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뷔도 추천했다…‘말할 수 없는 비밀’과 맞먹는 갓띵작 음악 영화는?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입력2020.01.14 16:4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1.14 16:44

BTS 뷔가 추천한 ‘매직 왈츠’처럼
영화 속 아름다운 음악 띵작 best 3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플랫폼 중 하나가 바로 영화입니다. 참 그런데 독자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은 계산된 것입니다. 그저 이 장면에 어울릴 만한 음악이구나, 생각하시면 안 돼요. 음악 감독이 괜히 계시는 분들이 아니거든요. 골든 글러브 등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도 빠지지 않는 시상 부문이 바로 음악상이잖아요. <올댓아트> 애독자라면 이제 영화의 모든 음악은 대충 그저 흘러가는 대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니라는 거 이제 아셔야 합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라이크콘텐츠

■ 띵작 best 1.
BTS 뷔가 추천한 마법의 선율
<피아니스트의 전설> 속 ‘매직 왈츠’

천재 피아니스트의 마법 같은 삶을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극중 가장 유쾌한 음악을 꼽으라면 단연코 ‘매직 왈츠’입니다. 먼저 감상해보시죠.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29059&mid=44844#tab

▲ ‘매직 왈츠’는 뱃멀미로 고생하던 맥스 투니가 대연회장으로 올라가던 중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있던 데니스 부드먼 T.D 나인틴헌드레드와 함께 빙빙 도는 장면에 흐릅니다. 노래의 제목처럼 마법 같은 장면과 함께 흥겨운 왈츠가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그랜드 피아노의 의자에 앉은 두 남자가 스케이트를 타는 듯한 이 장면. 정말 멋지지 않나요? 마치 마법처럼요. ‘매직 왈츠’입니다. 기분 좋은 느낌의 왈츠는 앞으로 둘의 우정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축하해주는 것 같아요. 2017년 BTS의 멤버 뷔가 자신의 인생 영화로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추천한 사실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는데요. 뷔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은 음악으로 ‘매직 왈츠’를 꼽았다더군요!

이 영화는 1998년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인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만든 명작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었던 천재 피아니스트의 삶을 다루죠. 아 잠깐 스포를 해드리자면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2000년 골든글러브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음악 감독인 엔리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선율과 선곡이 진가를 인정받은 셈이죠.|라이크 콘텐츠

19세기 후반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가던 증기 여객선에서 태어나 버려진 아기가 천재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죽기까지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운명이었을까요. 그 아기는 1900년 1월 1일 화요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출발하던 ‘버지니아 호’의 대연회장 그랜드 피아노 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기가 담긴 상자에는 T.D. 레몬이라는 레몬 회사의 이름이 적혀있었고요. 아기를 발견한 화부 데니스 부드먼은 자신의 이름과 레몬 회사 이름 그리고 아기가 발견된 날을 조합해 멋진 이름을 지어줍니다. 사실 꽤 길어요. 데니스 부드먼 T.D 나인틴헌드레드(이하 나인틴)이라는 이름을 갖고 배 안에서 자라게 됩니다. 팀 로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더라고요.

‘매직 왈츠’이외에도 드뷔시의 ‘바다’, ‘플레잉 러브’도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3등실의 업라이트 피아노에 앉아서 드뷔시의 ‘바다’를 연주하던 나인틴의 연주가 기억납니다. 또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나인틴이 즉석에서 연주했던 ‘플레잉 러브’도 기가 막힙니다. 결국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사랑이 담긴 음악은 LP에 남아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갔지요.

그리고 담뱃불로 시작해 담뱃불로 끝난 피아노 배틀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참 멋집니다. 나인틴의 소문을 듣고 피아노 배틀을 하러 ‘버지니아 호’에 찾아온 뉴올리언즈의 재즈 거장 젤리 롤 모튼. 재즈의 거장다운 연주로 청중을 압도했죠. 그러나 나인틴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해 사람들의 실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 한 방을 연주해 달궈진 피아노 현에서 담뱃불을 붙이고서야 배틀이 끝납니다. 정말 배꼽이 빠질 만큼 웃깁니다.

우울함과 비정상적인 슬픔이 배어나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이토록 빛나는 여러 음악이 있어 음악 영화의 전설로 남은 것 같네요.

■ 띵작 best 2
과거로 돌아가는 비밀의 음악
<말할 수 없는 비밀> 중 ‘시크릿’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음악 영화입니다. 신비로운 이야기와 함께 흐르는 여러 음악들이 영화를 더욱 빛내 줍니다.|네이버 영화

주걸륜의 명작이죠. 정말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음악은 진실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고른 티가 팍팍 나는 것 같아요.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만의 전통 가요에 이르기까지 적재적소에 이토록 음악을 잘 배열한 것이 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필자도 정말 좋아하는 음악 영화입니다.

남녀 주인공인 상륜과 샤오위가 만날 때마다 반드시 연주되었던 곡이죠. 누가 작곡했는지는 모르지만 연주하는 순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신비의 멜로디. 다시 되돌아갈 때는 마지막 부분을 빨리 연주해야 한다는 등의 설정도 참 흥미롭습니다. 이 신비한 노래 ‘시크릿’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음악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바로 ‘시크릿’입니다. 주인공 상륜과 샤오위가 만날 때는 반드시 이 노래를 통해 시간을 초월해야 했죠. 신비로운 선율이 흐릅니다.

첫 부분은 바흐 스타일의 푸가 기법으로 풀어나갑니다. 이 시대의 건반 음악의 특징처럼 경건한 분위기로 시작하죠. 그러다 점점 화려해지며,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날레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죠. 마법처럼요.

그리고 또 이 영화에서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있죠. 바로 ‘피아노의 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상급생 위하오와 전학생 상륜이 피아노 배틀을 겨루는 장면인데요. 여기에서 연주된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 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연주하는 상륜은 거기에 더해 변주까지 훌륭하게 넣어서 마무리를 합니다. 쇼팽의 ‘흑건’ 변주는 정말 흥이 절로 날 만큼 잘 연주했죠. 위하오는 결국 귀한 악보를 상륜에게 건네줍니다. 그 악보를 선물하러 샤오위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죠. 같은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요.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큰 죄야.”
-<말할 수 없는 비밀> 중 상륜 아버지의 말

극 중 상륜의 아버지 역의 황추생은 클래식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역할을 아주 잘 소화했습니다.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을 큰 죄라고 여기고 살아가고 있죠. 스스로도 수준급 피아니스트이지만 아들 앞에서는 창피해서 연주도 하지 않던 그런 아버지의 모습도 재미있게 잘 그렸습니다.

아름다운 대만 단수이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판타지를 풀어줍니다. ‘이 세상에는 내 짝이 없어~’라고 한탄하시는 분들에게 어쩌면 희망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네요. 혹시 모르겠어요. 정말 세상 어딘가에 ‘시크릿’같은 음악이 있다면 저도 한번 과거 혹은 미래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 띵작 best 3
<더 컨덕터> 중 말러 ‘심포니 4번’

세계 최초 뉴욕필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을 다룬 음악 영화 <더 컨덕터> 음악회에 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에는 서양 음악사의 아름다운 명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이크콘텐츠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영화 중에서 <더 컨덕터>만 한 작품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말러를 시작으로 드뷔시, 스크랴빈, 드보르작, 엘가에 이르기까지 정말 광범위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데요. 한 편의 클래식 음악회에 간 기분이 들 정도거든요. 심지어 그 음악들은 영화의 곳곳에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등장합니다. 심지어 곡의 의미와 인물의 감정이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아요.

여러 음악들이 아름다웠지만 필자가 꼽은 최고의 음악은 바로 말러 ‘심포니 4번’입니다. 영화 배경음악이 아니더라도 말러의 ‘심포니 4번’은 가장 사랑받는 서양 음악사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데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말로 표현하기 정말 어렵지만요. 희망과 환희 또는 기쁨을 향해 달려가죠. 그리고 또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도 같고요. 이 작품은 정말 걸작입니다. 교향곡이 워낙 훌륭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을 더 부각시켜 줍니다.

여성 지휘자의 꿈을 꾸던 주인공 윌리 월터스. 말러의 ‘심포니 4번’이 연주되자, 공연장 지하의 남성 화장실로 몰래 들어갑니다. 쓰던 젓가락 한 짝을 손에 들고 멀리 들려오는 말러의 선율을 지휘하기 시작하죠. 이 장면과 정말 잘 어우러졌던 아름다운 말러의 멜로디였습니다. 실제로 말러는 이 작품을 쓴 이후에 “천상의 삶을 담았다”라는 고백을 한 바 있는데요. 사실 윌리 월터스가 살던 시대에는 절대 여성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없던 분위기였거든요.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지 않나요.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것도 같은 이유지만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지휘의 꿈을 꾸는 윌리 월터스의 마음을 말러의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와닿습니다.

▲말러는 <심포니 4번>을 지은 후 천상의 삶을 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여성으로 꿈도 꿀 수 없던 지휘자가 되고 싶어 했던 순수한 안토니아 브리코의 마음을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스크랴빈의 ‘불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등장하는데요. 무엇이든 불로 태워 사라지게 만드는 것, 없던 일로 만드는 것 딱 그 상황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윌리 월터스는 미친 듯이 ‘불새’를 연주하죠.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이름이었던 안토니아 브리코로요.

또 브리코에게 열렬한 구애를 벌였던 탐슨과의 첫 만남에서 ‘하바네라’가 흐르는데요. 손에 잡힐 듯 안 잡히는 그들의 사랑에 대한 암시는 아니었을까요. 결국 모든 시련을 이겨낸 후 브리코가 연주하는 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입니다. 결혼식장의 오브리 연주로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결혼이라는 행복한 순간에 울려 퍼지기에 이만한 곡도 없을 겁니다. 행복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음악인 거죠. 브리코의 앞날을 축하하던 이 음악이 엔딩 크레딧이 내려갈 때까지 연주됩니다.

어떠셨나요.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할 수 없는 비밀>, <더 컨덕터>까지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는 더욱더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브라바!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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