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감성 폭발, 터지는 눈물샘…겨울 필수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팬레터’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1.21 16:0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1.21 16:26

*이 글에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팬레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워지는 날씨 따라 감성도 함께 메말라 가고 있다면, 눈물샘을 자극할 두 뮤지컬로 감성 충전 어떠신가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팬레터>는 특유의 문학적인 감성으로 ‘눈물 버튼’ 장면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인데요.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두 작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넘버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꼽아봤습니다.

■ 눈 내리는 겨울엔 역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오디컴퍼니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와 그의 소중한 친구 ‘앨빈’의 우정을 그린 작품인데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토마스가 앨빈과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그의 ‘송덕문(頌德文)’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송덕문이란 고인의 공덕을 기리어 지은 글로, 죽은 사람을 생각하여 슬퍼하며 읽는 추도사와는 다르게 그 사람 인생의 업적이나 덕을 칭송하는 글이죠.

토마스 : 죽으면 좋은 얘기만 해주네?

앨빈 :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네가 내 거 써줄래? 나도 네 거 써줄게!

토마스 : 그게 가능해?

앨빈 : 그럼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앨빈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다리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토마스는 어렸을 적 앨빈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보지만, 아무런 글도 써지지 않는 상황이죠.

“오늘 우린 앨빈 켈빈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말만을 되풀이하며 그다음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토마스는 앨빈과 있었던 일을 하나씩 회상해봅니다. 죽은 앨빈은 토마스에게 다가와 ‘앨빈이 여섯 살 때 그의 엄만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토마스와 앨빈이 처음 만난 때부터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죠.

▶ 눈물 버튼 넘버 1
‘계속 살아가 (People Carry On)’

앨빈은 6살에 엄마를 잃고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앨빈이 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점차 희미해지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노래하는 넘버인 ‘계속 살아가(People Carry On)’는 잔잔한 선율과 함께 서정적인 가사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합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앨빈|오디컴퍼니

♬난 엄마 아빠가 내 전부였어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해
아빠에겐 엄만 천사 같아 난 둘의 모든 걸 합친 사람
어느 날 아주 갑자기 아빠랑 나뿐였어
난 멈추지 않고 우린 살았어

시간은 흘러갔고 나도 곧 변해갔어
엄만 기억이 되었어 그 옷자락에 남겼어
실 한 올 한 올 속에 엄마 영혼 깃든 것처럼
그 그림들을 되살려줬어 근데 오래된 사진들처럼
내 손에 만져도 엄마의 기억 흐려져♬

[1열중앙석] MUSICAL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People Carry On’ - 김종구 |제니스뉴스

7살 할로윈 파티에 죽은 엄마의 가운을 걸치고 나타난 앨빈과 앨빈의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 <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옷을 입은 토마스는 담임 선생님을 통해 처음 만난 후,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됐습니다.

▶ 문학 감성 폭발 넘버
‘나비’

앨빈은 어느 날 나비를 뚫어져라 관찰하다가 토마스에게 ‘나비 효과’에 대해서 신나게 설명해줍니다. 토마스는 곧 고등학생이 되는 이 시점에 아직까지 나비 타령이나 하는 앨빈이 못마땅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이후 이야기로 발전시키게 됩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가장 대표적인 넘버라고 할 수 있는 ‘나비’는 토마스가 대학 원서를 넣을 때 지은 이야기인데요. 토마스는 결국 이 작품으로 대학에 합격하게 됩니다. 앨빈은 이처럼 토마스의 이야기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였죠.

토마스는 앨빈에게 자신이 쓴 ‘나비’가 어떤지 봐달라고 부탁한다.|오디컴퍼니

♬나는 나비죠 작고 중요치 않죠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난 티끌과 같죠
팔이 저릴 때 날개를 펴 춤추며 만족해
나는 나비야 중요치 않아

바람은 엄청난 얘길 해줬죠
내 몸의 힘은 공기의 흐름일 뿐
그 작은 날개로 시작돼 네 날개로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기 흔들며 그 춤을 출 때면
네 날갯짓에 이 세상이 변해♬

[1열중앙석] MUSICAL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The Butterfly’ - 조성윤|제니스뉴스

사춘기가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사회에 점차 적응해가는 토마스와는 달리, 앨빈은 특유의 4차원 세계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앨빈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그걸 막아주던 토마스는 점점 지치게 됩니다.

토마스는 대학에 합격한 후 고향을 떠나고, 점차 세상에 물들어가면서 약혼한 애인까지 생겼지만, 앨빈은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아 어린 시절과 변함없이 4차원적인 성격 그대로 여전히 고향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 토마스에게 앨빈은 더 이상 소중하지 않았고 둘은 점차 멀어집니다. 토마스는 대학 졸업 후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작가가 되어 세상의 인정을 받는데요. 토마스의 글들은 앨빈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지만, 토마스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눈물 버튼 넘버 2
‘눈 속의 천사 (Angels in the Snow)’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눈 속의 천사들’_2018년 공연 장면|오디 컴퍼니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는 현재 <눈 속의 천사>라는 작품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계속 막혀 더 이상 이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글을 계속 쓰지 못하고 있는 토마스에게 죽은 앨빈이 찾아와서 이야기합니다.

“네 머릿속에 이야기가 몇 천 개야.
왜 없는 이야기를 찾아?”

토마스는 앨빈과의 모든 일을 회상하고는 극의 막바지에 다다라 마침내 이 작품을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이 작품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담은 넘버 ‘눈 속의 천사 (Angels in the Snow)’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마지막 곡인데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눈송이도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쌍둥이 천사 둘을 탄생시켰죠 아름다운 날개를 꿈꾸며
하루 종일 밖에서 겨울들을 보냈죠 드디어 완성됐을 땐 행복했죠

산 너머 해가 지고 바지 속까지 다 젖도록 천사들의 춤 기다렸죠
찬 바람에 눈송이 흩날리고 나무 사이로 노랫소리 들릴 때
천사들의 영혼 깨어나 조각조각마다 살아나
마법처럼 눈 위로 떠올랐죠 수천의 천사가 살아나서
수천 개의 이야기로 하나의 노랠 불렀죠♬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2016 프레스콜 ‘This Is It, Angels In The Snow’ - 고영빈, 이창용|PlayDB

극이 진행되어 오면서 쓰였던 종이들이 무대에 수북이 쌓여있고, 그걸 눈 삼아 눈싸움하듯이 던지며 노는 두 친구와, 실제 무대에 하얀 종이 조각들이 내려오며 눈이 오는 것 같은 모습의 연출은 눈부시게 예뻐서 더 아픈 장면입니다. 무대에는 눈이 내리고, 관객들 눈에는 눈물이 흐르는 그런 장면이죠. 앨빈에 대한 회상을 끝내고 마음을 다잡은 토마스는 이렇게 말하며 끝이 납니다.

“오늘 우린 앨빈 켈빈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내 친구 앨빈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토마스는 앨빈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을 했을까요? 상상하며 극장을 빠져나오는 내내 관객들은 긴 여운에 휩싸입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힐링극’하면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무대 전환 없이 단일 구조의 무대 위에 잘 짜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넘버가 펼쳐지며 순수하고 따뜻한 극을 그려냅니다. 두 명의 배우가 퇴장 없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며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아날로그적인 감성 충만한 이 극을 통해 관객들은 본인의 어린 시절 혹은 소중한 친구에 대해서 떠올려보게 됩니다.

■ 경성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는 문학이라는 예술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아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 이상과 김유정을 모티브로 창작된 모던 팩션 뮤지컬인데요. 실존했던 순수문학단체 구인회를 모델로 경성 시대 문인들의 모임인 ‘칠인회’를 등장시켜 당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적 감성을 완벽하게 담아냈습니다. 문인들이 등장하는 극인 만큼 <팬레터>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감성의 넘버와 가사가 돋보이는 뮤지컬이죠.

뮤지컬 <팬레터>|라이브(주)

<팬레터>는 작가 지망생 ‘세훈’이 평소 존경하던 작가 ‘김해진’에게 ‘히카루’라는 가명으로 팬 레터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해진은 히카루라는 이름 때문에 여성으로 오해를 하고, 편지에 매료되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히카루와 홀로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요.

뮤지컬 <팬레터>의 히카루|라이브(주)

이후 칠인회에서 일하게 된 세훈은 해진을 만나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히카루가 바로 자기였다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때 해진은 히카루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죠. 세훈은 혼란에 빠지지만, 폐결핵 말기 환자로 죽음을 앞둔 해진에게 충격을 주면 안 될 것 같아 히카루가 자신이란 사실을 숨기게 됩니다. 이제 세훈은 히카루가 되어 해진 선생님과 계속 편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소설을 완성시켜 나갑니다.

▶문학 감성 폭발 넘버
‘뮤즈’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있죠. 바로 ‘뮤즈’인데요.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의 여신으로, 오늘날에는 작가나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를 지칭하는 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인들의 모임인 칠인회에서도 ‘뮤즈’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요. 칠인회 멤버들은 얼굴은 보이지 않으면서 해진과 자꾸 편지를 주고받는 ‘히카루’라는 여인이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해진에게 수상한 뮤즈를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나오는 넘버가 바로 ‘뮤즈’죠.

♬단숨에 소설 쓰게 해
알 수 없는 시를 쓰게 해
다음날 보고 깜짝 놀라지
수많은 예술가의 비밀의 연인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잔인해
홀리고 빠져들어 누구도 거절하지 못해
미약에 취한 듯 어지러운 그 기분
정신을 잃는다 해도 우리의 영광
신비로운 그분을 위해, 건배! ♬

[더뮤지컬] 뮤지컬 ‘팬레터’ 2019 공연 중에서 ‘뮤즈’ - 김재범, 백형훈 외|더뮤지컬

▶눈물 버튼 넘버 1
‘해진의 편지’

해진의 생명의 불씨가 날로 꺼져가는 동안, 히카루는 점차 폭주하게 되는데요. 이제는 세훈 자신조차도 히카루를 주체하지 못하게 됩니다. 히카루는 해진에게 글을 쓸 것을 강요하고, 해진은 그런 히카루에게 이끌려 아픈 몸으로 미친 듯이 작업을 하다가 거의 죽음 직전의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뮤지컬 <팬레터> ‘해진의 편지’|라이브(주)

세훈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자신의 손을 찌르고 히카루를 죽이죠. 그리고는 해진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해진은 절망에 빠져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그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해진은 용기내어 사실을 이야기해준 세훈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남기죠. 세훈은 이 편지를 받고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데요. 그런 세훈을 보고 있으면 주변에서는 코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
나도 한 걸음을 겨우 떼어
여기 편지와 원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녀에게 주고 싶던 꽃과 함께
새삼스레 말이 맴돈다
너의 말들로 그때를 내가 버티었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이 너의 답장을 기다리마.
삼월 십칠일 해진으로부터♬

뮤지컬 <팬레터> 2018년 공연 중에서 ‘해진의 편지’_김종구, 문태유|콘텐츠제작사라이브

▶눈물 버튼 넘버 2
‘내가 죽었을 때’

해진을 떠나보내고 난 뒤, 세훈은 해진을 위해 송사를 하나 짓습니다. “해진 선생님은 제게 처음 만난 봄 같은 분이셨습니다.”라는 말로 입을 땐 세훈은 준비해온 송사를 읽으며 해진을 회상하죠. 세훈의 오랜 죄책감이 풀리면서 관객들도 감성적으로 치유와 위로를 얻어 갑니다.

♬모두들 그래 다 지나고 나면 잊고 사라진다 해
난 아무리 지나도 그렇게 될 수 없어
영원히 잊히지도 넘길 수도 없는
그 페이지를 붙들고 오늘을 살아

난 아직도 그 한가운데 하루해살이풀처럼
내 사랑이 죽었을 때 내 청춘도 죽었고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뮤지컬 ‘팬레터’ 2019 프레스콜 ‘내가 죽었을 때’ - 김경수, 이용규, 소정화 외|PlayDB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팬레터> 모두 작가가 주인공이다 보니 유난히 예쁜 가사나 대사들이 더 돋보이는데요. 그런 아름다운 말들이 몽글몽글한 스토리와 만나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 자극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이 작품들로 감성 충전하시고 훈훈한 마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2019.12.03 ~ 2020.02.28
서울 백암아트홀
공연시간 100분
8세 이상 관람가
고영빈, 강필석, 김다현, 송원근, 조성윤,
이석준, 정동화, 이창용, 정원영 출연

■ 뮤지컬 <팬레터>
2019.11.07 ~ 2020.02.02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시간 145분 (중간 휴식 15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 이용규, 백형훈, 문성일, 윤소호,
소정화, 김히어라, 김수연, 박정표, 정민, 김지휘, 양승리, 김별,
이승현, 장민수, 권동호, 안창용 출연

<올댓아트 강예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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