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사라진 코미디언들이 여기에…‘잇츠! 홈쇼핑 주식회사’&‘옹알스’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12.09 14:49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2.09 14:50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2019 생활사투리’ 스틸컷|KBS 예능 공식 네이버 포스트

2009년 MBC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 2017년 SBS <웃찾사>가 각각 폐지됐다. 현재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KBS <개그콘서트>만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았지만, 이 또한 예전만 못하다. 5%를 웃도는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20%대의 시청률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마치 ‘온라인 탑공 공원’ 시절의 일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코미디언들은 방송이 아닌 다양한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혹은 연극 무대로 나오기 시작하며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인 방송의 시대,
유튜버로 활동하는 코미디언들

꼭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리얼리티 예능이나 각종 콘텐츠들을 통해 충분히 웃음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요즘, 시청자들은 TV 방송보다는 유튜브를 즐겨 보게 됐다. 이에 따라 코미디언들 또한 1인 방송의 시대에 발맞추어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여주고 있다.

코미디언 강유미가 시청자들에게 직접 화장을 해주는 컨셉의 ASMR 콘텐츠.|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코미디언 부부인 홍윤화와 김민기의 <홍윤화 김민기 꽁냥꽁냥>채널에서는 이와 같은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다.

코미디언이 유튜버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12월 현재 구독자 51만여 명), 홍윤화·김민기 부부의 ‘홍윤화 김민기 꽁냥꽁냥’(약 31만), 웃찾사를 통해 연인이 된 한으뜸·장다운 커플의 ‘흔한 남매’(약 152만) 등이 있다.

개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키덜트를 겨냥해 각종 피규어와 레고 등을 리뷰하는 콘텐츠로 성공한 개그맨 이상훈이나 프라모델 관련 리뷰 콘텐츠를 만드는 개그맨 오정태 또한 대표적인 코미디언 유튜버다. 이들은 각자 먹방, 쿡방, 각종 리뷰 방송 혹은 일상 방송 등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넘치는 끼와 재능을 유튜브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흔한 남매(왼쪽)와 이상훈TV 유튜브 캡처

▶코미디의 새 바람, 스탠드업 코미디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스탠드업 코미디 역시 코미디언들의 ‘개척’ 장르다. 오로지 마이크 하나에만 의지해 말로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 쇼인 스탠드업 코미디가 국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넷플릭스에서 선보였던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블랙코미디>와 을 통해서다.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완판 행진을 기록했고, 2019년 선보였던 성(性)을 소재로 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그 화제성을 입증했다.

방송 작가 출신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식 예고편 | Netflix

19금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메인 예고편 | Netflix

스탠드업 코미디가 주목을 받자, 지난달에는 KBS에서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스탠드 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미선, 장도연 등 유명 코미디언을 비롯해, 국내 최초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과 터키에서 귀화한 기자 알파고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출연하며 신선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KBS <스탠드 업!> 프로그램에 출연한 코미디언 박미선 |네이버 TV KBS <스탠드 업!>

다양한 방식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코미디언들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극 무대에서도 코미디언을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연극 두 편은 유명 코미디언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공연들이다.

■ 방송에서 보던 코미디언, 연극 무대에서!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티켓플러스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는 장동민, 조혜련, 김영희, 이현정, 김승혜 등 방송에서 자주 보던 스타 코미디언들이 대거 출연한다. 2018년에는 <샵 온 더 스테이지 홈쇼핑 주식회사>라는 제목으로 박미선, 홍현희, 김나희 등의 유명 코미디언들이 활약하기도 했다.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개그맨들 외에도 의외의 출연진이 눈에 띈다. 배우 김영옥과 빅마마라 불리는 요리연구가 이혜정도 출연하여 캐스팅에 신선함을 더했다.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는 55년의 청국장 노하우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욕쟁이 할매의 손녀 쇼호스트 백장미가 고전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 손녀를 위해 할매는 홈쇼핑 생방송에 출연하고, 라이벌 스타 쇼호스트인 나대자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진짜 홈쇼핑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공연 무대|올댓아트 강예은

코믹 버라이어티 연극이다 보니, 아무래도 탄탄하고 쫀쫀한 스토리에 치중하기보다는 간단한 이야기에 개그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는 게 특징이다. 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각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통해 서로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골라 먹는 욕도 재밌다’는 홍보 문구처럼 관객들을 향해 대놓고 ‘욕드립’을 시전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신선하다. 이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는 배우와 코미디언이 함께 만들어가는 코믹 버라이어티 연극이다.|올댓아트 강예은

코미디 연극인만큼, 관객과의 소통도 중요한 요소다. 관객들은 공연 전 각자의 고민들을 적어 티켓 부스 옆에 위치한 할매의 고민 BOX 안에 넣는다. 상자에 넣은 고민은 공연 중 욕쟁이 할매에 의해 랜덤으로 뽑히는데, 선정된 고민은 할매의 진심 어린 고민 상담으로 이어진다. 또한 중간에는 출연진들이 몇몇 관객을 직접 무대로 불러내기도 한다. 상품도 받고 방송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개그맨 혹은 배우들과 한 무대에서 같이 연극을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을 남기는 방법이 되겠다.

■ 만국 공통어는 ‘웃음’이다!
<옹알스>

무려 5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하고 있는 <옹알스>의 공연 장면|쇼플레이

복잡한 생각은 모두 떨쳐버리고 원 없이 웃고 싶다면 <옹알스>보다 더 제격인 공연이 없다. 옹알스는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까지 총 7명으로 구성된, 일명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 팀이다. 이들은 2007년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출발해 인기를 얻은 후, 지금까지 10여 년 간 전 세계를 누비며 소리와 몸짓만으로 웃기는 코미디 공연을 펼쳐왔다.

201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이후 2년 연속 최고 평점 5점 달성을 시작으로 각종 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7년에는 한국 코미디 공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장기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저글링과 비트박스 등 넌버벌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공연이다 보니, 언어에도 제약이 없어 나이,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비트박스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옹알스>의 공연 장면.|쇼플레이

옹알스의 공연은 장난감 상자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각종 소품들을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개그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풍선에서부터 시작해 페인트 롤러, 변기 커버, 국자 등을 활용해 상상치도 못한 용도로 사용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마술과 마임,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저글링 기술과 마치 클럽에 온 듯한 수준 높은 비트박스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고 진행되는 넌버벌 퍼포먼스는 재미가 반감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넌버벌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비하 발언 같은 건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비언어적 요소만으로도 누구나 코미디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언제나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셈이다.

7명의 옹알스 멤버들|쇼플레이

시간이 흐르면서 시청자의 니즈도 변했고, 개그의 흐름도 바뀌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익숙했던 시대가 지나 코미디가 점차 다양한 형태로 뻗어가고 있는 요즘,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의 코미디가 흥행가도를 달릴지 궁금해진다.

■ 연극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2019.11.01 ~ 2020.03.01
서울 대학로 굿씨어터
만 13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시간 100분
김영옥, 장동민, 김영희, 이혜정, 조혜련, 이현정,
김승혜, 이은지, 강정구, 김해준 출연

■ 넌버벌 퍼포먼스 <옹알스>
2019.11.21 ~ 2020.02.16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시간 70분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출연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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