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없이 관객을 흥분시키는 마성의 댄스파티…브로드웨이 내한 공연 ‘번더플로어’

올댓아트 이참슬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07.12 13:0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7.12 13:08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몸짓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가 있다. 춤인지 묘기인지 구분되지 않는 화려한 무대에 어느 순간 손을 번쩍 들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공연. 1997년 초연을 시작으로 22년째 순항 중인 브로드웨이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가 내한했다.

<번더플로어> 공연 사진 | 공식 홈페이지

지난 2019년 6월 21일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의 개막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 투어를 시작한 <번더플로어>가 울산, 김해 공연을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흥의 민족의 취향을 단단히 저격해, 올해로 다섯 번째 내한한 <번더플로어>는 어떤 작품인지 파헤쳐 보자.

사교댄스? 볼룸댄스? 댄스스포츠?

20세기 초 근대 사교댄스를 정립한 카슬부부. 폭스트롯을 비롯한 춤의 기초 스텝을 고안했다. | 위키피디아

<번더플로어>는 199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엘튼 존의 50세 생일 축하 파티에서 10분 간 진행된 댄서 16명의 볼룸댄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된 공연이다. 공연 전막이 모두 볼룸댄스, 즉 사교댄스를 기반으로 한다. 사교댄스는 남녀 한 쌍이 자유롭게 춤추며 즐기는 형식의 춤을 의미하는데, 그 종류는 비교적 간단한 스텝의 블루스, 슬로리듬 등의 춤부터 넓은 무도회장에서 격렬하게 추는 춤까지 다양하다. 19세기 이후 유럽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사교댄스가 일반 대중에게 전해지면서 넓은 무도회장(볼룸, ballroom)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추는 춤이라 하여 볼룸댄스(ballroom dance)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볼룸댄스, 사교댄스라고 부르는 것들은 왈츠, 탱고, 퀵스텝, 슬로 폭스트롯, 비엔나 왈츠 등의 스탠더드 댄스, 룸바, 차차차, 자이브 등의 라틴 아메리칸 댄스의 총 10종 춤이 경기 댄스로 정리되면서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에게 댄스스포츠라는 단어로 익숙하다. (사교댄스의 스포츠적 가치를 살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1957년 국제댄스스포츠연맹이 등장했고, 1995년 IOC 가입 승인 후 댄스스포츠가 국제 표준어가 됐다.) <번더플로어>에서는 10가지의 경기 댄스 종목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댄스 뮤지컬? 댄스 쇼!
뮤지컬이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극이지만, <번더플로어>는 몸짓으로 모든 언어를 표현한다. 두 명의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하지만 음악은 춤을 더 풍부하게 보여주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사실상 뮤지컬보다는 댄스 퍼포먼스 중심의 쇼에 가깝다. 공연은 크게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은 라이브 가수, 밴드, 댄서로 구성된다. | 로네뜨, 공식 홈페이지

1막은 ‘The Imagination Man’(상상 속의 인물)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평소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스마트폰 안의 세상에만 집중해 서로 부딪히고 얽히지만 막상 화면 뒤에 서있는 실제 인물들에는 관심이 없는 현대인들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이리저리 얽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꿈과 이야기를 조명한다. 공연 시작부에 등장하는 웨이터를 중심으로 ‘Steppin’ Out with My Baby’(도리스데이) ‘Don’t Stop the Music’(리한나) ‘Happy’(퍼렐 윌리엄스) ‘Smooth Criminal’(마이클 잭슨) 등의 유명 팝송 라이브와 함께 때론 격렬하고, 때론 우아한 춤 무대가 펼쳐진다.

<번더플로어>가 해석한 오페라 ‘카르멘’. 카르멘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 공식 홈페이지

2막에서는 다섯 개의 주제로 공연을 이어간다. 오페라 <카르멘>을 <번더플로어> 버전으로 재해석한 ‘Carmen’, 로맨스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다룬 ‘Reality’,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라틴 음악의 기원을 찾고 춤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나타내는 ‘Africa’, 단기의 쾌락을 맛보고자 하는 욕구를 그린 ‘Temptation’, 공연의 엔딩을 장식하는 ‘Coda’ 까지. 각자의 주제는 또 두세 가지의 세부 댄스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10가지의 경기 댄스를 한 무대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교댄스 중 10가지가 경기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고 스텝, 자세, 아름다움 등을 채점해 경쟁한다. 크게 사교댄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궁정 무도를 출발점으로 하는 ‘스탠더드 5종목’,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 리드미컬한 춤 ‘라틴 5종목’으로 나뉜다. <번더플로어>는 총 25개의 세부 무대로 이뤄져 있고 10개 종목의 경기 댄스가 모두 등장한다.

남녀가 항상 상반신을 가깝게 맞대고 추는 것은 스탠더드 종목, 남녀 간 거리를 유지하며 회전 기술 등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을 라틴 종목이라고 한다. 탱고, 왈츠, 비엔나 왈츠, 슬로우 폭스트롯, 퀵스텝이 스텐더드, 삼바, 룸바, 차차, 자이브, 파소 도블레가 라틴 종목이다. 각 종목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더뮤지컬]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 2019 쇼케이스 하이라이트

*스탠더드 5종

-탱고(Tango):188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부에서 시작한 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가난한 이민지나 선원이 쿠바에서 들여온 리듬을 바탕으로 ‘밀롱가’라는 음악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탱고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 사교댄스에서 추는 것은 ‘컨티넨탈 탱고’라 불리는 것으로 시원시원한 목 돌림, 강약이 확실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왈츠(Waltz): 3박자의 음악에 맞춰 추는 춤. 12세기 경부터 민중들이 추던 춤이 왕과 귀족을 매료시켜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 각지에서 유행했다. 19세기 말 미국으로 전파되면서 보스턴 왈츠라는 멜로디에 맞춰 천천히 추는 스타일이 탄생했고, 1905년 프랑스에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오후의 정사>의 주제가 ‘Fascination’이 큰 인기를 얻으며 현재의 슬로우 왈츠가 정착됐다.

-비엔나 왈츠(Vienese Waltz): 오스트리아 빈에서 융성한 왈츠. 영국풍 왈츠보다 템포가 빠르고 회전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해 외관이 화려하고 난이도가 높은 춤이다. 궁정 무도에서 시작했지만 낭만주의 시대이던 1830년경부터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활약으로 일반 시민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슬로우 폭스트롯(Slow Foxtrot): 19세기 말 재즈의 전신 래그타임(Ragtime)이라 불리는 음악이 탄생하고 이에 맞춰 발생한 춤 중 하나. 1912년 카페 드 파리에서 춘 댄스로 찬사를 받은 카슬 부부는 동물 움직임을 닮은 댄스에 기품을 더해 카슬 워크라는 보행 중심 스타일을 고안했다. 이것이 슬로우 폭스트롯으로 이어졌다.

-퀵스텝(Quickstep): 1920년대 영국으로 건너간 댄스 밴드가 찰스톤의 붐에 맞춰 빠른 템포로 폭스트롯을 연주한 것이 시작. 스피드가 빠른 업 템포의 댄스로 좌우로 다리를 차올리며 추는 찰스톤의 움직임을 도입해 초기에는 원스텝으로 불리었다. 1929년 퀵스텝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기존의 폭스트롯은 템포를 늦춰 슬로우 폭스트롯으로 자리 잡았다.

*라틴 5종

-삼바(Samba): 흑인 노예가 모여있던 브라질의 북동부가 발상지. 세밀한 발 놀림, 신체를 위아래로 튕기는 듯한 동작은 아프리카 부족의 춤에서 유래한 것이다. 1920~30년 이 리듬과 노래가 미국과 유럽으로 번졌고, 1939년 브라질 출신 가수 카르멘 미란다의 영화 <리오의 하룻밤>을 통해 화려한 삼바의 이미지를 알렸다. 경기 댄스로서 삼바는 브라질풍 탱고라고 불리던 마시시를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

-룸바(Rumba): 쿠바의 전통 춤이지만 20세기 초 스페인계 사람이 들여온 멜로디에 아프리카 흑인 리듬이 뒤섞였고, 1930년 이후 아메리카와 유럽에 건너가 지금의 룸바로 다듬어졌다. 4분의 2박자의 비교적 쉬운 스텝으로 이뤄져 있다.

-차차(Cha Cha): ‘투 쓰리 차차차’ 다섯 보의 스텝을 밟는 쾌활한 댄스. 룸바의 리듬에 재즈의 스윙이 더해 맘보가 탄생하면서 유행한 춤.

-자이브(Jive): 제2차 세계대전 후 재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미국식 댄스가 유행했다. 1930년 후반 재즈의 새로운 형태인 스윙 재즈가 탄생하면서 이전의 스텝을 보다 세세하고 경쾌하게 발전시킨 지터벅(Jitterbug, 속칭 지루박)이 되었고, 이를 경기용으로 다듬은 것이 자이브이다. 스피디하고 스릴 만점인 것이 특징.

-파소 도블레(Paso Doble): 스페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투우와 플라멩코가 압축돼있는 드라마틱 한 춤이다. 음악은 투우사들이 등장할 때 울려 퍼지는 음악을 사용하며 남성은 마타도르(투우사), 여성은 카포테(투우에 쓰이는 붉은 천)이나 투우를 연기한다.

위의 10개 경기 댄스 이외에도 부기우기, 키좀바, 살사, 린디합, 컨템포러리 등의 무대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객석의 불이 완전히 켜질 때까지 박수와 함성을 보내보자. | 로네뜨

이번에 내한한 <번더플로어> 출연진은 유로피언 챔피언십, 월드 쇼 댄스 컵 등 유수의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을 갖고 있거나, 댄스 경연 텔레비전 쇼 <댄싱 위드 더 스타>를 거쳐 온 실력자들이다. 공연의 마지막 장의 이름은 음악에서 특별히 추가된 종결부를 의미하는 용어 ‘Coda’(코다)이다. 막이 내리고 나서도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지면 막은 다시 오르고 댄서들은 이에 보답하는 듯 격렬한 춤사위를 보인다. 115분 동안 지칠 새 없이 스텝을 밟고, 무대 위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댄서들은 한 마디의 말도 없지만 언어보다 더 강렬한 몸의 움직임으로 감동을 전한다.

<번더플로어>는 7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후 7월 17~18일 인천, 20~21일 대구를 마지막으로 한국 투어가 종료된다.

■ 댄스 뮤지컬 <번더플로어>
2019.07.02~2019.07.14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기본가 6만 ~ 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15분 (중간 휴식 20분)
2019.07.17~2019.07.8
인천문화예술회관
2019.07.20~2019.07.21
대구 오페라하우스

자료 | 두산백과 사교댄스의 역사, 스포츠백과 댄스스포츠, 번더플로어

<올댓아트 이참슬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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