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 ‘캣츠’…올겨울 뮤지컬 영화를 주목하라!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입력2019.11.22 17:50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1.22 17:56

올겨울 뮤지컬 영화 개봉작

뮤지컬 영화가 대세다. 할리우드 영화의 초창기에는 뮤지컬 영화가 부흥기를 이뤘지만, 그 이후 액션, SF 등 다양한 장르의 수작들이 나오면서 뮤지컬 영화는 차츰 잊혀갔다. 게다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나타나면서 뮤지컬은 대중보다는 소수를 위한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컬 영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라이온킹>, <알라딘>까지 끊임없이 뮤지컬 영화들이 극장가에 올라와 흥행을 이어가는 것이다.

<보이후드>의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메릴리 위 롤 어롱>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20년간 촬영 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뮤지컬 <메릴리 위 롤 어롱>은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의 작곡가 프랭클린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자가 되어 우정과 이상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초연 공연 모습. (Photo by Martha Swope)

이러한 뮤지컬 영화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되어 흑인 인어공주라는 이슈를 낳았던 롭 마샬 감독의 <인어공주>가 라이브 액션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고, 영화 <보이후드>와 <비포 선라이즈>를 비롯 비포 3부작을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차기작으로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메릴리 위 롤 어롱>을 원작으로 만든 새 영화를 20년간 제작할 것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에서는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틱틱붐>을 린-마누엘 미란다의 연출,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디아워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등을 연출하고, 연극 <인헤리턴스(The Inheritance)>를 통해 2019 로렌스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베스트 연극상을 수상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 역시 2021년 개봉을 목표로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은 2020년 12월 18일 개봉을 위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안셀 엘고트와 리타 모레노가 출연한다.| Amblin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작업 모습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다. 안셀 엘고트와 리타 모레노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곡,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사, 아서 로렌츠의 대본과 제롬 로빈스의 안무와 연출로 유명한 195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원작으로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랫동안 이 작품을 흠모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2021년 12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그렇다면 올겨울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뮤지컬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곧 개봉할 2편의 뮤지컬 영화를 만나보자.

■ 더욱 신비하고 장엄해진 <겨울왕국 2>
2013년 겨울, 전 세계를 ‘렛잇고’ 열풍으로 물들였던 <겨울왕국>의 후속편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오는 11월 21일 <겨울왕국 2>의 개봉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사전 실시간 예매율 86.1%(11월 19일 오전 기준)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기대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브랜드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역시 일찌감치 선보여, <겨울왕국 2>의 각종 굿즈들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전편의 흥행에 따른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은 이처럼 크지만, 얼마 전 언론 배급 시사화를 통해 나타난 리뷰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전편보다 임팩트 있는 스토리와 중독성 있는 넘버가 부재하다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전편을 뛰어넘는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호평이 공존한다. 개봉이 되면 관객들의 평가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예매율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디즈니에서 무려 5년간 준비했으니, 그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 전편에 이어 이번 <겨울왕국 2>에도 같은 창작진이 함께했다. 1편을 연출했던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가 감독을 맡았으며, ‘렛잇고’ 신드롬의 창시자인 로버트 로페즈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부부가 이번에도 작곡과 작사를 함께하며, 신곡 7곡을 선보인다. 또한 음악감독 크리스토퍼 벡이 작곡한 웅장한 넘버들도 엘사와 안나의 세계관에 생명력을 선사한다.

전 세계의 ‘렛잇고’ 열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영화 <겨울왕국 2>가 이번 주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의 성공을 뛰어넘는 후속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 역시 전편에 이어 함께한다. 안나 목소리는 크리스틴 벨이 맡았으며, 엘사는 이디나 멘젤, 올라프는 조시 게드, 크리스토프는 조나단 그로프가 맡았다. 이제는 잘 알려졌지만, 이들은 모두 무대에서 더욱 유명한 이들이었는데, 크리스틴 벨은 <톰소여의 모험>, 이디나 멘젤은 <위키드>와 <렌트>, 조시 게드는 <북 오브 몰몬>, 조나단 그로프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출연 배우로 유명한 이들이다. 이번 후속작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모험을 하기 때문에 시·공간의 세계관이 확장되는데, 이에 따라 땅, 불, 새바람, 물의 정령들과 엘사와 안나의 엄마인 이두나 왕비, 숲에 갇힌 채 살아가는 마티아스 총독 등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을 탐방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낸 마법의 숲의 비주얼과 스케일은 엘사와 안나의 모험만큼 환상적이다. 특히 이현민 슈퍼바이저, 윤나라 애니메이터, 최영재 애니메이터 등 한국인 스태프들이 참여해 만든 엘사와 안나의 비주얼과 모션, 효과, 표현 등이 탁월함을 더한다.

영화 <겨울왕국 2>|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O.S.T에도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할 터. 조나단 그로프가 부른 ‘Lost in the Woods’는 남자배우들이 앞으로 오디션에서 자주 부를 것만 같은 곡이고, 크리스틴 벨의 ‘The Next Right Thing’ 역시 솔로 넘버로서의 미덕이 탁월한 곡이다. 브로드웨이 특유의 전형적인 고전 노래들을 좋아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곡도 있다. 올라프(조시 게드)가 부르는 ‘When I Am Older’, ‘Unmeltable Me’는 중간에 터지는 올라프의 샤우팅만 참을 수 있다면, 그가 진 켈리의 후계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노래이다.

무엇보다도 ‘렛잇고’에 대적할만한 메인 주제곡인 ‘Into the Unknown’은 이번에도 이디나 멘젤의 목소리로 함께한다. 신비한 코러스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곡이 진행될수록 강렬한 비트에 엘사의 감정을 실어, 이내 화려한 오케스트라로 이어지는 넘버로 이번에도 이디나 멘젤 특유의 고음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곡은 ‘패닉! 앳 더 디스코’와 소녀시대 태연의 다양한 버전으로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감상도 가능하다.

▼ <겨울왕국2>의 메인 주제곡 ‘Into the Unknown‘은 이번에도 이디나 멘젤이 연기한 엘사가 부르는 노래다.

■ 인간과 고양이 그 사이 <캣츠>
대중들이 사랑하는 화려한 스타들이 총집합했지만, 예고편만으로도 대중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은 영화 <캣츠>. 오는 12월 2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기획하고 리홀이 각본을 맡았다.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인 뮤지컬 <캣츠>를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영화 <대니쉬 걸>, <레 미제라블>, <킹스 스피치>를 연출한 톰 후퍼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가 1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캣츠>무비 인스타그램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캐스팅이었다. 영화 ‘007시리즈’에서 상관 M 역을 오랫동안 연기한 주디 덴치가 올드 듀터로노미 역을 맡았는데, 이 역할은 그간 무대에서는 남자 배우들이 맡아왔던 역으로 젤리클 고양이들의 선지자 역할이다. 주디 덴치는 영화 활동을 하기 전, 영국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과 국립극단, 올드빅 극장 등의 무대에 오른 바 있다. 1981년 런던에서 <캣츠>가 초연하던 당시, 그리자벨라로 주디덴치가 낙점되었지만, 연습 도중 다리 부상을 입으면서, 급하게 일레인 페이지로 변경되었다. 뮤지컬 <캣츠>와 이처럼 아쉬운 인연을 가지고 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올드 듀터로노미 역을 맡으며 다시 한번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캐스트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엑스맨>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이안 맥컬런이 극장 고양이 거스 역을 연기하고, 코믹한 두 배우 제임스 코든과 레벨 윌슨이 버스토퍼 존스 역과 제니애니닷 역을 맡는다. 여기에 뛰어난 춤꾼들도 함께하는데 영국 로열발레단 출신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빅토리아 역을,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스티븐 맥레이가 스킴블샹크스, 뉴욕 시티 발레단의 로버트 페어차일드가 멍커스탭 역으로 출연한다. 가수들도 빼놓을 수 없었는지,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 역에 제니퍼 허드슨을, 봄발루리나 역에 테일러 스위프트를, 럼 텀 터거 역에 제이슨 데룰로를 캐스팅했다.

원작인 뮤지컬은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만든 1981년 작품이다. 그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에서 사랑을 받으며 가장 오래 상연된 작품의 명단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스테디셀러. 그런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곡을 이번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앤드류 로이드웨버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함께 만든 곡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s)‘가 그것. 영화 속에서는 흰 고양이 빅토리아가 이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빅토리아의 노래가 추가되는 만큼 캐릭터 역시 원작보다 더 큰 역할로 확장되어 관객들이 젤리클 고양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함께 영화 <캣츠>를 위해서 만든 신곡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s)‘

선공개된 예고편에서 인간과 고양이, 그 경계에 있는 충격적인 비주얼에 대중들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뮤지컬이 공연되었던 1981년 당시에도 고양이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뛰어다니는 뮤지컬이 성공할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평단의 평가 역시 부정적이었지만, 뮤지컬 <캣츠>를 알아본 관객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 과연 뮤지컬 초연 당시처럼, 예고편의 혹평을 깨고 영화 <캣츠>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뮤지컬 기사 더보기

이런 기사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