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뮤덕들이 ‘회전문’ 도는 이 작품 무엇?

올댓아트 이민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12.02 10:05

뮤덕(뮤지컬 덕후)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N차 찍었다. 회전문 돈다. 이는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관람했다는 뜻인데요. 대다수의 뮤덕들은 같은 작품이라도 캐스팅별 혹은 이전 시즌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이 극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뮤덕들이 ‘회전문을 도는’ 작품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올 하반기 두각을 드러낸 작품들은 <팬레터>, <여신님이 보고 계셔>, <키다리 아저씨> 등입니다. 세 작품은 관객이 직접 투표하는 SACA(Stagetalk Audience Choice Awards)에서 마니아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으며 상위권에 랭크된 작품인데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팬레터>는 2017 SACA 마니아가 선정한 최고의 창작 뮤지컬(재연) 각각 2,3위, <키다리 아저씨>는 최고의 라이선스 뮤지컬(재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직접 보고 온 에디터가 세 작품의 인기 비결을 소개할게요.

“제목부터 <팬레터>라니…“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팬레터>는 천재 소설가 해진과 작가 지망생 세훈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라이브㈜

뮤지컬 <팬레터>는 2016년 초연 이후,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작품입니다. 극은 1930년대 경성, 작가 지망생 정세훈이 천재 소설가 김해진에게 히카루라는 필명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되는데요. 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암울한 시대, 폐결핵으로 심신이 지친 해진은 자신의 팬이었던 히카루, 즉 세훈의 편지에 의존하고 열망하지만, 정작 세훈은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팬레터>는 참신하면서, 동시에 마니아라면 공감하기 쉬운 소재에, 이를 둘러싼 복잡 미묘한 이야기를 탄탄하게 선보입니다. 특히 세훈과 해진 사이에 얽힌 가상의 인격 히카루 때문에 재관람한다는 후기가 많이 보이는데요. 천진난만한 소녀에서 한없이 달콤하고 잔인한 비밀의 연인으로 변하는 히카루는 여배우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역으로 손꼽히죠.

세훈이 만들어낸 히카루의 변화 또한 <팬레터>의 관전 포인트.|라이브㈜

<팬레터>는 실제로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작가 김유정과 이상, 그리고 이들이 속한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에서 모티브를 얻고, 한재은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입니다. 그래서 극 중간중간 이들의 시와 소설, 일화를 사용한 장면들이 보입니다. 작품의 대표 넘버 ‘해진의 편지’가 실제 김유정이 친구 안회남 앞으로 남긴 ‘필승전’의 첫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하죠.(“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눈이 어두워서 짧게 줄인다.”) 현대와 달리 과거 서울 사투리로 표현한 그 시대의 말과 시가 서정적인 멜로디가 만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분위기를 배가시킨다고 합니다.

뮤지컬 ‘팬레터’ 해진의 편지 MV

■ 뮤지컬 <팬레터>
2019.11.07 ~ 2020.02.02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 이용규, 백형훈, 문성일, 윤소호, 소정화, 김히어라, 김수연 등 출연

““관객님이 보시기에 참 훈훈하다 여기게”…<여신님이 보고 계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지난 공연 사진.|연우무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입니다. 총성이 빗발치는 한국전쟁 한가운데, 남북한 병사들이 무인도에 표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국군 대위 한영범은 유일하게 배를 고칠 수 있는 북한군 류순호를 설득하기 위해 여신 이야기를 지어내고, 나머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작전에 동조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각자 자신들의 ‘여신님’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수용소에 수감된 포로들이 가상의 귀부인을 상상하며 인간성을 잃지 않고 버텼다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에게 상상력과 서로에게 의지할 때 발휘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순호를 위한 이들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지만, 점차 군인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이들의 사연을 보게 되면서 공감하고, 소중한 ‘여신님’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어 간다는 후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지난 공연 사진.|연우무대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악몽에 시달리는 순호에게 섬의 여신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여신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병사들의 웃픈(?) 노력이 담긴 ‘그대가 보시기에’, 인간성을 잃고, 생존 본능만 남은 병사들을 위로하는 ‘꿈결에 실어’ 등 귀에 맴도는 아름다운 넘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에 배우들 간 케미와 애드리브로 가득한 ‘그대가 보시기에’ 때문에 재관람한다는 말도 들릴 정도) 다가오는 연말, 나를 위한 힐링 뮤지컬 한 편은 어떨까요?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2019.11.16 ~ 2020.03.01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성두섭, 조성윤, 서경수, 정욱진, 정휘, 진호, 박준휘, 홍우진, 윤석원, 차용학 등 출연

“신성록도 사랑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사랑, 성장을 그린 <키다리 아저씨>|달컴퍼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키다리 아저씨>는 무대에서도 사랑받고 작품인데요. 제루샤가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불우했던 고아원에서 벗어나 꿈을 향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얼핏 신데렐라 스토리의 여주인공같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녀는 우려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서와 경험을 통해 부족했던 지식을 쌓고,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제루샤의 당찬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아 버리죠.

신성록이 SNS를 통해 공개한 <키다리 아저씨>.|신성록 인스타그램

특히, 2016년 초연부터 매 시즌 참여하며 ‘제르비스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 신성록의 ‘애정작’으로도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키다리 아저씨>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SNS를 통해 연습실, 분장실 등의 사진과 애정 어린 멘트를 본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만큼 객석뿐 아니라 무대 위 배우에게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되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지난 12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하차해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루샤의 오해에 “나 늙었대”라며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지미에게 질투하는 제르비스의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수많은 꿈을 꾸며 성장하는 제루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 미소가 지어지곤 하는데요. 소설과는 또 다른, 무대 위 생동감 넘치는 둘의 모습에 원작 팬들도 박수를 보낼 정도라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최고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폴 고든의 달달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은 작품의 따뜻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잘 담아냅니다. 제루샤의 넘버 ‘행복의 비밀’ 중 지나간 일 때문에 울지 않고, 미지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바로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노랫말은 현재 우리들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하죠. 소설의 내용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어도, 예전 <키다리 아저씨>를 처음 읽던 시절로 돌아가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넘버13. 행복의 비밀-임혜영, 신성록

■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2019.10. 15 ~ 2020.01.01
서울 드림아트센터 1관
강필석, 신성록, 송원근, 김지철(김영철), 유주혜, 강지혜, 이아진 출연

<올댓아트 이민지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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