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의 정년은 몇 살이 적당한가?

장지영 공연 칼럼니스트
입력2019.07.05 14:1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7.05 14:18

최근 국내 국·공립 무용단의 정년 60세 연장은 무용계에 결과적으로 악영향

국립발레단 퇴단 공연을 마친 김지영.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지젤>을 끝으로 퇴단했다. 1978년생인 김지영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국립발레단에서 ‘발레 대중화’를 이끌던 네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김지영과 김용걸, 김주원과 이원국 콤비는 경쟁하듯 발레 팬을 끌어모았다. 네 주역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남아있던 김지영의 퇴단 소식은 오랜 발레 팬들에게 발레 르네상스를 이끌던 세대의 완전한 퇴장을 의미한다.

김지영은 1997년 러시아 바가노바(마린스키)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국립발레단의 쌍두마차로 경쟁하는 동갑내기 김주원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입단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아직 10대인 두 사람에게 간판 발레리노 김용걸과 이원국을 파트너로 낙점한 뒤 주역으로 무대에 세웠다. 당시 최 단장의 결정은 김지영과 김주원 그리고 국립발레단에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기량은 있지만 안정감이 적었던 두 10대 발레리나는 금세 주역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각각의 파트너와 함께 스타로 각광받았다.

해외 진출 이후 2005년 친정인 국립발레단의 ‘해적’에 게스트로 출연한 김지영과 김용걸. |국립발레단

두 스타 콤비 가운데 김용걸과 김지영은 해외 진출에 도전, 각각 2000년과 2002년 파리오페라발레와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해외 유학 경험 없이 27살의 나이에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한 김용걸은 솔리스트까지 오른 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교수로 부임했다. 1973년생인 김용걸은 아직도 무용수로 가끔 무대에도 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발레계에서 손꼽히는 안무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1년 김용걸댄스시어터를 창단한 그는 초반엔 작품에서 윌리엄 포사이스, 이리 킬리안, 피나 바우쉬의 영향을 보였지만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9회째인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등 두 대형 발레단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초청받는 단체는 바로 김용걸댄스시어터다. 그가 안무한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는 지난 2015년 이탈리아 꼬모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한 김지영은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다 최태지 단장이 두 번째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된 이후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재입단했다. 2011년부터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교장도 역임해온 김지영은 경희대로 부임하면서 후진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다만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국립발레단 시절처럼 전막 공연에 출연하진 않더라도 갈라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오는 7월 13~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SCM 코리아 발레 갈라 시리즈1-발레 오브 서머 나이트’에 출연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이원국,김주원,김지영. |경향신문 DB

김지영·김용걸 콤비와 달리 국내에 남아 국립발레단을 견인했던 이원국과 김주원은 각각 2004년, 2012년 퇴단했다. 1967년생인 이원국은 당시 37살의 나이에 국립발레단을 퇴단한 뒤에도 프리랜서 무용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발레단 퇴단은 은퇴”라고 받아들여졌던 발레계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이원국은 무용수로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직업 발레단을 만들었다. 이원국 발레단은 재정 형편에 따른 공연 빈도 차이가 있지만 꾸준히 갈라 및 창작 무대를 선보여 왔다. 특히 수년간 대학로 소극장에서 월요일마다 갈라 공연을 선보여 발레를 대중과 친숙하게 만들었으며 차세대 유망주들을 무대에 많이 세운 것으로 정평이 났다. 최근 이원국발레단은 국내 민간 직업 발레단 6개로 구성된 발레STP협동조합의 멤버로 수원발레축제 등에 참여하고 있다.

김주원은 2012년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국립발레단을 퇴단했다. 김주원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댄스뮤지컬 <컨택트>와 TV예능 <댄싱 위드 더 스타> 출연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병행한 특별한 케이스다. 지금은 홍보를 위해 국립발레단도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활동을 용인하지만 당시 보수적이었던 발레계 분위기에서 김주원은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김주원이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200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 무용수상을 수상하는 등 스타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주원은 퇴단 이후 교수로서 학생 지도 외에 <마그리트와 아르망> 등 발레 작품은 물론이고 뮤지컬 <팬텀>, 연극 <라빠르트망> 등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스펙트럼을 넓혀오고 있다. 올여름에도 7월 11~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탱고발레 3 Minutes : Su tiempo 그녀의 시간’으로 관객과 또 만날 예정이다.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네 무용수 가운데 세 명이 대학교수로 부임하면서 발레단을 퇴단했다. 발레가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에 비해 대중적이 됐다곤 해도 여전히 열악한 국내 공연 생태계에서 직업 무용수가 현역 생활을 마친 뒤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가장 행복한 경우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국립발레단의 정년은 몇 살일까? 파리오페발레를 퇴단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간 김용걸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국립발레단을 퇴단했을 때의 나이는 이원국 37살, 김주원 34살, 김지영 41살로 각각 다르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창단 이후 정년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그동안 단원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가 무대에 설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은퇴를 결정해 왔다. 대체로 30대 중후반에 국립발레단을 퇴단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에 무용과가 꾸준히 만들어진 덕분에 퇴단 이후 교편을 잡는 단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과포화 상태였던 대학 무용과들이 잇따라 폐과 되면서 교편을 잡을 기회가 줄자 어린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원이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단원이 늘어났다.

이원국의 경우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편 무용수로서 크고작은 무대에 계속 섰다.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발레단을 만들어 창작발레를 직접 안무하기도 했다. 당시 이원국의 활동은 무용계에서 커지고 있던 전문 무용수의 직업 전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데 기여했다. 2007년 설립된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예술 분야 종사자 중에서도 은퇴시기가 빠른 무용인에게 보다 나은 복지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립발레단은 최태지 단장의 두 번째 임기 시절 ‘희망퇴직제’를 도입했다. 희망퇴직제는 10년 이상 근무한 단원들 가운데 조기 퇴직을 신청한 단원에게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2년간의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다. 공연에 출연하지 않아도 첫해는 급여의 80%, 두 번째 해는 급여의 50%를 받는다. 국립발레단에 이어 국립무용단도 희망퇴직제를 도입했다. 국립무용단을 비롯해 지역의 도·시립 무용단이 대부분 한국무용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단원들의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발레에 비하면 체력 소모가 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한국무용 기반의 창작춤은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안무도 많은 편이어서 40대 후반 이후 무용수에겐 무리다.

젊은 무용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어도 갈 곳이 없다.|pixabay

실제로 지역의 도·시립 무용단에서 기존 단원들만으로도 좋은 작품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신작을 올릴 때마다 젊은 객원 무용수들을 뽑고 있다. 그리고 젊은 객원 무용수들이 주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사실 도·시립 무용단의 대부분이 단원 평균 나이가 40대를 넘긴데다 춤추지 않는 단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무용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주역을 맡는 젊은 단원보다 춤추지 않는 고령 단원의 급여가 더 높다. 공무원 시스템에 따라 호봉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공공 무용단이 고령화 된 데에는 예술단체를 처음 만들 때 장르의 특수성은 생각하지 않은 채 공무원 시스템에 맞춘 것 그리고 퇴직 후 직업전환이 어려운 단원들이 퇴직을 꺼리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젊은 무용수들은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어도 갈 곳이 없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상황이 2016년부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한층 악화됐다.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의 핵심이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으며 2017년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공립 예술단체 역시 단원 정년이 60세가 됐다.

무용 분야의 경우 그동안 국립발레단은 정년을 정하지 않았지만 국립무용단을 비롯해 도·시립 무용단은 53~55세 사이인 경우가 많았었다.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 시행 이후 대부분의 무용단 노조가 극장 등 상급기관에 정년 연장을 요구했고, 법에 따라 60세로 늘어났다. 다만 국립발레단은 노사 모두 60세 정년 적용이 무리라는데 공감해 협약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단원이 춤을 추지 못한 신체 상태라도 퇴단을 거부하면 발레단으로서는 해고하지 못한다.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무용단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합창단, 극단, 뮤지컬단, 오케스트라 등도 단원 평가제와 오디션이 없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다. 그래서 기량이 떨어지는 단원들도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만큼 고령화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예술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심각하다. 무용단만큼 눈에 띄진 않지만 합창단이나 뮤지컬단 단원들이 고령화 등으로 노래를 제대로 못해 비판받는 일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예술적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만들지 못한 채 ‘세금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합창단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공공 합창단이 많은 경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해외에서는 오페라극장에 소속된 오페라합창단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은 합창음악을 전문적으로 추구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공공 합창단의 공연은 대체로 관객을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음악회’ ‘시민과 함께하는 합창’ 등 예술복지나 생활예술 등의 분야에서 존재 의의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국가 혹은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이런 역할에만 머문다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한국에서 국공립 예술단체 문제를 단원들만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극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예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 시스템을 적용한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대대적인 개혁 없이 이대로 간다면 국공립 예술단체의 미래는 더 암울하고 존재 가치는 점점 더 희박해질 뿐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들 예술단체를 폐지 또는 해산하고 있다. 아니면 단원들이 정년 은퇴한 이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특히나 무용 분야에서는 신체적 문제가 공공 무용단의 60세 정년과는 맞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술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공 무용단의 책임과 무용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고려한 단원들의 고용 사이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정년을 단축할 수 없다면 강력한 단원 평가제와 오디션을 통한 단원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단원들은 연간 작품 출연 편수 및 역할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호봉제 대신 역할에 따른 보수체계 등도 도입해야 한다.

▲ 아메리칸발레시어터 간판스타였던 줄리 켄트의 2016년 마지막 공연 후

해외 무용계는 어떨까. 한국과 달리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공공 무용단이라도 연간 시즌 계약제를 채택한 경우가 많다. 다만 파리오페라발레 42세, 덴마크 로열발레단 40세,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41세 등으로 퇴직연령을 명시한 무용단도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해외 발레단은 정년이 없다고 알려져 왔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무용수들이 30대 후반 스스로 퇴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리다. 실제로 무용수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 30대 후반에 퇴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예술감독이나 발레단이 무용수가 연간 공연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 갱신이 어렵다고 먼저 통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무용 잡지의 고민 상담 코너에는 자신의 몸 상태가 괜찮은데도 발레단으로부터 퇴단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반면 티켓 파워가 있는 주역 무용수의 경우엔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현역을 유지한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뉴욕시티발레에서 각각 오랫동안 간판 스타였던 줄리 켄트와 웬디 웰란은 각각 2016년과 2014년에 47세의 나이에 퇴단했다. 이에 비해 유럽에선 발레 무용수의 정년이 연금 제도와 연동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 발레단에서 정년은 일률적이지 않다. 국내에 정년이 따로 없다고 알려진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연금 고갈에 따른 정년 연장이 화두지만 발레 무용수는 서커스 아티스트, 다이버 등 일부 직종과 함께 이른 나이에 연금 수령이 가능한 직종으로 분류돼 있다. 기본적으로 발레 무용수는 발레단에서 20년 근속이 연금 수령의 기본이다. 결국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발레 무용수의 경우 40세 정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 모두 20년 근속을 기본으로 한다. 대체로 40~42세 정도에 정년이 되며, 이후엔 무용수에 따라 연간 시즌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부 무용수는 공식 정년 이후 부속 발레학교 근무와 무용수 생활을 병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2016년 퇴단한 캐릭터 프린시펄 무용수 제네시아 로자토는 발레단 근속기간만 40년이었다. 60세를 넘긴 로자토는 그동안 발레학교 교사 및 발레단 미스트리스도 병행해 왔다.

참고로 세르비아 국립발레단은 정년이 50세로 되어 있어서 단원들이 정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가 지난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된 바 있다. 유고슬로비아 연방 시절엔 국립발레단 정년이 40세였지만 1992년 6개 국가로 해체된 이후 각각 연금제도를 정비하면서 세르비아에선 정년이 50세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금 수령 연령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였지만 무용수들은 40대에 무대에 서는 것은 무리라고 항의했다.

발레와 비교해 현대무용은 정년 문제에서 좀더 불안정하다. 현대무용 특성상 프리랜서 무용수가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현대무용이 중심인 지역 공공 무용단 CCN(국립안무센터)도 연간 시즌 계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안무가이기도 한 예술감독이 바뀔 경우 CCN 단원도 모두 바뀐다. 다만 프랑스에서는 무용수가 10개월 반 동안 507시간 이상의 예술활동(본공연+연습)을 충족시키면 최대 8개월간 실업 급여를 받는 ‘앙떼르미땅’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프랑스에서 정부는 앙떼르미땅 조건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 포스터

서구 무용계에서 발레든 현대무용이든 1970년대부터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활동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는 무용수들의 직업전환과 관련한 지원제도 및 관련기관을 앞다퉈 만들었다. 직업 무용수 생활을 거친 뒤 무용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에 오기도 했지만 판사, 회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직업군이 다양하다.

서구의 경우 무용수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 10대부터 직업 무용단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대학에 입학해 무용 이외의 분야를 공부한다. 이에 비해 학력이 중요한 한국에서는 대학 무용과를 나온 이후에야 직업 무용단에 간다. 늦은 나이에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밖에 없으며 자연스럽게 정년 이후에도 무용 분야에 머무른다. 대학교수가 가장 이상적인 ‘제2의 인생’이다 보니 대학원에서 무용학 석·박사를 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용학 석·박사를 배출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기 중심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직업 무용단이 무용계 중심을 이루는 서구와 달리 한국은 아직도 대학 무용과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한국에서 무용수의 정년 문제는 직업무용단, 대학 무용교육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꼬인 결과물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몰라 현재 모르는척 내버려두고 있지만 머지않아 무용계 전체에 독으로 다가올 우려가 크다.

■ 김주원의 탱고 발레
2019.7.11-2019.7.14
서울 세종S씨어터
목·금 오후 8시, 토 오후 2시·오후 7시, 일 오후 3시
공연시간 90분
3만원~7만원

■ 발레 오브 썸머 나이트 -성남
2019.7.13-2019.7.14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30분(인터미션 20분)
만 7세이상 관람가
김지영, 바딤 문타기로프, 한서혜, 패트릭 폴켄스, 예브게니아 오브라쵸파, 김기완, 홍향기, 마리아넬라 누녜즈, 게르고 아르민 발라지, 이재우, 김민정, 아르테미 벨리야코프, 이수빈 출연

<장지영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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