을 줍니다. <스쿨 오브 락>과 <썸씽로튼> 두 편 모두 <데드풀>로 유명한 영화 번역가 황석희가 자막 번역을 맡았는데요. <썸씽로튼> 번역을 위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각종 뮤지컬 커뮤니티를 섭렵했다고 밝힌 만큼, 원작의 말장난과 라임을 최대한 한국식으로 살린 ‘고퀄리티’ 한글 자막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은 잘하나요?”
해외 뮤지컬이 내한을 올 때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 배우들의 ‘실력 논란’인데요. 이번 두 작품에선 이런 걱정 내려놓으셔도 되겠습니다.

<스쿨 오브 락>의 두 주인공, 듀이와 로잘리 역은 각각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 코너 글룰리(Conner Gillooly)와 카산드라 맥고완(Cassandra McCowan)이 맡습니다. 듀이 역은 원래도 매 회마다 5.6km 거리를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캐릭터인데요. 코너 글룰리는 미친 듯한 에너지와 애드리브로 캐릭터의 매력을 200% 살려냅니다. 카산드라 맥고완 역시 오페라부터 록발라드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넘버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는데요. 특히 커튼콜에서 부르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백미입니다. 아역 역시 빼놓을 수 없죠. 호주 공연에서부터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아역들은 노래, 연기, 춤 모두 프로페셔널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밴드 연주를 맡은 4명의 아역들은 악기 연주까지 모두 수준급인데요. 그중에서도 리드기타를 맡은 브랜든 러틀리지는 11살 인생에서 기타 경력이 무려 9년을 차지한다고 하네요.

뮤지컬 <썸씽로튼>의 셰익스피어|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썸씽로튼>은 2017년부터 2019년 5월까지 진행된 전미 투어가 끝나자마자 첫 해외 투어 도시로 서울이 선택된 것인데요. 따라서 전미 투어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한국에 와 미국 공연과 동일한 퀄리티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배우가 ‘구멍’ 없이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줍니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A Musical’을 부르는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와 최고의 개그 캐릭터 셰익스피어를 맡은 배우들이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스쿨 오브 락>
은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뮤지컬 한 편을 보고 싶은 분, 록 음악 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아역들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극을 좋아하는 분, 어린이를 포함해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을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썸씽로튼>은 지적인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분, 유쾌한 코미디, 경쾌한 쇼뮤지컬을 보고 싶은 분,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두루두루 잘 알고 있고 내 ‘덕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물론 작중 등장하는 레퍼런스를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지만, 200% 즐기기 위해 예습을 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참고해 주세요.

“자리는 어디가 좋을까요?”

뮤지컬 <썸씽로튼>|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두 공연 모두 영어로 진행되고 무대 양옆 스크린에 한글 자막이 뜹니다. 따라서 너무 앞쪽보다는 6~10열쯤, 정중앙보다는 살짝 사이드에 앉는 게 무대와 자막이 한눈에 들어와서 보기 편합니다. 2, 3층에서도 자막은 잘 보인다고 하니,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던 분이라면 소셜커머스 할인 등을 주목해보세요.

만약 이번 여름을 놓친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스쿨 오브 락>은 서울 공연이 끝나면 2019년 9월 부산과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썸씽로튼>은 2020년 라이선스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 프레스콜 중 ‘A Musical’ (한글자막)

■ 뮤지컬 <스쿨 오브 락>
2019.06.07 ~ 2019.08.25
서울 샤롯데씨어터
기본가 6만~16만원
8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 시간 160분 (인터미션 20분)

■ 뮤지컬 <썸씽로튼>
2019.06.09 ~ 2019.06.30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기본가 6만~16만원
8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 시간 150분 (인터미션 20분)

<올댓아트 정다윤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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