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를 축하하는 선율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입력2019.12.18 10:0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2.18 10:08

세계의 송년&신년 음악회

사진 | 예술의전당

숨 가쁘게 살았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기쁘고 즐거웠던 일만큼 슬프고 아쉬운 일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새해를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 세계의 신년 음악회를 소개해드리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필자가 클래식 입문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해드리는 장르가 바로 오페라인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클래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추천해드리는 클래식은 바로 신년 음악회라는 고유명사입니다. 이날의 무대는 누구라도 신나고 기쁘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지거든요. 엉덩이를 들썩 거리는 춤곡부터 시작해서 밝고 기운찬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새해의 첫 계획으로 신년 음악회 감상하기 어떠신가요?

“가장 유명한 신년 음악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 음악회죠. 오스트리아 빈의 빈 음악협회, 보통 무지크페라인이라 부르는 공연장의 황금홀에서 열리는 이 특별한 음악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립니다. 공식 음악회명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인데요. 전 세계 90여 개국으로 생중계되며, 매년 5천 명 이상이 시청하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 음악회입니다. 12월 30일에는 프리뷰 퍼포먼스, 12월 31일에는 뉴이어 이브 콘서트 그리고 새해 첫날 신년 음악회까지 3일간 열리는 해넘이, 해맞이 음악회는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어렵다고도 합니다. 올해의 지휘자는 안드리스 넬손스입니다.

안드리스 넬손스(Andris Nelsons). | 위키피디아

1939년 12월 31일 처음으로 시작했던 이 공연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새해의 첫날 기분 좋게 흥얼거리기 좋은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회라는 점인데요. 빈 필하모닉(이하 빈필)은 신년 음악회에서 늘 요한 슈트라우스 등이 작곡한 춤곡 위주의 프로그램을 연주합니다. 또 하나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개그 타임입니다. 뭐랄까요. 연주자와 지휘자들이 연주 중 선보이는 개그 퍼포먼스입니다. 사실 클래식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일종의 개그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날 만큼은 무대에서 음악과 웃음을 선사합니다. 가령 지휘자가 연주를 마치지 않은 채 퇴장을 해서 관객들의 마음이 의아해질 때 즈음 다시 무대에 등장해 연주를 시작한다거나 하는 식인데요. 새해의 첫날 많이 웃을수록 좋겠죠.

그리고 고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 객석에서 박수로 함께 연주에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마지막 특징은 바로 무대 위의 꽃 장식입니다. 신년 음악회의 꽃 장식을 위해 빈 시립 가든 등과 플로리스트들이 무척 공을 들인다고 하네요.

국내 시간으로 2020년 1월 1일 오후 7시~8시 사이에 보실 수 있는데요. 해당 공연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부터 극장에서의 관람까지 다양한 방법도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독일 ZDF, 영국 BBC, 일본 NHK, 중국 CCTV에서 생중계를 하니 해당 방송을 찾아볼 수도 있겠습니다. 빈에서의 신년 연주회를 마친 후 빈 필의 일부 단원들이 우리나라의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신년 음악회를 또다시 여는 소식도 있습니다. 빈 필의 신년 음악회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
2020.01.01 오전 11시 15분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 빈 필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 음악회입니다. 1939년 12월 31일 첫 번째로 시작한 이 음악회에서 청중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춤곡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은 크리스티앙 텔레만의 지휘로 성황리에 열렸던 올해의 신년 음악회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 <라데츠키 행진곡> 등이 연주되었습니다.

http://www.wienerphilharmoniker.at/neujahrskonzert/neujahrskonzert-main

“한 해의 마지막엔 브로드웨이, 음력 첫날엔 김택수의 노래까지
뉴욕 필하모닉 송년 음악회& 구정 음악회”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매년 송년 음악회를 엽니다. 클래시컬한 프로그램이 아닌 관객이 더 가볍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것이 특징인데요. 뉴욕이라는 곳의 특성을 잘 반영한 걸까요. 올해의 무대는 브로드웨이의 주옥같은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게펀 홀에서 꾸며집니다.

특히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살아있는 역사 중 한 명이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스위니토드> <컴퍼니> 등의 작사를 맡았던, 아흔둘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명대사를 들을 수 있는 작품들이 연주될 예정인데요. 곧 아흔셋의 거장이 되는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뉴욕 필하모닉(이하 뉴욕 필)의 연주와 함께 감상하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상상만 해도 더욱 특별해질 것 같습니다.

▲ 뉴욕 필이 연주하는 <컴퍼니>의 한 장면입니다. 뉴욕필은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쓴 여러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1월 1일의 새해 첫날 음악회를 열지 않았지만, 뉴욕필은 동양 문화의 구정 음악회를 엽니다. 1월 7일에는 중국 지휘자 조우 티엔(Zhou Tian)과 함께 <선물>, 조지 거쉰 <랩소디 인 블루> 그리고 현재 미국 시러큐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작곡가 김택수의 (뉴욕 초연)을 연주합니다.

2020년 뉴욕 필의 구정 음악회에서 현재 미국 시러큐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작곡가 김택수의 이 뉴욕 초연됩니다.

■ <뉴욕 필하모닉 송년 음악회>
2019.12.31 오후 7시 30분
미국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펀 홀

https://nyphil.org/concerts-tickets/1920/new-years-eve

■ <뉴욕 필하모닉 구정 음악회>
2020.01.07 오후 7시 30분
미국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펀 홀

https://nyphil.org/concerts-tickets/1920/lunar-new-year

“26년째 1등, 전석 매진!
예술의전당 제야 음악회”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야 음악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회 중 하나입니다. 1994년에 시작해 무려 26년의 역사를 가진 음악회인데요. 매년 전석 매진의 행진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야 음악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음악회가 사랑받고 있는 까닭은 바로 공연 후의 이벤트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9시 30분에 시작한 음악회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밤하늘로 떠오르는 소망 풍선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새해의 첫날이 밝아오는 자정에 이렇게 특별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희망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놀이까지 더해지니 새해의 첫날을 이렇게 맞이하는 기쁨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술의전당에서 매년 마지막 날 밤에 열리는 제야 음악회는 밤 하늘에 뜬 소망 풍선과 불꽃으로 더욱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조재혁이 프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테너 정호윤, 소프라노 황수미가 푸치니의 <라 보엠> 중 ‘오 사랑스런 아가씨’를 함께 부릅니다. 이 밖에도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 등을 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2019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2019.12.31 오후 9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http://www.sac.or.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5453

즐겁고 경쾌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산뜻하게 맞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연주회 소식을 전해드릴 때마다 직접 가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에겐 광전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빈 필의 신년 음악회 생중계이든 언제나 아름다운 선율과 이야기가 흐르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도 있고요. 올 한 해도 고생 많았던 독자 여러분에게 따듯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함께하길 바라봅니다. 브라바!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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